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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통령이 회의 중에 뜬금 없이 50개 생필품의 가격은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당국자들은 50개가 뭔지 궁금했지만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다른 부서에는 뭔가 지시가 내려간 사항인가보다 하고
회의 중에는 물어보지 않고 다른 부서에 전화해서 물어봅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였습니다.
국정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대통령의 지시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각 부서에서 대통령에게 재확인을 요구할 수 있어야 정상일텐데
각 부서는 다시 물어보지도 못하고 전전긍긍만 했습니다.
어쩌면 각 부서의 전전긍긍을 대통령은 신문을 보고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2.
이번에는 대통령이 하루 220대의 차량만이 통과하는데도
많은 수의 인원이 근무하는 톨게이트를 언급했습니다.
그런 톨게이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통령이 봤다고 하니 그렇게 보고하지 못하고
도로공사측은 전국 톨게이트를 이잡듯 뒤지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통계를 다시 내서
억지로 하루 280대가 지나가는 최근 만들어진 톨게이트를 ‘만들어’ 냅니다.
그나마 전체 통계를 내지도 않고
통행량이 적었던 한두달의 실적만 가지고 그런 톨게이트를 만들어서
인원감축을 하겠다고 합니다.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일견 쿨해 보입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보입니다.
하지만 위의 두가지 일화는 그런 모습이 그냥 권위적이지 않은 척 하려는 가식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게 합니다.
대통령도 착각을 할 수 있고,
대통령이 착각한 부분이 있다면 아래 사람들이 그 부분을 지적할 수 있어야
국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건 상식입니다.
어디에든 아래 사람이 자신의 말에 반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권위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한국에서 꽤 흔히 볼 수 있는 보스 유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배가 산으로 가는 일도 종종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런 유형의 보스라면
앞으로 negative feedback 실종으로 인한 국정 운영의 차질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보스가 경직된 사람일 때 아래 사람은 직언보다는 몸조심을 하게 되어 있고,
그런 경향은 공직 사회에서 더욱 강하기 때문입니다.
5년 후 거함 한국호가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