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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엄지뉴스 문재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일 오전 5시 30분께 일어났다. 그리고 7시에 집을 나서 8시 30분께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그가 이렇게 서두른 것은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계획된 1인시위 때문이었다.
문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옛날 같으면 ‘권부의 실세’라는 소리를 들었을 경력이다. 그런 그가 이날 오전 11시부터 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위사실로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조현오 경찰청장을 즉각 소환조사하라.’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 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는 문 전 실장이 처음이다. 그와 함께 1인시위 현장에 나와 있던 정윤재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도 처음이지만 본인이 1인시위에 나선 것도 생애 처음”이라고 귀뜸했다.
“여기는 집회신고도 안 받아주고, 방문해도 면담도 안 해주고…. 그러니 1인시위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검찰은 말로는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경찰청장을 소환조사한 적이 없어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도 소환조사한 마당에 무슨….”
“경찰청장은 법 밖과 위에 있는 특권적 존재인가?”
문 전 실장은 1인시위를 하기 전인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을 찾았다. 당시 그는 신경식 1차장검사를 만나 “이후에도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검찰의 부당한 직무유기를 규탄하고 항의하는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인시위’를 예고한 셈이다.
문 전 실장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터무니없는 발언으로 능멸하고 모욕해서 전직 대통령 유족들이 형사고소한 사건을 넉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분노했다. 문 전 실장은 “기본적인 법제도조차 다 후퇴해서 다시 이런 식의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참담하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유족의 고소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이 경찰청장을 법 밖에 있는 특권적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8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조현오 문 전 실장은 “전직 대통령 유족을 예우하는 것을 관두더라도 일반고소사건과 똑같이 처리하더라도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문 전 실장은 “조현오 청장은 (언론에 공언한 것처럼) 봉하마을을 방문하거나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밝힌 적도 없다”며 “자기 말의 사실여부는 회피하면서 ‘송구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수준”이라고 조현오 청장의 태도를 꼬집었다.
문 전 실장은 “조현오 청장이 사과하겠다고 말한 것은 소환조사를 늦추기 위한 언론플레이였다”며 “이제는 조 청장이 사과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사과는 필요없다”는 강경 기조를 드러낸 것이다.
문 전 실장은 “(연속적인) 1인시위를 통해 조속한 소환조사를 촉구할 생각”이라며 “그래도 소용이 없으면 거적 깔고 눕기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오 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이 되기 전인 지난 3월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이 지난 8월 조 청장을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한편 문 전 실장의 뒤를 이어 참여정부 인사들의 ‘릴레이 1인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21일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시작으로 유시춘 전 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조기숙 전 홍보수석,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황인성 전 시민사회수석 등이 1인시위에 동참한다. 1인시위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된다.
다음은 1인시위 현장에서 문재인 전 실장이 취재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