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아래 "육사교장의 편지"를 읽고

  • #97463
    bj kwon 65.***.44.2 5066

    님의 글은 전체적으로 공감하는데, "박도선생님(?)"의 글과 그것에 대한 님의 해석은 잘 이해할 수 없군요.

    >비극의 시작을 따지면 끝이 없겠지만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 보면 2차대전의 막바지이던 1945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1월에 소련의 얄타에서 소련, 미국, 중국의 정상이 만나 종전후의 대책을 논의 합니다.

    >소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미국은 스탈린의 많은 요구를 들어줍니다.

    >똥개는 지 동네에서는 먹어 들어간다고 회담 장소도 얄타 아닙니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안위에는 관심도, 이해도 없던 미국은 전후 한반도의 분할 통치를 인정하게 되고

    >그후 7월에 있은 포츠담선언에서 한반도의 분할 통치를 확인 하게 됩니다.

    여기에 보면, 미국은 당시 소련의 요구를 무리하게 들어주면서 한반도의 절반을 양보했다…

    만약에 미국이 그렇지 않았다면, 한반도의 분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정도의 주장인

    것 같은데, 과연 그것이 제대로 보는 역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영토였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이 일본을 깨부심으로 인해서 그 조선땅 자리가 "임자없음"으로 되게 되었지요.

    그런데 미국이 그 땅을 그냥 고스란히 포기합니까? 그것은 상식에 맞질 않지요. 전쟁 명분이 맞건 틀리건

    미국이 이라크에서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해서 후세인을 축출했는데,

    "자.. 후세인 없어졌으니 이제 됐다. 너네끼리 잘 살아보세요" 하고 미국이 그냥 철수해버립니까? 그건

    상식에 맞질 않지요. 보상논리로라도 그 땅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떡고물을 뜯어먹으려는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그런데 전쟁이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소련과 중국이 가만히 옆에서 보고 있다보니, 이거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저쪽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덩치 큰 나라가 일본에서 해방시켜준다는 논리로 한반도를 차지해버리면

    지정학적으로 소련과 중국이 잃는 것이 너무도 컸습니다. 소련은 오래전부터 부동항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었고,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 "제국"이 동아시아로 "침범"하는 것을 반갑지 않아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이 나라들은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서로 "밀고 당기는 타협"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미국은 한반도를 먹고는 싶은데, 소련과 중공은 절대 반대 길길이 날뛰고, 한편 소련과 중공 역시 한반도를

    그냥 꿀꺽 해버리고는 싶은데, 당시 2차대전에서 미국만큼 강한 군사력주도권을 갖고 있지는 않았고… 또한 물론

    일본, 독일을 미워하는 것에는 다 동의를 한 입장이고… 따라서 미국 주도하의 연합국이 빨리 전쟁을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고…. 이런 입장에서 서로의 합의하에, 한반도 분할을 결정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말할 것도 없이 당시 미국입장에서는 한반도를 통째로 먹어버리기를 원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아프간과 이라크 마냥)

    소련과 중공이 그렇게 하도록 가만히 놔두질 않았을 뿐이죠.

    >"지나가는 나그네가 무심코 장난 삼아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가 치명상을 입듯이, 강대국들이 자기네 맘대로 그어

    > 놓은 삼팔선, 휴전선 때문에 우리 겨레는 그동안 얼마나 서로 반목, 시기, 갈등, 저주의 나날을 보냈던가.

    >

    > 피를 나눈 형제끼리 한 하늘을 서로 함께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로 살지 않았나?

    >

    > 왜 우리 한반도가 분단되어야 하나?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적도, 패전국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분단돼야 할 이유는

    > 하나도 없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되었는데도 여태 분단의 멍에를 짊어지고 사는 우리 겨레는 정말 억울하다."

    위의말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데요. 우리의 영토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손에서 좌지우지된 그 사실은 정말

    억울하긴 하지만, 그것을 그 "사실" 이상으로 봐서는 안되죠. 우리가 "억울하다"라고 얘기할때에는, ‘~~누군가 때문에’ 라는

    뉘앙스를 내포하게 되지요. 위의 주장은 "미국 때문에" 우리가 아직까지 분단되서 살고 있다… 라고 주장하는 듯 한데,

    그건 잘못된 역사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노인네(?)들이 "니네가 미국이 우리에게 준 은혜를 아느냐" 라고 막무가내식의

    사대주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많이들 반감을 갖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빈약한 사고와 논리로 미국을 무조건 씹는 것도

    경계해야 됩니다.

    한국의 분단은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입니다. 정말로 잘잘못을 가려본다면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한민족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필이면 20세기 초반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겨서 말이예요…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해방될 그 시점에, 당시 우리 민족은 자생력이 없지 않았습니까? (없다고 말하면 좀 그렇고 불충분했다 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근대민주정부를 수립할 만한 역량을 민족내에서 갖추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 옆의 덩치 큰 나라들이 끼여들 명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거죠. (저는 우리 민족을 열등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 민족에 대해서

    불필요하게 자부심만 갖고 계신 분들은, 제 위의 말이 기분나쁘게 들릴수도 있고, 제 주장을 반박하려 하겠지만, 그때 우리는 우리

    혼자 힘으로 자립할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김구 선생등 몇몇 민족주의자, 민족지도자들 계시긴 했지만, 이들 민족 세력은 외세를

    이기지 못하고 굴복했다는 겁니다. 만약에 이런 민족운동가들이 정말로 경쟁력있는 역량을 갖추었더라면, 더 효과적으로 한국민중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고, 그런 확실한 지도력을 갖추었었더라면 아무리 외세에서 지들끼리 각본을 짜건말건 우리는 우리의

    주체를 잃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어쨌거나 민족주의 진영은 외세와의 대결에서, "께임도 안되게" 깨졌습니다. 그걸 지금와서, "에구.. 지도자들이 쫌만, 더똑똑했으면…."

    혹은 "에구, 국민들이 쫌만 더 단결해서 외세를 물리쳤으면" 하고 탄식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 것인가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새끼들이 괜히 들어와서… 저 놈들 땜에 우리가 분단되었잖아" 라고 떠드는 건 더 말이 안됩니다.

    저는 남 원망을 하기 전에 우리를 잘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도데체 해도 너무 하지 않았습니까? 해방후에

    민족의 자생력이 없던 것은 일제시대 동안의 그들의 전략에 당해서 그렇다 치고. 20세기 초반에 일본으로 나라가 넘어간 과정을 보세요.

    우리 조상들이 한심해도 너무너무 한심하지 않습니까? 이완용이 나쁜놈이라고 떠들고만 마는데, 그것도 문제의 핵심은 아니지요. 그는

    단지 그 시대에 그렇게 존재했던 역사의 부산물에 불과한 거고 (그가 자기 혼자 힘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것이 아니므로), 문제는 흥선

    대원군때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 한 개인의 과실로 인해서 나라가 망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민족 전체 구성원들의

    조금조금의 과실이 모여서 그런 경순국치의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하겠습니다. 계속 얘기하면 민족열등의식에 빠진 사람처럼 보일 것 같네요… 저요? 저 이런 생각 평소에는 거의 안하고 삽니다.

    다만 너무 우리 자신은 안 돌아보고, 그냥 남 원망만 하는 논리가 보여서 한마디했습니다. 저는 우리 민족이 특별히 열등하다고도,

    특별히 우수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계의 수많은 민족에서 잘 살려고 노력하는 민족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우리 민족이 **특별히** 우수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주장하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적 사고방식의 하나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