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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을 잡아 배낭을 정리하고나자 가쁜 호흡을 추스리며 각자 자리를 잡고 앉은 우리…
한동안 서로 바라만 보고 있다가 침묵을 깨며 철승이가 한마디 던지는데…‘형… 우리랑 같이 가니까 좋지?’
‘좋기는 뭐… 니들이 나랑 같이 가니까 좋겠지…!!!’
‘햐~아~ 이 아저씨 보게… 또 시작이네… 뭘 좀 잘 해주려고하면 고마운 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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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말없이 현주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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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같이 가줘서 고맙다… 진짜로…’
‘어~라~ 아저씨 왜 그래? 아저씨답지않게…’
‘글쎄말이야… 오빠 왜 그래?’
‘하~아~나~참… 이건 뭐 어떻게 하라는건지… 고마워서 고맙다고 해도 난리네…’
‘아저씨… 닭살이니까… 그냥 아저씨 하던데로 해… 어휴 닭살이야…’
‘거참… 몰라… 난 그냥 잠이나 잘란다… 도착하면 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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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화로 대화를 시작하는 현주와 아영을 보며 지긋이 눈을 감는 만기…
어느샌가 여행책을 꺼내 읽고 있는 철승…
한동안 바쁘게 움직이는 현주와 아영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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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 앉아 끝없이 손을 파닥(?)거리는 통에 신경이 쓰여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다가는 끝내 잠이 들지 못하고 한참을 쳐다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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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니네들 내 얘기할거면 그냥 말로해!!! 나도 좀 듣게…’
‘네?’
‘뭐야…? 아저씨 그냥 자…’
‘니들이 계속 떠드는데 어떻게 자냐?’
‘뭔 소리야? 누가 떠들어?’
‘니들이 계속 앞에서 손 파닥파닥(?) 했잖아!!!’
‘오빠? 우리가 수화한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까지는 주로 여행 얘기만 했으니까 신경이 안 쓰였지…’
‘뭐?!!! 그럼 지금은…?’
‘지금은 니들이 내 얘기하니까 신경쓰이잖아…’
‘우리가 언제 아저씨 얘기했다고…?’
‘하~ 이 자식보게… 계속 나 흘끔거리며 얘기했잖아!!!’
‘하여튼!!! 이 아저씨 눈치는 빨라가지고…’말끝을 흐리는 현주와는 달리 눈빛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던 아영이 현주에게 고개를 돌리며 또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혹시… 오빠 수화 할 줄 아는거 아니야?]
[설마…]
[그래도… 이상해…]나와 아영을 번갈아 쳐다보던 현주…
‘아저씨~ 아저씨 혹시 수화해?’
현주와 아영을 보며 약간 뜸을 들인 후 씨~익 미소를 날리며…
‘응… 조금…’
‘뭐?!!! 할 줄 안다구…’
‘조금… 해…’
‘뭐라구?!!! 어떻게?’
‘수화동아리… 1년반 했었거든…’
‘오빠!!! 오빠 다른 동아리에서 회장이었다며…?’
‘둘다 했었지…’한동안 말없이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현주와 아영…
읽던 책을 덮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는 철승…
여유롭게 웃으며 사태를 지켜보는 만기…ㅋㅋㅋ‘아저씨… 그럼 우리가 이제까지 했던 말 다 알고도 모른척하고 있었던거였네…!!!’
‘뭐… 그냥… 니들이 원체 빨리해서 다 알지는 못하고… 뭐… 모른척했다기 보다는…’
‘대체 얼마나 알아 들은건데…?’
‘한 90% 정도?’
‘뭐라구!!! 그럼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잖아!!! 이 사기꾼!!!’
‘오빠~ㅅ!!! 그럼 이제까지 우리 얘기 다 엿들은 거잖아…!!!’
‘엿듣긴… 그냥 보고 있었지… 그리고 니들이 언제 나한테 수화할 줄 아냐고 물어봤냐?’
‘이~씨~ 그래도…’
‘그리고 뭐… 듣긴 들었어도… 이제까진 뭐 맨날 그냥 말로 해도 되는 여행얘기만 하더만…’
‘그럼… 조금전에 우리끼리 한 얘기도…?’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방금 말렸잖아… 더이상 진도나가지 말라구…’
‘아저씨 정말… 너무해!!!’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객실문을 열고 휙~ 나가버리는 현주…
순간 당황하여 멍하니 있다가 현주를 붙잡기 위해 일어서는 만기…
아영이 동시에 일어나서는 만기보다 먼저 객실 문을 나서며…‘오빠… 내가 나갈께… 이따 다시 얘기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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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쯤에서 왜 현주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내며 객실을 나갔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조금전에 있었던 현주와 아영이의 수화 대화 내용을 기억나는데로 나름 의역하여 적어보도록 하자.
[다행이다… 오빠 다시 만나서…]
[그래… 미안해 나 때문에…]
[괜찮아… 나도 오빠랑 다니면 든든해서 좋아…]
[고맙다. 친구야…]
[그런데 너 오빠한테는 얘기 안 할거야?]
[나중에…]
[왜… 나중에? 내가 얘기해 줘?]
[아니… 내가 나중에 할께…]
[그냥 빨리 얘기하는게 편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응… 그게 좋을것 같아]
[그럼… 지금?]
[그래… 철승이랑 자리 비켜줘…?]
[어떡하지?… 그러지마… 나중에… 아니야… 지금 얘기할까?]
[그런 얘길수록 빨리 하는게 좋아…]이 정도까지 얘기를 듣던 만기…
현주가 나에게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했지만 왠지 직접 말로 듣지 않고 이런식으로 알게되면 안될것 같았기에 중간에 끼어든 것이었으니… (혹시 나를 좋아한다는 고백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알게 되면 안되잖아요…ㅋㅋㅋ)++++++++++++++++++++++++++++++++++++++++++++++++++++++++++++++++++++++
현주와 아영이 나가고나자 놀란 눈을 굴리며 내 눈치를 보던 철승이가 넌지시 묻는다.
‘형!!! 현주누나 왜 그래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뭔가 형과 관련된 얘기였다면서요?’
‘뭐… 그렇긴 한데… 별 얘기없었어… 그냥 나한테 무슨 말인지 할까 말까 고민하길래…’
‘무슨 말인데요?’
‘글쎄 그걸 모르겠다니까… 지들끼리 얘기하는거 보면서 알게되는거 보다 직접 말로 듣는게 좋을거 같아서 내가 중간에 끼어든거라서… 무슨 말 하려고 했는지는…’말을 이어가려던 나는 객실문이 열리며 현주를 앞세우고 들어서는 아영이때문에 잠시 말을 멈추고는 둘이 맞은편에 앉을때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객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맞은편에 앉아 서로 흘끔거리기만 하기를 몇 분…
드디어 인내심에 바닥을 드러낸 만기 입을 여는데…
‘내가…’
‘오빠…’
‘아저씨…’세사람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고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철승…
‘니네 먼저 얘기해…’
‘오빠가 먼저 얘기해요…’
‘니들이 먼저 해봐…’
‘그냥 아저씨가 먼저 하라니까…’아직도 화가 덜 풀렸음인지 약간 언성이 높은 현주의 목소리에 기가 죽어…
‘그럼… 내가 먼저 할까? 근데… 철승이…?’
‘뭐… 제가 자리비켜 드려요? 대체 무슨 얘긴데…?’
‘에이… 뭐 있으면 어떠냐… 그냥 있어라… 니네들도 괜찮지?’
‘상관없어… 빨리 얘기해… 무슨 말 하려고 했는지…’눈치를 살피며 좌석에서 엉덩이를 떼었던 철승이가 다시 앉기를 기다려 말을 시작하는 만기…
‘내가… 니들 수화하는거 알아듣는다고 미리 말 안한건 미안한데… 솔직히 내가 특별히 니들 수화할때마다 계속 본 것도 아니고… 그리고 가끔 본의아니게 보게되더라도 계속 여행얘기만하고 별로 뭐… 비밀얘기도 아니고해서 그냥… 그러니까… 아는척 안하거거든…’
‘근데?’
‘그런데… 아까는 자꾸 내 얘기하니까 신경도 쓰이고…’
‘우리가 무슨 아저씨 얘길 했는데…?’
‘아까보니까 뭐… 현주가 나한테 할 말 있다고…’
‘아!!! 그거!!! 그래서?’
‘그래서… 그런 얘기는 니들끼리만 할 얘긴데 괜히 내가 자꾸 보게되니까… 신경도 쓰이고…’
‘그런 얘기가 무슨 얘긴데…?’
‘그러니까… 그게…’철승이를 한번 쓰~윽 쳐다보고는…
‘나~아~참… 모르겠다… 철승이도 있는데…’
나만 쳐다보는 3쌍의 시선을 따갑게 받으며 어렵게 말을 꺼내는 만기…
‘그러니까… 그게… 사실… 휴~우~ 나도 뭐 꼭 싫다는건 아니지만… 그게… 생각해볼 시간도 별로 없었고…’
‘아저씨… 무슨 말이야 대체… 알아듣게 말을 해…’
‘아니… 그게… 니가 뭐… 좋아해주는 건 좋은데… 나는 그냥 동생처럼만 생각했거든… 그래서 갑자기 그러니까… 나도 생각할 시간도…’
‘아저씨!!! 요점을 얘기해… 요점을…’
‘에이참… 그러니까 니가 날 좋아하는건 고마운데… 그리고… 나도 니가 뭐… 예쁘고… 귀엽고… 하여튼 뭐… 좋기는 한데… 그래도 난 아직 너를 여자로 생각해본적이 없거든… 그냥 동생처럼… 그래서… 나도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구… 휴~우’할말을 마치고 큰 숨을 내뱉는 만기…
동공을 확대시키며 나와 현주를 향해 번갈아 눈을 돌리는 철승…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현주와 아영…
또다시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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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후~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크~윽~ 크…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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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웃어제끼는 현주와 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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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가 아니라 현주가 좋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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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웃으며 말을 던지는 아영이 때문에 잠시 혼란스러운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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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럼… 현주가 아니라 니가 날 좋아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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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캬캬캬캬… 푸하하하… 끄억끄억…’
‘호호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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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우스운지 내 말에 겨우 잦아들던 웃음보를 또다시 터트리는 현주와 아영…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계속 눈동자만 굴리는 철승…
영문을 몰라 황당한 표정으로 현주와 아영을 바라보는 만기…
그렇게 한참을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어제끼던 현주와 아영이가 숨을 고르며…‘오빠… 현주가 언제 오빠 좋아한다고 그랬어?’
‘그게… 그러니까 아까… 니들이 수화로…’
‘언제?’
‘그러니까… 수화로 얘기하면서 니가 현주보고 나한테 고백하라구 그랬잖아?’
‘무슨 고백? 그냥 이왕 말 할거면 빨리 하라고 했지…’
‘그게 그거지…’
‘크하하하하… 아저씨… 울트라 캡 짱 오바왕인건 알았는데 진짜 대박이다… 큭큭큭…’
‘우린 그냥… 하하하… 현주가… 히잉…히잉… 오빠랑… 큭큭큭… 여행 계속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해서… 우캬캬캬… 여행 계속 같이 다녀줄 수 있냐고 물어보려던 건데…’
‘뭐?!!! 사기치지 마… 다 알고 있으니까…’
‘푸하하하하… 아저씨 진짜 웃긴다… 이제 우기기까지… 흠하하하…’
‘허~어~ 니들 마음 다 안다니까… 현주 니가 창피해서 그런 모양인데… 사람 좋아하는데 창피한게 어딨냐!!!’
‘헤~엑 헤~엑… 아영아 아저씨 좀 말려라… 웃다가 죽겠다… 푸우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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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웃어!!! 그냥 여행같이 다니자고 물어볼거 였으면 그냥 말로 하지 왜 수화로 해? 그리고 왜 망설이기는 망설여… 그냥 물어보면 되지?’
‘그거야… 오빠가 같이 다니는거 어떻게 생각하질도 모르고… 괜히 우리때문에 부담스러울까봐 물어보는게 좋은건지 아닌지 몰라서 그랬지!!! 그건 그렇고… 오빠 현주 좋아해?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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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승이도 옆에서 눈치를 봐가며 슬금슬금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고…
아직도 사태파악이 제대로 안된 만기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다시 질문을 날리는데…‘거짓말하지마… 현주 너… 나한테 고백하려다가 미리 들킨거 같으니까 민망해서 아까 나간거잖아…?’
‘그래서 그런거 아니거든… 아저씨가 그동안 나랑 아영이 얘기하는거 알아들으면서도 모르는척해서 화나서 그런거거든…!!!’
‘에~이~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솔직히 얘기해라… 다 이해해줄께…’
‘오빠… 오빠도 빨리 병원 알아봐야겠다… 그러고보니 어울리긴 하네… 공주병환자랑… 왕자병환자랑… 음하하하…’
‘진짜 아니야?’갑자기 정색을 하며 묻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잠시 웃음을 멈춘 현주…
‘응!!! 진짜… 진짜… 아니야…’
말을 하고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웃음을 터트리는 현주와 아영…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미소만 흘리던 철승이도 이내 큰웃음을 터트리고…
잠시 무언가에 얻어 맞은듯 머~엉한 상태로 앉아있던 만기…
뭔지 정체모를 느낌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객실밖으로 나가버리는데…
오바의 대마왕 만기… 오랜만에 또 오바의 진수를 보여드렸네요…
만기가 오바한 얘기만 잔뜩하느라 정작 제목인 현주의 이별여행에 관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뤄야할것 같습니다.
다음이야기는 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20 – 현주의 이별여행2에서 이어집니다.
생환기20은 벌써 쓰기 시작했으니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금방 올려드릴수 있기를 바래보며 이상 만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