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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일어나라 친구들아~~~ 기상’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뜬 나는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던 친구들을 마구 깨웠다. 그리고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 둘씩 일어난 친구들에게 다짜고짜 어제 못다한 유럽여행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친구들아… 나 진짜 가 볼란다.’
‘어디? 설악산?’
‘아니… 유럽…’
‘야… 이놈 진짜가보네… 갑자기 유럽은 왜?’
‘나도 몰라… 그냥…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 보겠냐?’
‘언제 갈려구?’
‘그냥 빨리…’
‘야… 거기가 설악산이냐? 그냥 막 가게… 계획도 좀 세우고, 준비도 해서 가야지…’
‘아이씨~~~ 나 그런게 몰라… 그냥 갈래… 어떻게 가면 될까?’
‘그럼… 배둘레햄한테 연락해봐라… 그녀석 이틀후에 단체 배낭여행 간다고 하던데…’
‘정말?! 진작 말하지… 빨랑 전화해’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신대방역 근처에 살던 베둘레햄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얌마… 빨랑 좀 오라니까…’
‘이 엉아가 여행 준비로 좀 바빠서…’
‘너 배낭여행 간다며?’
‘그래… 한 한달정도 갔다 오려구…’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냐?’
‘너도 가려구…’
‘그래 한번 가 볼란다.’
‘그럼… 이렇게 저렇게… 주저리 주저리…’
‘아~~~ 그 넘 참 말 많네… 그냥 비행기표 어떻게 끊었는지나 말해~~ㅅ’배둘레햄 녀석은 단체 배낭여행으로 20일 그리고 나머지 10일은 혼자 여행하는 패키지를 어느 여행사에서 예약을 해 놓았다고 했다.
‘야… 만기야… 만약에 너 유럽 갈거면 우리 파리 샹젤리제 개선문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0월 00일날(언제였지?) 12시에 만날래?’
‘이~~씨… 거기에서 맥도날드 어떻게 찾냐?’
‘아~~~ 만기야 답이 안 보인다… 어떻게 준비도 하나 없이 알아보지도 않고 가려고 그러냐? 거기 맥도날드 하나 밖에 없거든… 여행정보 책 보면 다 나오는데…’
‘그~으~래?… 너 언제 출발 할 건데…’
‘내일 모레…’
‘그럼 나도 결정되면 내일 알려주마…’
‘그래… 그리고 여행사부터 연락해봐라…’
‘오냐… 전화하마’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5일후 단체로 런던까지가는 단체 배낭객들과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 20여명이 출발하는데 그 사람들은 패키지로 20일 여행을 단체(숙식제공)로 하는 것이고 난 런던에서 2박 3일만 그 패키지 사람들과 다닌 후 50일후에 파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표만 달랑 받는 것으로 홀드해 놓고 여권을 만든 후 다시 예약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대구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그래… 왔니? 고생했지…’
‘고생은요 뭘… 그나저나 저 이번주에 유럽 가 보려구요… 한 50일 다녀올까 해요…’
‘뭐? 유럽?’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께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 아버지께서 여행에 필요한 경비는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신다.
‘뭐… 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것도 있고… 충분할 것 같아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객지에 나가면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니 좀 넉넉히 가져가거라.’걱정이 앞서시는 어머니와는 달리 사는데는 그런 경험도 필요하다며 비행기표값을 챙겨주시며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근데 너 여권은?’
‘(컥… 또 여권…)없는데요…’
‘내일 여권부터 만들어야 겠구나…’
‘어디서 만들면 되죠?’
‘그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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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속성으로 여권을 만든 난 여행사에 전화로 예약을 마치고 배둘레햄 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야~~~ 배둘레햄… 나다… 만기… 거기서 보자… 맥도날드…’
‘너도 진짜 가려구…’
‘그래…’
‘언제 출발하는데?’
‘4일후에…’
‘헉… 그렇게 빨리… 너 준비 하나도 안했잖아?’
‘준비 다 됐어… 오늘 여권 만들었거든…’
‘야… 유럽 여행이 여권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거든…’
‘아~~아!! 맞다… 비행기표도 예약 해 놨어…’
‘으이구… 내가 말을 말자!!! 어쨌든, See you in Paris!!!’
‘뭐라구 임마~~~ 이게 왜 갑자기 욕을하고 지X이여~~~’
‘만기야… 시끄럽고… 나 내일 출발준비 해야 하니까 끊어~~~’그로부터 4일후 김포공항…
‘자 여기 프랑크푸르트 경유해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타실 분들… 주목해 주세요…’
‘넵!!!’
‘여러분들이 타실 비행기편은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이구요… 주저리 주저리….’무슨 말을 하는 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설명을 한 귀로 흘리며 아무 생각없이 서 있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옹기종기 모여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굴리던 맴버중 한명을 미리 찍었다. 꽤 큰 키에 조금 앳되어 보이던 친구였는데 열심히 설명을 듣는 걸로 보아서 그 친구만 잘 따라다니면 런던까지는 무사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난 역시 무대뽀~~~)
이윽고 그 친구가 가는데로, 하는데로 따라하기 시작… 결국 비행기에서도 그 친구 옆자리를 차지하였다.
알고보니 나보다 3살이 어린 친구였는데 군대가기 전에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오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친구 무척 붙임성이 있던 친구였던지라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부터 난 벌써 이 친구에게 말을 놓는 사이가 되어버렸다.‘형… 근데 형은 배낭이 왜 이렇게 텅텅 비었어요?’
‘어… 내가 원래 산에 다닐때 쓰던 배낭이 있는데 친구들이 하도 큰 거 하나 다시 사라고해서 샀더니만… 넣을게 있어야지…’
‘넣을게 없다니… 도대체 뭐 뭐 가져가는데요?’
‘그냥 뭐… 속옷이랑 갈아입을 옷 몇 벌… 세면도구… 그리고… 음… 그게 다네.’
‘헉… 형 그럼… 침낭은?’
‘침낭? 그게 필요한가?’
‘허거덕… 그럼 유럽배낭여행에 관련된 책은?’
‘야!!! 공부하러가냐? 여행가는데 무슨 책!!!’
‘엄마야~~~ 그럼 이거는 저거는 요런거는 조런거는…’
‘그런게 있어야 되냐?’
‘그럼요… 이거는 이럴때… 저거는 저럴때… 요런거는 요럴때… 조런거는 조럴때… 다 필요하지요… 형… 그런 준비 하나도 없이 배낭여행 어떻게 하시려구…’한참 설명을 듣던 나는 갑자기 심각해졌다. 그 친구 말을 듣다보니 난 정말 아무 대책없이 그냥 어디 동네 산에 1박 2일 여행하는 행장으로 이 비행기에 올랐던 것이었다.
‘야~~~ 야~~~ 비행기 잠깐 세워봐… 뭐라도 좀 사와야 될 거 같은데… 세워~~~ 안 돼~~~ 안 돼!!!’
나의 절규에도 아랑곳 없이 그렇게 독일의 날개 루프트한자는 김포공항을 힘차게 박차 하늘로 날아 올랐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무계획에 무대뽀로 시작된 나의 유럽 여행…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살아돌아 온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무 준비없이… 그렇게 나의 유럽행은 시작되었다.다음 이야기는 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3 – 독일의 날개 루프트한자(Lufthansa) 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