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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억력의 한계에 부딪힌 만기…
그동안 써오던 생환기의 방식을 이제는 좀 바꿀수 밖에 없는 상황 이르고야 말았다.
이제까지는 나름대로(?) 여행한 순서대로 써 내려갔는데 로마여행 이후의 에피소드들은 정말 어떤게 먼저였고 어떤게 나중이였는지 너무 헷갈리다보니 더이상 여행 순서를 따져가며 쓸 수 없을것 같다.
어차피 유럽여행 자체가 그랬던것처럼 생환기를 쓰기 시작할때도 역시 무대뽀의 정신으로 쓰기 시작했으니 기억이 정확하지도 않을걸 무작정 끼워 맞춰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혹시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시간차(?)때문에 조금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리라 믿으며 앞으로는 그냥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보기로 하자.
++++++++++++++++++++++++++++++++++++++++++++++++++++++++++++++++++++++몇일간의 로마여행을 마친 우리 일행은 드디어 로마에서의 마지막밤을 보내고 있었다.
끝까지 사양하는 형의 말을 무시하며 얼마되지 않지만 그동안의 숙박비라며 조그만 선물과 함께 돈봉투를 건네는 우리 일행에게 농을 건네는 형…‘야~ 괜찮다니까 니네 왜 이러냐? 이거… 이러다가 맛들면 나 민박집 차리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에이 형… 얼마 넣지도 않았어요… 유스호스텔 3분의 1값도 안되는데… 폐도 많이 끼쳤는데 그냥 가면 안될것 같아서 그런거지 뭐… 그리고 형… 안되요… 형처럼 민박집 하다가는 1년도 안되서 형 거덜날껄요… ‘
‘맞아요… 아저씨는 민박집같은거 안되요… 쪽박차기 쉽상이지…ㅋㅋㅋ’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갈꺼냐?’
‘아영이랑 저는 니스로 갈까하는데… 철승이도 같이… 아저씨는?’
‘야~ 배신감 느끼네… 니네들끼리는 벌써 정했나보네… 나는 아직 모르겠는데…’
‘아직 안 정했으면 만기너도 얘네들 따라가면 되겠네…’
‘글쎄요… 아직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전 스위스로 갈까 생각중이었거든요…’
‘에이… 오빠(아영이는 나의 강압에 굴복하여 이즈음에는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원래 로마 다음 코스는 니스거든… 우리랑 같이 가 그냥… 현주랑 얘기해 봤는데… 오빠 우리 없으면 그냥 방황하는 스타일이잖아… 우리랑 같이다니면 계획있게 다닐 수도 있고… 좋잖아… 응?’
‘야!!! 방황하다니… 그리고 원래 코스가 어딨냐? 그냥 맘 가는데로 가는거지!’
‘그래도 책에…’
‘허~어… 내가 누누히 얘기했지… 그냥 책에 나온 경로데로 쫄쫄따라다니는거 체질상 안 맞는다니까… 아~아~ 몰라 몰라… 난 그냥 스위스로 갈거야…’
‘하여튼… 아저씨 똥고집은 참…’
‘똥고집이라니… 모처럼 미리 갈데 생각해 놓고 있었더만… 난 그냥 스위스로 갈래…’
‘야~ 그럼 니네들도 내일이면 드디어 찢어지겠네… 몇일동안 보니까 죽이 잘 맞더구만…’
‘에~이~ 짜식들… 니스로 갈 생각이었으면 진작 말을 하든가… 형…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마시던 술이나 계속 마시죠…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면 되니까…’
‘그러자… 괜히 분위기 이상해졌네… 니들도 마셔…’되도록이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고 분위기를 무마했지만 내심 섭섭함이 남는 것이 인지상정…
몇일동안 같이 다니면서 위험한 일도 같이 겪고 재미난 추억들도 많이 만들고 하여 꽤 정이 들었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자기들끼리 벌써 다음 여행지를 결정했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을 영 떨치지 못한체 그렇게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가 버렸다.다음날 아침…
형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 우리는 로마여행내내 그랬던 것처럼 마을버스(?)를 타고 큰길로 나와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어제의 감정이 조금 남아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이제 곧 헤어질꺼라는 생각때문인지 유난히 어색한 분위기속에 기차역에 다다른 우리일행…‘아저씨… 몇시 기차야?’
‘뭐… 제네바 가는거?’
‘응…’
‘몰라… 나도… 이제 가서 알아봐야지…’
‘내…참… 거봐 아영이 말이 맞네… 우리 없으면 그냥 차 시간도 모르고 막 다니잖아…’
‘어이구… 걱정마셔… 그래도 보고싶은거 다 보고 가고싶은데 다 다닐 수 있거든… 그나저나 니네들은 몇시 기차냐?’
‘한 15분 남았는데… 진짜 오빠 혼자 갈거야? 우리랑 같이 안 가고…’
‘그렇다니까… 난 니스는 나중에 갈꺼야…’
‘아저씨… 그러지말고 우리랑 같이 가자…’
‘그래요… 형… 고집부리지말고 우리랑 같이 가요…’
‘아~내~참!!! 철승이 너까지… 야… 니네들 기차시간 다 됐다… 빨랑 가라… 나도 얼른 차 시간이나 알아보러 가야겠다… 일루와 짜식들… 작별기념으로 내가 한번씩 안아주마…’
‘왜 이래? 징그럽게…’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헤어짐이 아쉬웠음인지 팔을 벌려 먼저 안아주는 현주…
그리고 아영이…
마지막으로 철승이와 가볍게 포웅을 나눈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놓는 만기…‘아저씨… 그럼 여행 잘해…’
‘오빠… 조심해서 다녀…’
‘형… 잘가요…’
‘내 걱정말고 니들이나 여행 무사히 잘 다니고… 한국가면 연락하자…’그렇게 다시 한번 작별을 고하고는 일부러 서둘러 자리를 뜨는 만기…
발걸음을 총총 옮기다가 녀석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생각되었을 쯤에야 슬며시 고개를 돌려보고는 이제 또다시 혼자가 되었음에 약간 멍해져 있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제네바행 기차 정보를 얻기 위해 수소문을 하는데…30분가량 남은 차시간을 떼우기 위해 대합실에 있자니 원래 코스(?)가 아니여서인지 배낭여행객들은 많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낭족이 있다는 사실…
내심 또 달랑 혼자만 배낭족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가 여기저기 4-5명씩 무리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배낭족들을 보자 약간 안심을 하며 그 중 한국배낭족과 백인배낭족이 섞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곳으로 슬며시 자리를 옮기며 끼어들 준비를 하는 만기…
얼마동안을 주변에서 서성거렸지만 쉽게 끼어들지 못하며 무심코 시계를 보는 만기…(짜식들 벌써 출발했겠네…)
덩그라니 혼자남아 기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니 현주일행을 따라가지 않은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떠나버린 기차를 되돌릴수도 없는 법…
몇일간의 재밌었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혼자 피식 웃기도하고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들때쯤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기차가 오나보군…)
꾸역꾸역 밀려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어느새 줄을 서서는 플랫폼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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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이…. 아저씨…’
‘오빠…’
‘혀~어~엉… 기다려요…’등뒤로 들려오는 큰소리에 나뿐만 아니라 내 앞에 서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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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들이 막 뛰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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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엑… 헥…헥… 아저씨… 헥헥…’
‘아~휴~우… 놓칠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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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뭐야… 니들?’
‘휴~우… 현주가 오빠 걱정이되서 혼자 못보내겠데요… 글쎄…’
‘내가 언제? 니가 그랬지…’
‘으이구… 누나들 둘다 똑같애… 누나들이 헉헉… 그냥… 우리도 스위스로 가자고해서…’
‘에이구 바보들… 그럴 필요없다니까…’ (물론 속마음이야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인 만기…)
‘이씨… 바보라니… 기껏 생각해서 와 줬더니만…’
‘오빠… 우리 그럼… 그냥 다시 가요?’
‘야~~~ 얘네들봐라… 협박하냐? 니스가는 기차 떠난지 한참됐구만…’
‘그래서… 우리 다시 가라구? 아저씨?’
‘아니… 그러라는게 아니라… 말이 그렇다는거지… 야… 빨리 타기나 하자… 기차 놓치겠다.’그렇게해서 다시 ‘우리’가 된 만기는 제네바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게 되었으니…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그 제네바를 향해…
우리는 진짜 지금 제네바로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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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좀 더 길게 제네바에 도착하게 되는 부분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했으나 도착전에 에피소드가 좀 길어질것 같아 여기서 끊어가야 할 것 같네요…
대신 보너스로 오랜만에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킬만한 다음편 제목을 한번 미리 알려드려 보겠습니다.
다음이야기는 생환기 19 – 현주의 이별여행편으로 이어집니다.모두들 즐겁고 평안한 주말보내시고 다음주에 뵐께요…
이상 만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