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

  • #83561
    Manager 71.***.75.251 8944

    엊그제 회사에서 Layoff가 있었습니다. 오늘 동료들 한테 물어보니 회사
    전체 인원의 10%정도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작년 회사 실적이 별로 좋지 못해서 최근에 한참 restructuring이 진행
    되고 있던 차였고, 이제 막 새 조직이 다 가다듬어져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는 분위기 였는데, restructuring의 마지막 단계로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저희 쪽 VP 한테 오늘 물어보니 전제적으로 layoff 규모나
    대상이 2주 전쯤 정해졌고, 그 사람들을 제외한 상태로 조직을 정비해
    왔었나 봅니다. 근데 이번에 나가게 된 Marketing VP는 얼마전 부터
    언질을 받았었는지 자기 office에 쳐박혀서 두문불출이었는데,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수요일에 VP가 직접 물러서 알려주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
    고들 있었습니다. 저처럼 중간 level manager들도 모르고 있었구요.
    (layoff 된 사람이 있는 team의 manager들은 대상자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수요일 아침에 conference call로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VP가
    오더니 Marketing VP하던 K가 회사를 그만두니 인사를 하라고 해서 다들
    깜짝 놀라 일어나서 그 사람과 인사를 했습니다. 전 하필 그 순간에
    전화 상대편에 있는 사람이랑 얘기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K랑 얘길 못했
    는데, K가 제 쪽으로 오더니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고 돌아서더군요.
    이번에 나간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K는 일도 잘하고 이 업계에서
    굉장히 오래 잘 career를 쌓아오던 사람이고, Marketing 치고는 드물게
    technical한 깊이가 있고 잘 이해해서 저도 참 같이 일하기 좋았었는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이 사람이 나가게 된 건, 큰 business unit 두
    개가 합쳐지면서 (우리 쪽이 저쪽으로 흡수 합병 된 겁니다) 그 쪽 GM이
    VP level은 자기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을 쓰겠다고 해서 K 의 실력과
    무관하게 political 하게 결정이 된 셈이죠.

    또, 인도에 있는 team의 한 manager는 자기 wife가 옆 team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wife가 이번에 그만두게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충격이
    좀 컸는지 요 며칠 일을 손에서 놓은 것 같구요.

    이렇게 회사 분위기도 흉흉하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안된 상황인데
    어찌 하다보니 저만 어떻게 전에 하던 일보다 훨씬 큰 responsibility를
    덤으로 얻게 됐습니다. 제 입장에선 좋은 기회고 어려울 때 인정을
    받게 되서 좋기도 하지만, 여러 모로 마음이 참 무겁네요. 새로 저한테
    dotted line으로 report 하게 된 사람들이 한 열 댓명 정도 되는데, 그
    사람들 대하기도 꽤 조심스럽구요. (제가 일하는 쪽은 Layoff 때문에
    이렇게 바뀌게 된 건 아니지만요)

    경기가 안좋아진다는 말이 많은데, 기름 값이랑 장보는 값이 비싸게
    드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른 걸 못느끼다가 이런 일이 생기니까 생각이
    많아 지네요.

    앞으로 VP level로 올라가면 훨씬 더 job security가 떨어지는 거
    같아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점점 회사에서 저희 product team에
    주는 부담이 커지기도 하고 앞으로 여러모로 참 힘들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집사람은 아이들이 점점 커지면서 더 힘들어 하는데 말이죠.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경기가 나빠지는 걸 회사에서 많이 체감하실
    수 있으신지요?

    • 산들 74.***.171.216

      저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기에 회사내부의 실제적 불경기 체감은 적지만 제 주변에도 슬슬 불경기로 인한 회사의 구조조정 영향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보고있답니다. 내 자리를 지킬수있다는 안심과 함께 언제 또 레이오프의 바람이 불어닥칠지 불안해하는 안타까운 현실….아…정말…언제쯤 이 불경기의 끝이 보일런지요….

    • eb3 nsc 69.***.54.182

      예전 한국에서의 IMF 직전에 대기업(H)다닐때, 구조조정 할때 정말 다음날 일어나서 나가기가 싫었는 기억이…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조정 대상이 되서, 아는척하기도 안타깝고, 눈마주치기 조차 미안했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별로 체감할수없는 회사지만, 남편이 여기서 하는 사업은 많이 힘이 드네요.. 사람들이 돈을 안쓸려고 하니, 저희도 힘들고… 빨리 경기 회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1234 24.***.29.219

      911이후 불기 시작한 layoff에 대해서 이젠 모두 무감각 해진듯 합니다. 처음에는 회사내에 소문도 많고 하더니 이제는 모두가 체념한듯 레이오프에 무감각하고 걱정도 안합니다. 최근의 대량 레이오프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연봉순으로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연차가 많고 연봉이 많으면 레이오프 대상자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 ISP 24.***.100.74

      뭐 저는 진작에 레이오프를 당했고, 다행이도 노티스 받는 날짜전에 다음잡을 이미 잡아놔서 큰문제 없이 넘어 갔습니다. (전에 레이오프 한번 당했던게 경험된듯 :)) 그러구 보니 저는 벌써 레이오프가 두번째네요.
      2달전에 레이오프를 당하고, 전 보스하고 만나서 술을 마셨는데 그러더군요.
      남은 팀원 20여명중에서 하나를 더 레이오프 시켜야 하는데, 도저히 할사람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그중에서 레이오프 당하더라도 잡을 가장 빨리 잡을수 있는 사람을 골랐다 하더군요. 이게 좋은소리인지 나쁜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덕분에 팩키지 받아서 현찰 좀 챙겼고, 월급도 많이 뛰었고, 뭐 나름 이번에는 괜찮은 레이오프 같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 레이오프 2번쯤 당하고 나니까, 뭐 별로 겁이 나지가 않습니다.

    • Cheese 68.***.42.245

      재작년인가 큰 규모의 감원이 있었을때, 그 안에서 살아남은 걸 다행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가끔 그때 나간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데, 모두들 오히려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하고 있더군요. 그 후에 저 스스로도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몇 번 시도 했었으나, 뜻 대로 되지도 않고, 지금은 집값이 너무 떨어져서 집을 팔아도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더라구요. 차라리, 재작년에 옮겼으면… 하는 맘이 절로 납니다…
      암튼, 어떤 면에서는 layoff 당해서 팩키지 받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금전적으로 많은 이득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바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 올림피아 71.***.98.76

      한국에서 소위 IMF 금융 구조조정으로 통폐합된 은행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지점 근무중이여서 새벽에 삐삐받고 나서 금고 지켰던 기억이 새록합니다. 고용승계 및 팩캐지가 주어지었지만, 흔하지 않은 일이였기에 다들 매우 고통스러워햇습니다. 더더욱 자신이 준 공무원이라 생각하고 있던 대부분의 은행원들에게는..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 주에서는 경기가 더더욱 나빠진다고 주경제 관료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경기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히 예측되어지는 것인지 의야하지만, 왠만해서는 좋은 신호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 처와 합의하에 가능한 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공직이라는 특성이 Layoff와는 다소거리가 있어서,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King County에서 10% 가까운 Layoff가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를 카운티 고위급에게 전해들었습니다. 주정부에서 시로 전직하면서, 매번 급여에서 노조비로 내는 것이 새삼 든든해 졌습니다. (IFPTE)

    • 건들면 도망간다 71.***.207.179

      한참을 잊고 살았던 layoff라는 말을 오늘 듣고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저희역시 IMF때 대기업고위직이었는데 명퇴말이 나오면서 며칠도 안되서부터 그 회사분위기자체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제일먼저 손들고 우리 네식구 명퇴금으로 차라리 공부나하자고 나왔지요. 모두들 무슨배짱이냐고 숨겨논 어마어마한 재산이라도 있냐고 붙들고 질문들을 했지만 가감히 결행에 옮긴 그 용기는 무엇인지 지금도 저 자신 아리송하지만 어쨋든 다 살아남았고 아이들과 남편 다 원하던대로 전문직자격증따서 지금은 layoff라는 말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직장에 몸담고 있는 한은 잊을 수 없는 단어가 되겠죠. 모르면 무식하다고 주부의 위치에만 있다가 오직 어머니라는 위대한 단어의 힘을 빌어 남편과 별개로 비지니스를 시작하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며, 휴렛페커드사에서 layoff한 백인 두명을 고용해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일하고 직위도 꽤 높으셨을텐데 조그만 동양여자 가게에서 일하면서도 주말 주급을 받을때면 일하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멘트를 잊지않고 사는 삶의 자세는 본받아야할 점입니다. 그 옛날 남편의 동료들은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에서 조금도 헤어나지 못하시고 지금은 아직도 얼마든지 일할나이임에도 관악산등반으로 소일하시죠. 삶에는 항상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실수가 싫은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려고 하지않는것이 더 나쁜것이라는 말도 있지요.

    • Manager 71.***.78.126

      본의 아니게 이 글이 대문에 링크가 되서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별로 좋은
      기분으로 쓴 글도 아니고 여럿이서 왁자지껄 떠들만한 주제도 아닌 것 같
      아서 좀 기분이 씁쓸했는데, 여러 좋은 답글을 달아주시는 걸 읽으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읽으실 수
      있어서 잘됐다는 생각도 들구요. 좋은 답글 감사합니다.

    • 당한이 194.***.126.70

      1년반전에 당했죠..
      가능한 빨리 새 자리를 잡는 것이 좋겠제요.
      다행히 몇일전에 제의가 하나 있어서 소문 나던날 바로 연락해서 발표날 인터뷰 결정을 하였습니다. 결과는 layoff 보너스랑 signing bonus로 4-5개월치 월급을 챙겼더니 이번에 돌려주는 택스refund와는 거리가 멀어졋네요.

    • 운영자 70.***.206.233

      Manager님, 공유하면 좋을 글 같아 대문에 걸었었는데 본의 아니게 마음 쓰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저도 이전에 경기 악화로 Layoff 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는 요즘,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고민의 시간을 갖게 해준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Manager 71.***.78.126

      운영자님께서 친히 답글까지 달아주시고 영광이네요. :) 죄송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저도 덕분에 더 많은 분들 답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얼마 안되는 한국 분들중 몇 분도 이번에 영향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오늘 전해 들었습니다. 참 남의 일 같지 않네요.

    • done that 74.***.206.69

      iSP님의 말씀을 들으니 신랑의 레이오프가 생각나네요.
      보스가 불러서 해고통지를 주고 난 지 일년반만에 다시 일하러 오라고 전화가 오더군요. 그래서 신랑이 물어 보았읍니다. 다시 필요한 직업인데 왜 해고를 했냐고 했더니 대답은 –
      너희는 자식도 없고 마누라도 잘벌고 돈이 걱정이 없지만, 보통 사람들은 모게지에 학교다니는 자식들에다가 아내 직장들은 변변치 않은 데 자를 수있겠느냐고? 인간의 정이 그런 일에도 많이 작용을 하는 가 봅니다.
      신랑은 덕분에 파트타임으로 하고 싶은 일만 해서 스트레스가 줄어서 좋다고 하더군요. 전화위복이란 말을 믿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