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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가 말했던가? 모르는게 약이라고…
그 당시 유행하던 배낭여행 필독서였던 책(책제목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 유럽을 간다였던거 같은데…)을 펼쳐보이고는 침까지 튀겨가며 필요한 준비물이며 심지어는 어떻게 배낭을 꾸려야 하는 지까지 설명을 마치고는 한심하다는 듯 날 보는 옆자리 그 친구때문에 나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하지만 막무가내 무대뽀 정신으로 똘똘 무장한 우리의 만기~~~ 사람사는 곳으로 가는데 설마 살아남지 못할손가? 뭐 어떻게 되겠지? 등등의 생각으로 곧 불안함을 날려버리고는 처음 타 본 비행기 속 풍경에 마냥 신기한 듯 두리번 두리번…
대한의 날개 대한항공 선전에서 보던 예쁜 승무원 언니들에 대한 환상(또는 흑심?)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던 터라 거의 우리 동네 아줌마 수준의 백인 승무원들이 제복을 입고 왔다갔다 하던 기내는 실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야… 이거 승무원들이 이렇게 아줌마들만 있었도 되는거냐? 이쁜 언니들은 다 일등석에만 있는건가?’
‘아~~이~~~ 형?! 외국 항공사 비행기 첨 타봐요?’
‘어’
‘원래 외국 항공사는 다 그래요? 우리나라 항공사처럼 예쁜 승무원들 없어요’
‘정말? 이런 제~~~길~~~ 넌 비행기 많이 타 봤나보다?’
‘네… 여기 저기 많이 다녀 봤죠 뭐…’
‘우와… 유럽도 가 봤었니?’
‘아뇨… 유럽은 처음…’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차에 갑자기 누군다 등을 쿠~~욱 찌른다.
뭐~어~야~씨… 이런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던 난 흠칫…
앞쪽에 보이던 제복입은 아줌마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빛(?)나는(아시겠지만 실제 제복이 달랐다는 것은 아니랍니다.) 제복을 입은 만기의 그녀(?ㅋㅋㅋ)가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백인이 아닌 한국승무원… (키야호~~~ 으메 예쁜거~~~)‘~~~~~~’
으~잉~ 뭐야? 왜 보자마자 욕을? 이런 눈빛을 날려주는 만기에게…
‘~~~ like ~~~’
뭐… 허~엄…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 하다니 옆에 사람도 있구만… 너무 들이대는 거 아니야?…
‘~~~ like~~~?’
아~~~ 내가 좋아하냐고? 난 언니가 날 좋아한다는 줄 알았지~~~? 아무리 언니가 예뻐도 그렇지… 공주병이 심하네 그려… 이건 아니지…
‘no’ (대답시 만기 속 마음: 언니가 안 좋다는 건 아니고… 좀 더 우리 시간을 두고… 뭐 이런 뜻으로…)
한데 우리 예쁜언니 내 대답을 듣자마자 내 옆자리 친구에게…
‘~~~ like ~~~?’
(아니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내가 아무리 싫다고 얘기했기로서니 바로 다른 남자에게 그것도 바로 옆사람에게 들이대다니?!)
‘~~~~~~’
(헉!!! 이 녀석이 욕을~~~)
경외의 눈빛으로 옆자리 친구를 바라보는 사이 우리 예쁜 승무원 언니는 옆자리 친구에게 물을 따라주고는 앞으로 이동한다.
그랬다. 좋아한다의 like가 아니였던 것이다….바로 윗 사항을 내 잡생각들을 빼고 정리하면…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no’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Water please!!!’
였던 것이다.아~~~ 목마르다… (영어 공부 좀 할껄~~~이런 간단한 말 한마디도 못알아 듣다니…ㅠ.ㅠ…)
옆좌석에서 물을 마시던 친구를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못난 자신에 대한 화풀이를 담은 더 못난 한마디…‘왜 저 언니는 한국사람같은데 한국말로 안하고 욕을 한다냐~~~?’
비행기 거의 끝부분 (뒤에서 5~6번째줄 정도로 기억됨)에 앉아있던 나는 뒤에서부터 음료수를 나눠주며 앞으로 조금씩 나가고 있는 그 여승무원을 바라보며 그녀가 서빙이 끝날때까지 마른침으로 갈증을 이겨내야만 했다. (거참… 사막도 아니고~~~ 덕분에 필요한 영어 한마디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음을 뼈져리게 느꼈다는…)
마침내 그녀가 카트를 제자리로 갖다 놓으려는지 내 옆을 스쳐 지났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에 대한 흑심(?)… 뭐 이런 이유…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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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목 말라 죽을 뻔 했다.어쨌든 그녀는 비행기 맨 뒤로 가서는 무슨 문을 열고 스윽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당시 내가 탔던 비행기에는 비행기 맨 뒤에 승무원들이 기내식, 음료수 등을 보관하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를 무엇이라고 부르는 지 잘 모르겠음.)
물한잔 달라는 말도 못하고 따라만 가던 나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으로 문 앞에서 그녀가 나오기 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조금 시간이 지나자(실제로는 꽤 길게 느껴졌음) 문이 열리며 그녀가 나오다가 문 앞에 장승처럼 버티고 선 나를 보며 깜짝 놀라더니 이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
아~~~ 이 놈의 물결표시~~~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그녀가 말한 물결표시는 영어다…
‘저… 물 좀…’
창피함(쪽팔림)에 쭈뼛거리며 얘기하는 만기에게 다시 비수를 꽂는 그녀…
‘~~~~~~~’
에라이… 모르겠다. 아까보다 훠~얼~씬 큰 소리로…
‘물 좀 주세요~~~’
그녀 잠깐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웃어주며…
‘저… 한쿸말 자~알 못테요~~ Sorry… 그런데도… [물] 알아요… water…’
그러니까 물이 뭔지 안다는 소리… 살았다…
‘네… 물 좀 주세요~~~’ (제발…)
그녀는 나오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더니 금방 손에 물을 들고 나타나서는 내게 내밀었다.
매가 병아리를 낚아 채듯 그녀 손에 들려있는 물컵을 낚아채서는 숨도 안 쉬고 벌컥벌컥…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묻는다.
‘또… 물?’
‘네… 좀 더…’그녀가 들어갔다 다시 나온다. 냅다 벌컥 벌컥…
‘또?’
‘네…’그녀가 들어가더니 이번에 조금 시간이 걸린다. 다시 나온 그녀 손엔 물컵이 아닌 물병이 들려있다. 아마 이걸 찾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나 보다. 물병을 내밀던 그녀 손이 어찌 그리 예뻐보이던 지…
‘감사합니다. Thank you!!!’
‘You’re welcome!!! Anything else?’
‘아니요~~~’갑자기 쑥스럽게 느껴져 말꼬리를 흘리며 제자리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 걸음을 떼어 놓는 순간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덥석 잡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와 나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다음 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4 – 독일의 날개 루프트한자(Lufthansa) 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