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t another layoff

  • #83876
    Manager 71.***.76.39 4448

    한 8개월 쯤 전에 layoff란 글을 올렸었는데, 얼마전에 벌써 세번째 layoff가 있었습니다. 워낙 경기가 안좋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어서 그런지, 거의 두세달 만에 layoff 얘기가 나오네요. 한번 얘기가 나오면 전체 규모와 대상자 선정에 한달 남짓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러니 거의 지난 9개월 동안 계속 layoff랑 조직 개편만 한 셈이네요.

    지난번 layoff 때는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한국인 선배님한테 안 좋은 소식이 있어서 많이 안타까웠었거든요. 그게 벌써 4개월 전인데 아직 직장을 못 구하신 것 같더라구요. 실력이 없으신 것도 아닌데, 워낙 senior 인데다가 경쟁사들도 최근에 layoff를 다들 해서 그런지 job market이 꽁꽁 얼어붙었네요.

    처음 layoff때 조직이 정비 되면서 두 팀을 맡게 됐었는데, 그 중 한 팀은 미국인 senior staff engineer 두명만 있는 아주 작은 팀이었습니다. 근데 두번째 layoff때 그 중 한명을 거의 등떠밀듯이 다른 팀으로 보냈구요, 이번에는 나머지 한명을 내보냈습니다. 두 명 모두 실력이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조직 자체가 불필요해 지면서 그런 결정이 내려진 거죠. 말은 director인데, 전 이 두 번의 결정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고 위로 부터 일방 통보를 받았습니다. 잠깐이지만 그래도 제 밑에 있던 사람들인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참 기가 막히더군요. 특히 이번에 layoff 된 친구는 저랑 예전 직장에서도 같은 팀에 잠깐 있었고 지난해 말에 있었던 performance review도 제가 잘 해줘서 전혀 걱정을 안하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갑자기 나가게 됐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 결정을 2주일 전에 통보 받았는데, 보안상 미리 얘길 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그 친구는 저를 많이 원망하겠죠. 사실 전 아무 결정권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그만두는 사람 붙잡고, 전 아무 힘이 없었다고 변명을 하는 건 – 믿을 지도 모르겠거니와 – 너무 제가 이기적인 것 같아서 차마 못하겠더라구요. 그 친구는 당장 회사를 그만 두게 됐는데, 전 그 친구한테 남아있을 제 이미지만 걱정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이번에 이렇게 안좋은 상황을 경험하면서 참 사람이 많이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참 안하무인으로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구요. 석사 졸업하고 10여년만에 director가 되면서 혼자 참 잘났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나만 열심히 일하고 output만 좋으면 언제까지고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만에 빠져 있었는데, 이렇게 전세계 경기가 한번에 안 좋아지니까 저란 사람이 얼마나 무능한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없는지, 여러가지로 참 한심해 보이네요. 생전 제 job security 걱정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젠 ‘다음엔 나도 포함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제가 윗 사람이어도 당연히 저를 짜르겠습니다… 회사가 오래 버티고 살아 남으려면 저같은 second level manager 보다는 당연히 똘똘한 engineer들이 더 필요하니까요.) 걱정도 많이 되구요. 그렇다고 요즘 같은때 같은 쪽 분야에서 manager/director 자리가 나올리는 만무하고 말이죠.

    쫌 속으로 건방지게 생각했던거 말고는 그래도 별로 잘못한 일 없이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런 상황에 오게 된 걸까요? 제 잘못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말이죠…

    밤 10시반부터 11시반까지 매주 하던 회의가 오늘 취소 되서 오랜만에 몇자 적으려고 시작했는데, 두서 없이 너무 길이 길어졌네요.

    • 밥하는남자 68.***.246.255

      IT 회사의 감원은 사실 이제 부터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약 9년간 하다가 지난 11월에 레이오프가 되고 잡을 찾고 있는데 잘안되는군요. 회사에서 레이오프 발표를 할때 느낀건 그 많은 메니져들은 놔두고 왜 실질적인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개발엔지니어를 내보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것도 어떤 버블이 꺼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동산에만 버블이 있었던게 아니라 산업 전반 특히 첨단 IT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들에 대한 과도한 labor charge가 있었던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이번일이 어떤 한순간에 무너지고 다시 회복될수 있는 단순한 경기후퇴가 아니라 산업의 구조가 무너진 상태로 완전히 다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다시 예전같은 거품은 없을거란 생각입니다. Raytheon이나 BAE, MITRE같은 무기 업체들도 그런의미에서 곧 엄청난 레이오프의 광풍이 몰아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래서 이젠 좀 광범위하게 쓰이는 프로그래밍 기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8년만에 job requirement를 보니까 C# 프로그래머 엄청 찾더군요. 한가지 확실한건 세상이 변했다는겁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는것부터 시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 꿀꿀 129.***.33.26

      석사졸업하고 10년 만에 director 시면,, 정말 자만 하실만 합니다,, 사실 20년 30년 은퇴할때 되도,,이미 높은 자리에 대한 가능성도 떨어지고,, 가족을 위해 안전하게 하는일 은퇴할때 까지 하며 그냥 안주하며 살자 하는분 많으시자나요,,
      이럴땐 짤릴까 걱정하는 팀원이나,, 짜를사람 정하고 통보해야 하는 리더나 괴롭긴 마찬가지에요,,저는 아직 젊기때문에,, 능력도 안되면서,,맘으론 항상 그런 자리를 탐내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중에 하나지만,,너무 괴로워 마시고요, 또 다음엔 당연히 원글님이라고 너무 걱정도 마십시오,, 잘 되려니 하고 그냥 하던데로 쭉 하시면 되고요,,다만,, 혹시 팀원을 더 짜를 상황이 된다면,, 물론 미국이란 사회가 그런 곳은 아니지만,, 짜를때 짜르더라도,,그팀원이 어떤 상황에 처해졌는지,, 짤리면 어떻게 되는지등,, 어떻게 도움이 안되더라도,, 단 몇시간만이라도 스스로 고민할줄 아는 director 가 되시면 좋겠네요,, 남들 다 안그러고 산다고 해도,,저같은 밑에 사람도,, 짤리면,, 아마 짜르는 윗분들도 엄청 힘들었겠구나 하고 위안을 삼아야 겠지요,, 힘내세요,,홧팅,,~~

    • Block 67.***.80.76

      원글님 말씀데로 정말 힘든때인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는 작년 말부터 조직 개편을 하면서 오늘 earning call을 했는데 회사가 1/3토막이 나고 있습니다. 한국 division을 통체로 분리시키고 미국에 있는 하나의 division을 팔려다 안팔리니까 통체로 접어버리고…
      저도 여지껏 직장생활에서 저의 job security에 대해서 걱정을 해본적이 없는데 요즘은 정말 걱정이 되네요.

      모두들 힘내시고 좋은일들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 밥하는남자 68.***.246.255

      블록님, 별일 없으시길 바랍니다. 좝시장이 지금 아주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얼마전엔 DirecTV에서 위성방송설치 테크니션 할 생각 없냐고 연락이 오더군요. 거절했지만 나중에 은근히 후회가 됬습니다. 지금 좝을 찾으면서 동시에 작은 비즈니스도 시작했습니다. 불안하기는 좝을 잃은 사람들이나 좝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모두 힘내고 잘 버텨야 할것 같습니다.

    • 산경 206.***.6.11

      메니저(원글)님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메니저 만나면 좋겠습니다.
      사람냄새가 나네요.

    • BLock 67.***.80.76

      밥하는남자님
      시작한 작은 비지니스 잘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