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14 – 맨발의 코너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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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기 24.***.74.254 15281

    주위는 온통 눈이 풀린 백인들로만 가득차 있어 적지 않게 무섭기도 하였지만 우리의 씩씩한 만기 당당히 수정이 주고간 침낭을 꺼내 펴고는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결정…

    새벽녘에 홀연히 나타나 담대하게 침낭을 펼치는 동양인을 신기하다는듯 흘끔거리는 모든 시선을 무시한채 이윽고 침낭안으로 들어가서는 배낭을 배게삼아 몸을 누이는 만기…

    하지만 역시 불안감에 잠은 오질 않고 뜬 눈으로 그렇게 시간이 어서 흘러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어느덧 주위엔 정적만이 가득했고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개념없는 만기… 좀 전의 불안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면 안되는데… 왜 눈이 감기고 그러지… 참아야 되는데… 아~함~ 하~아~아~암~)

    점점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 눈을 감는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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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 아득히 들려오던 그녀의 목소리… 코~올~미~
    그녀가 오는 것일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비몽사몽하던 만기…
    순간적으로 99.9% 마약 중독이 확실한 여러명의 독일인들 사이에 홀로 버려져 있다는 현실에 생각이 미치자 잠이 확 달아나며…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그녀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엄청난 속도로 머리를 굴리는 만기…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로 봐서 머리맡으로 두명 오른쪽에서 한명… 모두 세명인데…)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마침내 발자국소리가 2-3미터 정도 거리까지 다가왔다고 느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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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익~ –> 침낭 지퍼를 열며 번개처럼 몸을 일으키는 만기…
    철푸덕… 철푸덕… 철푸덕 –> 갑작스런 만기 반응에 놀라 뒤로 주저 앉는 독일인들…
    찌릿찌릿… 쑤~와~아~ –> 날카로운 눈빛을 날려주는 만기…
    *&%#^*%$%*& –> 만기와 서로를 번갈아보며 중얼거리는 독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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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침낭밖으로 몸을 빼내기까지 전에 상황은 알수 없으나 침낭밖으로 빠져나와보니 실제로 3명의 독일인들(마약을 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눈이 풀려있는)이 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다가 침낭에서 곤히 자고 있는 것으로 여겼던 내가 전광석화(?)와 같은 솜씨로 침낭을 열고 일어나자 모두들 화들짝 놀라며 뒤로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혹시 있을지 모를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여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으며 주섬주섬 침낭을 챙기는 만기…
    허둥대고 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웬지 약해보이면 덤벼들것 같은 불안함때문에…ㅋㅋ) 오히려 더 시간을 끌며 침낭을 단단히 싸 배낭위에 메는 동안 내 주위로 다가오던 독일인들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볼뿐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이윽고 행장을 다 꾸리고 혹시 빠트린 것이 없나 누웠던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여유(?)를 부린 만기… 아직까지 아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독일인들을 향해 멋진 대사를 날리며 유유히 자리를 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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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ten Mor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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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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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멋지게 독어로 인사를 날리며 걸어가는 등뒤로 뭐라뭐라하는 중얼거림이 들렸지만 점점 발걸음에 속력을 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역사를 빠져나가는 만기…
    이윽고 역을 빠져나오자 오히려 아까보다 심장은 훨씬 더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프랑크푸르트 새벽하늘 아래 갈 곳 잃은 만기는 애꿋은 담배연기만 날리며 정처 없는 방황을 시작하게 되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동이 터오고 지저분한 역사와는 달리 깔끔한 도로위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할 무렵 만기는 웬 다리위를 걷게 되었다.

    (음… 아직도 전화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인데… 어디 프랑크푸르트에서 볼만한 곳은 어디가 있더라…)

    고마운 수정이에게서 받은 여행 정보책을 뒤적거리던 나는 ‘파우스트’를 지은 괴테의 생가를 방문해 보기로 결정하고 조깅을 하시던 어느 친철한 노부부에게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정보를 얻는데 성공한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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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까지는 기억이 확실하다… 그 다음은 좀 황당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으니… 아! 이 저주받은 기억력… 어쨌든, 괴테의 생가… 방문했다… 그런데 아래에 이어갈 이야기는 괴테의 생가에 가기 전 상황인것 같은데 내가 왜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초록색 잔디가 그림처럼 깔린 축구장…
    배낭을 짊어지고 잔디에 앉아 물끄러미 공을 차는 유소년(약 15-6세정도)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기…

    (이런데서 축구한번 해 봤으면 원이 없겠다…)

    한참을 바라보던 만기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을 풀러 놓고는 운동장안으로 공을 차주는 만기…
    공을 차주고 앉으려는 찰라 다시 굴러오는 공…
    다시 차주는 만기…
    그러기를 서너번… 처음에는 그냥 툭툭차서 운동장으로 굴려주었는데 계속 공이 오자 나도 모르게 자세 잡고 제대로 띄워주기 시작…
    샌들을 신은채 공을 계속 차다보니 발이 조금씩 아파왔지만 개의치 않고 열심히 차주는 만기…
    이윽고 볼보이 마냥 운동장밖으로 흘러 나오는 공을 계속 안으로 차주는 이 동양인이 신기했음인지 코치인듯한 사람이 다가오고…

    ‘$#(%(&%#%)*%’
    ‘I am sorry, I cannot speak Germany’
    ‘Oh~ sorry… can you speak English?’
    ‘Little…’
    ”Where are you from?’
    ‘Korea’
    ‘Oh~ Cha-B~o~o~m’s country… Do you know Cha-Boom?’
    ‘Of course…’
    ‘OK… wait a minute…’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뒤돌아 서서는 운동장으로 가 연습하던 아이들을 모으는 코치…
    이내 다시 돌아와서는…

    ‘Could you help us with corner kick?’
    ‘What?’
    ‘Corner Kick…!!! Do you know corner kick?’
    ‘Yes… I know corner kick…’
    ‘I saw you kick pretty good from here… could you kick from corner?’
    ‘Wow!!! Great!!!’

    이렇게 하여 몇번의 코너킥을 올려주던 만기 끝내 불편하던 샌들을 벗고 맨발로 공을 올려주는데…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머리를 맞추고는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공들을 보며 그 맛에 심취해 그만 또 오바를 하게 되는 만기…
    아마 그 코치는 볼보이 역할을 자처하던 만기가 고마워 예의상 한번 코너킥을 차 보라고 한 모양인데… 오바의 달인 우리의 만기는 혼자 신이 나서 오른쪽 발등이 벌겋게 부어오를때까지 마냥 공을 차대고 있었으니… ㅠㅠ

    어느덧 휘슬과 함께 연습이 끝났음인지 아이들을 몰고 내쪽으로 다가오는 코치…
    차붐으로 말을 시작해 나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하는 코치…
    아이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해주고 마지막으로 코치와 악수를 한 후 돌아서는 만기…
    벗어 놓은 샌들을 신다가 깜짝 놀라는 만기…

    중간에 코치가 다가와 맨발인데 괜찮냐고 물어볼때 그만하지…
    결국 우겨서 20번 정도는 찼던것 같다.
    배낭여행이고 뭐고 축구공만 보면 이렇게 정신을 놓으니…

    어쨌든, 그 날 이후 만기는 며칠간 퉁퉁부은 오른발의 통증에 시달려야만 했으니…
    만기야… 다음부터는 제발 오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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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기서 또 얘기를 건너 뛰어 이제 기대하고 고대하던 우리의 그녀를 만나러 가보자.

    걸을때마다 전해져오는 퉁퉁 부은 발로부터의 아픔…
    그 아픔을 용케 이겨내며 괴테 생가 방문을 무사히 마친 만기…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집 전화번호를 꺼내든다.

    뚜루루루… 뚜루르르르릉…
    마침내 신호음이 울리고 심장박동수는 빨라져만 가는데…


    우리 영순씨와의 재회…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시죠…ㅋㅋㅋ (점점 나쁜 남자가 되어가는 만기… 요즘은 나쁜 남자가 대세라면서요…? ^^)
    그 이야기 다 쓰고 올리면 생환기 또 늦어질까봐 요기까지만 먼저 올립니다.
    짧게 끊어서 올리는 만큼… 다음편도 하루 이틀내에 꼭 올려드릴테니… 만기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이상 만기였습니다.


    • 미시가미 76.***.169.11

      잘 읽었어요. 매일 혹시 글 올리셨나 확인했더라는…얼라는 괜찮아졌나요?
      빠른 시일 안으로… 부탁해요~

    • eb3 nsc 98.***.14.48

      항상 오버 하시는 모습이 귀엽습니다…ㅋㅋㅋ 빨리 올려주세요..ㅋㅋ
      오늘 인포패스 가는데..좋은 수확 있길 기도해 주세요..

    • 올림피아 66.***.34.169

      글은 마음의 거울이라 들었습니다. 만기님과 차한잔을 나누다 보면, 이천일야화가 나올듯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eb3nsc님 케이스 진행에 행운을 빕니다. 140 승인에 이은 485승인 소식도 기대하겠습니다.

    • 건강 하세요. 76.***.179.62

      발등이 괜찮아야 여행 오래하실텐데… 축구를 잘하시는군요. 제 남편도 군대에서 축구얘기나오면 한몫하는 양반이라….그 심정이 조금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