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24 – 유럽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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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기 24.***.74.254 14601

    바르셀로나에서의 기억은 그리 또렷한 편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 몇가지만 간추려 보고자한다.

    먼저… 바르셀로나에서 머물게 된 민박집이 태권도장 관장님이라는 것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만기 일행… 또 숙박비를 굳힐 수 있었으니 그 경과는 이러하다…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한 관장님댁에는 이미 도착해 있던 다른 배낭족들로 인해 더이상 만기일행을 받아줄 수가 없는 상황…

    더군다나 떡하니 나타나신 관장님만 믿고 갔던터라 유스호스텔을 알아보기에도 늦은 시각…

    그래서 관장님께 도장에서 잘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과정에 도장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설득중 만기가 오랫동안 태권도를 했다는 사실 유포…^^

    결국 바르셀로나 있는 동안 잠은 도장에서 그리고 아침은 관장님댁에서 먹는 것으로 결정…

    집에서 재워주는 것도 아닌데 숙박비를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부하시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관원들에게 만기가 특별수련 2시간 해주는 것으로 숙박비 대체…

    기필코 플라멩고를 보고야 말겠다는 만기의 고집으로 어느 겉이 허름해보이는 식당에서 저녁과 함께 50-60대 할머니가 보여주는 댄스 관람… (처음엔 댄서로는 좀 늙어보이는 분이 등장해 실망했다가 너무나 정열적인 댄스에 감동먹음)

    떠나는 날 관장님의 배려로 차를 얻어 타고 어느 항구를 구경하고 점심까지 얻어 먹은 후 기차역까지 배웅해주신 관장님 내외분과 아쉬운 작별…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이제 또 시, 공을 넘어가 보기로 하자…

    장소는 융프라우를 오르기 위해 하루 머물게 될 융프라우 산자락까지 가는 기차안…
    만기보다 몇일 앞서 파리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아영이와 현주의 스케쥴에 맞춰 융프라우를 구경하고 파리로 갈 예정으로 기차에 오른 만기일행은 산길을 오르는 기차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흠뻑 취해 있었다.

    기차에 오르기전 구입하지 못한 담배로 인해 끽연의 욕망이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던 만기…
    살짝 열렸던 다시 닫히는 객차 문틈으로 스며드는 담배연기에 최면이 걸린 듯 일어나 걸어나가는데…

    ‘I am sorry… are you Korean?’
    ‘Yes…’

    조금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간단히 대답하는 이 아가씨…
    우선 키가 무척크다… 굽이 약간 있는 신을 신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170…
    큰 키에 어울리는 트랜치코트를 걸쳐 입고 한쪽 다리를 난간에 척 걸쳐 올린체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양새가 여느 배낭족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저… 초면에 실례지만 담배 하나 얻어 피울 수 있을까요?’

    말없이 트랜치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 담배와 라이터를 쑥 꺼내 앞으로 내미는 이 아가씨의 정체가 궁금해지고…

    ‘감사합니다… 저… 근데… 배낭여행하시는 분은 아닌가봐요?’

    그녀와는 반대편 객실쪽으로 몸을 기대며 마주보고는 질문을 던지는 만기를 한번 쳐다보더니 역시나 짧은 대답을…

    ‘네…’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잽싸게 말을 이어가는 만기…

    ‘그럼… 유학생?’

    이어지는 질문에 조금 귀찮아 할것처럼 보이던 이 아가씨…
    전혀 그런 내색없이 갑자기 살짝 웃어보이며…

    ‘네… 졸업하는 유학생… 배낭여행 하시나봐요?’

    어느새 다 태운 담배를 끄며…

    ‘네… 들어가셔서 말씀을 좀 더…?’

    같이 객실로 들어와보니 마침 만기일행의 뒷자리…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는 만기…

    ‘그럼… 스위스에서 유학을?’
    ‘아니요… 파리에서 유학중인데… 이제 졸업만 남겨두고 귀국전에 여행좀 하다 가려고…’
    ‘네… 그럼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
    ‘앗!!! 그러시면 혹시…’

    이렇게해서 또 주저리주저리 현희누나이야기가 나오게되고 또 만기의 여행담으로 이어지게되니 내 이야기에 끼어들어 추임새를 넣어주던 현주, 아영, 철승과도 자연스럽게 인사가 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가씨는 아예 자리를 우리칸으로 옮겨 수다를 이어가다가는 결국 기차에서 내려 융프라우 산자락에 위치한 숙소까지 같은 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해결한 후 꼼꼼한 아영이가 여행정보책을 펼쳐보이며 내일 융프라우 등반 기차에 대한 정보를 일러주는데…

    ‘그래서… 내일 아침 첫 기차로 갈거면 오늘 미리 예약을 하는게 좋데요…’
    ‘그래… 그럼 나랑 철승이랑 갔다오지 뭐…’
    ‘근데… 40명이상 단체표를 끊으면 할인이 된다는데… 여기 한국 사람들 다 모으면 그 정도 안될까 아저씨?’
    ‘글쎄… 얼마나 할인 되는데…?’
    ‘그건 안 나와 있는데… 그래도 한번 모아보는게…’
    ‘그럴까? 그럼… 빨리 알아봐야 겠는데… 표 파는곳 문 닫을 시간 다 되어가잖아…’

    그렇게해서 다 파악한 인원이 27명…
    40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라 포기하자는 말에…

    ‘무슨 소리야? 이제와서… 기다려봐… 저기 밑에 또 숙소하나 더 있더구만… 내가 가서 더 모아서 아예 표까지 끊어올께…’

    급한 걸음으로 숙소 입구를 빠져나가는 만기를 따라 아까 그 기차에서 만났던 아가씨도 따라 나서며…

    ‘혹시 할인하게 되면 제가 통역이라도…’

    이렇게 다른 산장까지 들러 모아보니 총인원이 43명…
    다시 바쁜 걸음으로 매표소에 도착하니 다행이 아직 문을 닫지 않고 있었고…

    따라온 아가씨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 끝에 우리는 40명이상이라고 할인을 해 주는것은 아니지만 대신 단체객들을 인솔하는 가이드와 보조가이드 두명의 티켓을 공짜로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융프라우 등반 열차의 표가격이 환산하면 약 6만원정도 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같이간 그 친구랑 내 기차표 값을 지불하지 않았으니 약 1시간 정도 발품을 팔아 12만원을 절약한 셈이었다.

    그 친구와 상의 끝에 사람들에게 할인대신 공짜표 받은 이야기를 하고 대신 남는 돈으로 한국 사람들끼리 맥주를 사서 마시는 것으로 결정한 후 우리 숙소가 아닌 다른 산장 사람들을 우리 숙소로 오도록 전하고는 우리 숙소 사람들에게도 사실을 알렸다.

    이윽고 만기일행과 그 아가씨가 이리저리 준비한 맥주파티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고 화려하진 않지만 꽤 근사한 우리들만의 즐거운 시간이 흘렀다.
    만기가 발품을 팔아 이런 맥주파티를 하게 되었다는 칭찬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그 소리에 오바의 달인 만기… 괜히 으쓱해져서는 따라주는 잔마다 넙죽넙죽 비워버리는데…

    어느덧 시간이 꽤 흘러 파티장소는 정리가 되어가고…
    혹시나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나 끝까지 옆을 지켜주던 철승, 아영, 현주도 졸린 눈을 비비며 숙소로 돌아가는데…

    ‘아저씨… 빨랑 들어가 자… 아저씨가 가이든데… ㅋㅋ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그래… 오빠… 이제 그만 자…’
    ‘알았어… 니네 먼저 자… 난 여기 마지막 정리 좀 하구…’

    몇병 남지 않은 맥주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며 먼저 들어갈 것을 종용하는 만기…

    ‘그래… 알았어… 빨리 들어가 자…’
    ‘언니? 언니는 안 들어가요?’

    맥주를 같이 하며 어느덧 친해졌음인지 아영과 현주는 그 친구에게 언니라고 불렀고 이제 같이 숙소를 들어가기를 권하고 있었다.

    ‘니네 먼저 들어가… 난 오빠 정리하는 거 도와주고 금방 갈께…’

    나보다 한살 어린 이 친구도 어느덧 내게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두들 들어가고나자 그 친구와 내 사이엔 덩그라니 남은 맥주 몇 병만이 달빛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오빠…’
    ‘어… 왜?’
    ‘오빠 여자 친구 있어요?’
    ‘아~아~니~’
    ‘그럼… 제… 현주는?’
    ‘현주가 뭐…?’
    ‘현주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
    ‘아닌데… 그래 보여?’
    ‘네… 현주가 되게 따르는거 같고… 오빠도 잘 챙겨주는거 같고…’
    ‘에이… 그거야 벌써 오랫동안 같이 다녔으니까 그런거고…’
    ‘그래서… 안 사귀는거에요? 사귀는거에요?’
    ‘어허… 사귀는거 아니라니까…’
    ‘그럼… 한국에도 여자친구없어요?’
    ‘없어… 왜 니가 내 여자친구하게…?’
    ‘진짜!!!’
    ‘야… 얘가 왜 이러냐? 만난지 몇시간 됐다고…’
    ‘뭐… 시간이 문젠가? 오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또 같이 다니면서 일처리하는 거 보니까 맘에 쏙 드는데…’
    ‘야… 야… 그런 농담은 내일 아침에 술깨면 해라…’
    ‘에이… 나 농담아닌데… 하긴… 좀 그렇긴 하다… 현주 눈치도 보이고…’
    ‘거참… 현주랑은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오빠는 아닐지 몰라도 내 눈에 현주는 그런거 같다니까…’
    ‘야…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비워… 빨랑 정리하고 자야지… 가이드 보조…ㅋㅋ’
    ‘내일 여행 끝나면 또 볼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니까… 한국 연락처나 적어줘요…’
    ‘왜? 한국가면 연락할려구…?’
    ‘한국가서도 현주랑 잘 안되면 어떻게 해보려구…ㅋㅋㅋ’
    ‘에이구… 말을 말자… 자 여기 내 전화번호… 한국에서 만나면 내가 한번 쏠께… 연락이나 해’
    ‘알았어요… 들어가요… 나도 들어갈테니까…’
    ‘그래… 지금 자도 2시간밖에 못자겠다… 얼른 들어가…’

    그렇게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신 만기와 그 친구…
    다음날 가이드라는 사명감에 벌떡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융프라우로…
    너무나 아름다웠던 한여름의 설경…
    만기의 짧은 글재주로는 형언이 불가하기에 딱 한마디만 사족을 달아보자면…
    죽기전에 꼭다시 사랑하는 아내와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것…

    융프라우에서 내려와 다시 시, 공을 넘어 이제 파리로 가보자…

    참, 그전에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시 우리만 남은 만기일행(현주, 아영, 철승, 만기)은 파리로 가기전 제네바에 들려 만기가 친구들에게 줄 선물 용도로 스위스 아미 칼…ㅋㅋ (Swiss Army Knife)을 대량구입(14개)한 기억이…

    어쨌든, 여기는 다시 파리 공항…
    정들었던 아영이와 현주를 떠나보내며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는 만기…

    몇일 후 그 공항, 같은 장소…
    현희누나의 배웅을 받으며 49박 50일의 여정을 끝내고는 공항을 빠져나가는 만기…

    아!!! 유럽~~~
    그렇게 끝날것 같지 않던 내 배낭여행의 마침표를 찍으며 파리는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 꿀꿀 136.***.2.25

      이제 배경이 서울이 되는 건가요?

    • eb3 nsc 98.***.14.48

      49박 50일 중에 어느정도 오신건가요??? 하옇튼 대단하십니다.. 인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