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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회사에서 Layoff가 있었습니다. 오늘 동료들 한테 물어보니 회사
전체 인원의 10%정도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작년 회사 실적이 별로 좋지 못해서 최근에 한참 restructuring이 진행
되고 있던 차였고, 이제 막 새 조직이 다 가다듬어져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는 분위기 였는데, restructuring의 마지막 단계로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저희 쪽 VP 한테 오늘 물어보니 전제적으로 layoff 규모나
대상이 2주 전쯤 정해졌고, 그 사람들을 제외한 상태로 조직을 정비해
왔었나 봅니다. 근데 이번에 나가게 된 Marketing VP는 얼마전 부터
언질을 받았었는지 자기 office에 쳐박혀서 두문불출이었는데,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수요일에 VP가 직접 물러서 알려주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
고들 있었습니다. 저처럼 중간 level manager들도 모르고 있었구요.
(layoff 된 사람이 있는 team의 manager들은 대상자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수요일 아침에 conference call로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VP가
오더니 Marketing VP하던 K가 회사를 그만두니 인사를 하라고 해서 다들
깜짝 놀라 일어나서 그 사람과 인사를 했습니다. 전 하필 그 순간에
전화 상대편에 있는 사람이랑 얘기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K랑 얘길 못했
는데, K가 제 쪽으로 오더니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고 돌아서더군요.
이번에 나간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K는 일도 잘하고 이 업계에서
굉장히 오래 잘 career를 쌓아오던 사람이고, Marketing 치고는 드물게
technical한 깊이가 있고 잘 이해해서 저도 참 같이 일하기 좋았었는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이 사람이 나가게 된 건, 큰 business unit 두
개가 합쳐지면서 (우리 쪽이 저쪽으로 흡수 합병 된 겁니다) 그 쪽 GM이
VP level은 자기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을 쓰겠다고 해서 K 의 실력과
무관하게 political 하게 결정이 된 셈이죠.또, 인도에 있는 team의 한 manager는 자기 wife가 옆 team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wife가 이번에 그만두게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충격이
좀 컸는지 요 며칠 일을 손에서 놓은 것 같구요.이렇게 회사 분위기도 흉흉하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안된 상황인데
어찌 하다보니 저만 어떻게 전에 하던 일보다 훨씬 큰 responsibility를
덤으로 얻게 됐습니다. 제 입장에선 좋은 기회고 어려울 때 인정을
받게 되서 좋기도 하지만, 여러 모로 마음이 참 무겁네요. 새로 저한테
dotted line으로 report 하게 된 사람들이 한 열 댓명 정도 되는데, 그
사람들 대하기도 꽤 조심스럽구요. (제가 일하는 쪽은 Layoff 때문에
이렇게 바뀌게 된 건 아니지만요)경기가 안좋아진다는 말이 많은데, 기름 값이랑 장보는 값이 비싸게
드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른 걸 못느끼다가 이런 일이 생기니까 생각이
많아 지네요.앞으로 VP level로 올라가면 훨씬 더 job security가 떨어지는 거
같아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점점 회사에서 저희 product team에
주는 부담이 커지기도 하고 앞으로 여러모로 참 힘들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집사람은 아이들이 점점 커지면서 더 힘들어 하는데 말이죠.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경기가 나빠지는 걸 회사에서 많이 체감하실
수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