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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8 decolore
샌프란시스코 — 인텔 (Intel Corp.) 직원 데보라 케슬러 (Deborah Kessler)의 책상 너머에는 6칸도 충분히 됨직한 넓은 공간에 외국인 하이테크 기술진들을 위한 취업용 H-1B 비자 신청서들로 꽉 채워진 10개의 대형 회색 서류용 캐비넷들이 딱 버티고 있다.
이 캐비넷들도 단지 현재 처리중인 서류들만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다른 캐비넷 무리가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다.
산타 클라라의 반도체회사 인텔은 지난 98년 초부터 지금까지 이 비자 프로그램으로 1,150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했다. 인텔의 이민 프로그램 담당 책임자인 케슬러는 9명의 부하 직원들과 함께 이 성가신 서류일을 처리하고 있다.
인텔외에도 실리콘밸리에는 오라클 (Oracle),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Applied Materials), 노텔 네트웍스 (Nortel Networks) 등을 비롯해 수많은 주요 하이테크 회사들이 수천명의 H-1 비자 소지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8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연감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약 2%에 불과한 베이지역 (샌프란시스코만 주변 실리콘 밸리)이 미 전국 H-1B 비자 근로 신청서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6년 10월부터 올 5월까지 미 노동부에 등록된 신청서들
사실 지난 4년동안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에 있는 회사들은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제외하고 미국 전체에서 가장 많은 H-1B 비자소지자 고용 허가를 노동부에 신청했다.
기술회사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자사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꼽는다. 기술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들과 엔지니어들,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고도의 첨단기술력을 갖춘 사람들을 미국에서만 찾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 지역의 H-1B 비자 소지자들이 맡고 있는 일의 62%가 컴퓨터나 전자공학분야다. 전국 평균도 48%에 달한다.
H-1B 비자 프로그램은 실리콘 밸리외에도 여러 지역에도 마찬가지다.
노동부의 자료들에 따르면 워싱턴과 뉴저지, 매사추세츠, 그리고 뉴욕에 있는 회사들은 캘리포니아보다 1개 업체당 H-1B 채용인원이 더 많다.
H-1B 비자 연간발행한도의 확대를 지지하는 산업그룹인 미국전자공학협회 직장문제담당 책임자인 톰 스톨러 (Thom Stohler)는 이 프로그램이 "전국적인 문제"라고 꼽고 "보스턴, 롱 아일랜드, 아틀랜타, 달라스, 그리고 오스틴 등의 지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 하이테크 산업에서 실리콘 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크지만 여러 다른 지역들도 많은 대형 기술회사들을 두고 있다.
워싱턴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리노이주에는 모토롤라, 뉴욕주에는 IBM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대도시 뿐 아니라 지방에서 활동하는 중견기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방이 근로자를 구하기가 용이하고 집세도 싸기 때문이다.
산호세의 시스코 시스템스 (Cisco Systems)는 뉴햄프셔의 오래된 디지털장비 제조공장을 새로 단장하고, 아울러 보스턴 교외에 웅장한 종합사옥을 세울 계획이다.
숱한 비 기술회사들도 H-1B 프로그램을 이용해 회계사와 매니저 등 각종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다. 노동부는 자료에서 심지어 성직자와 패션 모델도 이프로그램으로 채용된다고 밝혔다.
이들 전문가들의 채용은 전통적으로 ‘H-1B 근로자는 모두 컴퓨터프로그래머’라고 얘기를 듣는 기술의 본고장 베이 지역에도 절실한 일이다.
실제로 노동부 자료들을 보면 샌프란시스코가 팔로 알토나 쿠퍼티노 그리고 산호세를 포함해 산타 클라라 카운티의 도시들중에서 업체들이 H-1B 근로자들을 가장 많이 채용하기를 원하는 도시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UC 샌프란시스코 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 Francisco)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명의 연구진들을 채용하고 있다. KPMG 등을 비롯한 주요 5대 회계법인회사들도 H-1B 직원들을 가장 많이 채용하는 층이다.
이 통계연감은 지역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노동부의 H-1B 채용요청서류들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이 프로그램에 의한 근로자 채용의 첫번째 단계로 H-1B 비자 소지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서 노동부에 요청서를 보낸다. 그 다음에 회사들은 이민국 (INS : Immigration and Naturalization Service)에 특정 직원의 비자를 신청하게 된다.
그러나 비자를 발행하는 이민국은 H-1B 비자 소지자의 실제 근무처와 급여 액수등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노동부의 데이타를 가장 많이 참고한다고 밝혔다. INS 대변인은 INS가 비자를 요청하는 회사를 조사하지만, 근무부서와 봉급은 조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동부가 승인한 베이 지역의 H-1B 비자 소지자의 평균 연봉은 5만 7,000 달러다. 전국 평균은 5만 달러다. 그러나 업체들이나 직종들마다 연봉은 상당 폭 달라진다. 예컨대 엑스오리엔트 (Xoriant)는 컴퓨터 프래그래머에게 4만 달러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지급한다. 다른 곳은 이보다 훨씬 많다.
비판자들은 H-1B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에 비해 스탁옵션과 승급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결국 같은 직종의 미국인 경쟁자들의 급여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비판한다.
전기전자학회 미국 지회 (IEEE :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USA) 지회장이었던 폴 코스텍 (Pol Kostek)은 H-1B 근로자들이 직업 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대한 회사와의 협상 능력이 낮다고 지적했다.
채용 회사가 "그린카드 (green card) 소지자"로 미국에서 영구적인 근무를 할 수있는 영주권 신청에 들어가면 해당 직원은 이 회사를 쉽게 그만 둘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INS의 까다로운 조건으로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H-1B 비자의 유효기간은 단 6년에 불과하다.
코스텍 전 지회장은 이에 대해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상적인 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인텔의 케슬러는 H-1B 비자 직원들의 급여가 낮다는 주장에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신청 과정이 너무나 복잡해서 부서 직원들이 신청서 한장을 처리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린다고 밝혔다. 더우기 근로자들이 지역들을 옮겨다니면 업무가 더욱 과중해지는 일이 잦다.
케슬러는 새 H-1B 비자법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외국인 직원들을 많이 채용하는 일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녀는 "12년의 인텔 근무동안 이 새로운 법이 생긴 게 가장 큰 경사"라고 반겼다.
샌프란시스코 — H-1B 비자 근로자들의 직업
통계연감은 노동부에 접수된 88만장의 전국 H-1B 근로자 근무 신청서도 분석했다.
이 신청서들은 지난 96년부터 2000년 5월까지 접수됐다. 관련 업체들이 대행사를 통해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노동부 자료 통계치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노동부 자료들은 대부분의 H-1B 소지자들의 근무처를 알 수 있는 좋은 근거다.
베이 지역의 H-1B 소재지
샌프란시스코 19%
산타클라라 16%
산호세 12%
서니베일 6%
프리몬 4%
마운틴 뷰 4%
팔로 알토 3%
산 마테오 3%
쿠퍼티노 2%
H-1B 직종
업체들은 대부분 컴퓨터프로그래밍과 같이 전문적 기술을 지닌 H-1B 근로자를 원한다. 특히 베이 지역의 회사들이 컴퓨터 관련 직무를 담당할 근로자를 찾는데 적극적이다.
베이 지역
시스템 분석 및 컴퓨터 프로그래밍 43%
전기/전자 엔지니어링 12%
기타 컴퓨터 관련 7%
미국 전역
시스템 분석 및 컴퓨터 프로그래밍 39%
전기/전자엔지니어링 4%
기타 컴퓨터 관련 5%
회사별 근무인원
다음은 노동부에 H-1B 근로자 허가를 요청한 베이지역 회사들이다. 여러 회사들은 이 수치들이 실제보다 많다고 꼽았다. 실제로 고용하거나 비자 신청을 내는 수는 이보다 보통 적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데이타는 H-1B 비자 소지자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들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엑스오리엔트 8,796
인텔 6,452
오라클 5,331
노텔 네트웍스 4,929
내셔널 세미콘덕터 3,349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3,099
휴렛 팩커드 2,896
비치우드 컴퓨팅 2,832
시스코 시스템스 1,555
UCSF 1,461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1,352
IBM 1,155
스카이텍 872
평균 연봉
베이지역 5만 7,210 달러
미 전역 5만 411 달러
노동부에 제출된 신청서에 기재된 연봉을 참고. 오차를 감안해 1만 5,000 달러 이하와 50만 달러 이상은 대상에서 제외됨.
Translated by Gabriel Kim
iBiztoday.com Seoul Bureau Staff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