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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검찰의 수사나 보도로 보아… 그때의 외환은행, 관련 관료들의 부패 및 외국계 돈을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모 법률집단이 빚어낸 비극으로, 결국 국민들에게 4조원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되는 꼴이 되는군요….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받는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론스타는 당시 미국의 사모펀드여서 국내 은행법상 은행 인수 자격이 없었으나 ‘부실금융기관이 되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적용받아 외환은행의 인수자로 승인받았다. 외환은행이 그해 7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갑자기 8% 이하로 떨어져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받게 된 데 론스타가 공모 또는 개입한 의혹이 포착된 것이다.
경향신문이 16일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2003년 7월2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에게 보낸 영문 서한에서 “거래 성사를 위한 중요한 단계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관련당국과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행장은 또 편지에서 “이 과정을 촉진시킬 방법으로 우리는 양측의 회사 법률고문들이 사안에 대한 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직접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은 금융계 실세로 통했던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이었고, 외환은행의 법률대리인은 세종 법무법인이었다. 세종은 외환은행 매각작업 완료 후인 2003년 12월 말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그해 3월 그만둠)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행장은 이 편지에서 “(인수 후) 외환은행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대한 사업계획서 사본을 준다면 자격검증 문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략) 우리측 고문들은 계약서를 논의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론스타의 고문들과 접촉할 것”이라며 론스타에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나타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금감위 승인 훨씬 이전인 2002년 10월부터 사실상 기밀정보를 주고받는 등 매각을 위해 사전에 내통한 사실(경향신문 4월7일자 1·3면 보도)이 드러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양측이 매각 가능 방법까지 관련당국과 논의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이 편지를 주고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은 7월15일 재경부, 외환은행, 청와대, 모건스탠리(외환은행의 매각주간사), 금감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인 회의’가 열렸고 같은달 28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론스타가 배타적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매각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권재현·이호준기자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