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10 – 파리의 여인들… 길상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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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기 24.***.74.254 5071

    들어갈때와 나올때 마음이 바뀌어 나오는 그 곳…
    무사히 급한일을 해결한 만기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버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 일만 해결되면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급한일을 마치고보니 다시 앞으로의 여정이 막막해졌다.

    배에서 만났던 작은 스님의 기다리라는 말씀에 일말의 기대감이 없는 건 아니였으나 그렇다고 무작정 스님들께 폐를 끼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우선 버스역(?)과 같이 붙어있는 지하철 환승이 가능한 대합실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책자를 집어들었다.

    $%&$%&$%&$%&

    온통 불어로 적혀있는 책자에서 건질것이 없다고 판단된 나는 지하철 매표소로 향했다.

    ‘어… 그러니까… Do you know… where… is… Youth Hostel?’
    ‘$%&$%&$’
    (이런 된장…)
    ‘I don’t speak French… Can you speak English?’
    ‘$%&$%&$’
    (아~~~ 글쎄~~~ 불어 못한다니까~~~)
    ‘No… No… I cannot speak French… Can you speak English?’
    ‘$%&$%&$’
    (되~~엔~~장)

    밤새 한 숨 못잔 초췌한 얼굴에 배낭을 메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녀 봤지만 결국 어디로 가야할 지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불쌍한 만기…
    설마… 한명은 영어하는 사람이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다시 매표소로…

    ‘Hi!!! Can you speak English?’
    ‘$%&$%&$’

    다시 옆창구로 옮겨서…

    ‘Can you speak English?’
    ‘$%&$%&$’
    (아~~~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정녕 하늘은 만기를 버리심인가?!!!)

    ‘보살님… 거기서 뭐 하세요?’
    (아!!! 아니였구나… 다행히 아직 버림받지 않았구나…)
    ‘아~~~ 잘 도착하셨어요?’
    ‘도착하시면 기다리시라니까…’
    ‘아~~~ 안그래도 어디 갈 곳 정해지면 표만 사놓고 남아서 인사드리고 가려구 했는데…’
    ‘그럼… 가실곳은?’
    ‘아직… 알아보려고 하는데 영어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네요!!!’
    ‘그럼… 이리로 와 보세요’

    작은 스님을 따라 아까 들렸던 화장실쪽으로 향하던 나는 마주 걸어오던 큰스님과 형을 마주친다.

    ‘저기… 스님… 이 보살님이 아직도 갈 곳을 못 정했다는데… 우선 저희랑 같이 갔다가 다른데 거처가 생기면 옮기게 하죠? 네?’
    (작은 스님… 탱큐~~~)

    한참을 보고만 계시던 큰스님… 형에게…

    ‘그럼… 이 새벽에 갈데도 없고하니 우선 저희랑 같이 가는 것으로 하죠… 괜찮겠죠?’
    ‘네… 괜찮을겁니다. 그래야 저도 마음이 편할 것 같고… 어때요? 같이 갈래요?’
    ‘저야 뭐…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고맙죠…’

    이리하여 지하철을 타고 스님들을 따라 이동하게 되었는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지하철 타고가는 내내 또 병든 닭이 된 만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곳은 파리 교외 어딘가에 위치한 길상사…

    반갑게 맞아주시던 스님들과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형과 같은 방에 짐을 풀어놓고는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형이 안쓰러운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다.

    ‘저기요… 아침 식사해요…’
    ‘네…’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밥상앞에 앉았다.
    아~~~ 얼마만에 보는 밥이던가!!!

    식사를 마치고는 형에게…

    ‘저… 형…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거 같은데… 그냥 형이라고 부를께요…’
    ‘음…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ㅋㅋ’
    ‘형… 저 혹시 파리에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어딜까요?’
    ‘글쎄… 저도 와 본적이 없어서… 그래도 아마 루블 박물관에 가면 많지 않을까요?’
    ‘아~~ 루블… 그럼 거기로 가봐야겠네요…’
    ‘벌써 가시게요?’
    ‘그럼요… 잠도 좀 잤고 아침도 든든히 먹었으니 더이상 폐를 끼칠 순 없죠…’
    ‘그래도…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잠시만 기다려봐요… 여기서 유학하는 이 절 다니시는 신자분이 오시니까 그 분께 자세히 여쭤보고 움직이는게 좋을것 같으니까…’
    ‘그래요? 그 분은 언제쯤 오시는데요?’
    ‘아마 도착할때 다 되어갈걸요?’

    그 형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미리 가방을 챙겨놓고 있던 중 작은 스님이 방문을 여시고는…

    ‘보살님… 잠깐 나와 보시겠어요?’
    ‘네? 저요?’
    ‘아니… 두 분 다…’
    ‘네’
    ‘네’

    형을 따라 방을 나오던 나는 그만 놀라 멈춰서고 말았다.
    (허~억~ 왜 고현정씨가 여기에…?)

    그렇다. 모래시계의 주인공 고현정씨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연예인을 머나먼 이국에서 만나게 되다니…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는 만기…

    ‘보살님… 인사하세요… 이쪽은 여기 신자분이신 심현희씨…’

    (에~잉~ 고현정이 아니란 말인가?)
    만기가 놀라고 있는 사이 작은 스님의 소개는 계속 되고 있었다.

    ‘이쪽은 저희를 영국에서부터 데리다 주신 조용철 보살님… 그리고 이쪽은… 보살님 성함이?’
    ‘아~~ 저요~~~ 만기라고 합니다…’
    ‘저희와 배에서 인연을 맺은 만기보살님…’
    ‘만나서 반가워요!!!’

    으~메~ 미치겄네~~~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예쁜 것이여~~~
    반갑게 내미는 손을 나도 모르게 덥썩 낚아채며…

    ‘네~~~ 저도… 반가…’ 쑥~쓰~

    작은 스님이 일단 앉아서 좀 더 이야기 해보자는 말씀에 놓기 싫은(?) 손을 놓으며 식탁으로 가 자리를 잡는 만기…
    이어서 스님들과 형 그리고 여자 신자분은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고 길상사 스님들께서 내온 차를 다 마시는 내내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이야기 내내 멍하니 그 분만 바라보고 있는 만기…

    ‘보살님… 보살님은 어떻게 하실거에요?’

    몽환적 눈빛을 빛(?)내며 멍~하고 있던 만기… 갑작스러운 작은 스님의 질문에 나쁜짓 하다 들킨 아이마냥 화들짝 놀라며…

    ‘네…네…네… 저요? … 저야 뭐…’
    ‘아~~~ 참~~~ 만기씨 아까 여기 신자분 오시면 루블 가는 거 물어본다고 했잖아요?’

    (아~ 미운 용철이형… 나도 현희씨랑 다니고 시프당~~~)

    ‘루블 가시게요?’
    ‘아~~ 그게 사실은… 제가 배낭 여행중인데…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저렇게 되서… 루블에 가면 혹시 배낭여행중인 다른 분들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네~~~ 그러시군요… 어차피 여행하실거면 지금 루블로 가실게 아니라 저희랑 같이 움직이시면 어때요?’

    (얼굴도 예쁘고, 목소리도 예쁜데, 어쩜 마음씨까정~~~ 으흐흐하하하~~~)
    이런 속내를 숨긴채 꽤 담담한 목소리로…

    ‘저야 뭐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말끝을 흐리며 슬쩍 큰스님을 보다가는 도둑이 제발 저린 마음으로 얼른 고개를 돌려 작은 스님을 향해 구원의 눈빛을…

    ‘아이… 그럼 잘 됐네… 보살님만 괜찮으시면 우리랑 같이 다니면 되겠네요… 그죠? 스님?’
    ‘전… 괜찮아요… 어차피 제 차에 좌석도 하나 남고…’
    (잘한다… 작은스님, 이겨라… 현희씨, 화이링~~~)

    순간 모두의 시선이 큰스님을 향하고…

    ‘음… 현희보살님이 괜찮으시다면 뭐… 그렇게 하시죠…’
    (끼~야~호… 만세… 싸랑해요… 큰스님…)

    저절로 스며나오는 얼굴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만기에게 작은 스님이 웃어보이시며…

    ‘아이고… 보살님 웃으시는 것 좀 봐… 같이 가자고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네…’

    흐~미~ 쑥스러운 거~~~

    ‘그나저나 어디로?’
    ‘엥? 아까 얘기할때 뭐 듣고 있었어요? 오늘은 베르사이유 궁전에 간다니까…’
    (현희씨 쳐다보느라 못들었죠… 그나저나 아따~~~ 큰스님 또 살벌모드로 변하셨네…)
    ‘네~~~에~~~ 그럼 출발은 언제?’
    ‘허~어~참~ 지금 바로 가자고 방금 얘기했는데…’
    (아잉~~ 스님… 가족오락관에 나오는 허참아저씨를 왜 여기서 찾고 그러세용~~~)
    ‘네~에~ 그럼 저도 준비를…’
    ‘다시 이리로 올거니까 큰짐은 놔두고 간단히 챙겨 나오세요!!!’
    ‘네’
    (현희씨 말씀이라면… 아~~~ 말도 잘듣는 만기!!!)

    이리하여 현희씨의 차 (들어나 보셨나? 푸조라고… Peugeot…)를 얻어타고 베르사이유로…

    베르사이유를 향하는 차안…
    만기: 근데… 용철이형이랑 스님들은 뭐하시는…?
    용철: 나! 영국 유학생… 나이 만기보다 8살 많음…
    스님들: 영국 유학 마치고 프랑스 여행 후 귀국예정… (아~~~ 스님들도 유학을 하시는구나!!!)
    만기: 현희씨는?
    현희: 나! 프랑스 유학생…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 중… 근데… 만기씨 나이가?
    만기: 00년생…
    현희: 어머… 내 남동생이랑 동갑이네… 내가 3살 많으니까 그럼 동생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말 놓을께…
    만기: 네… (어머~~~ 화끈도 하셔라!!! 아~ 3살이나 연상이라니…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구만…)

    베르사이유 여행 후 돌아오는 길…
    현희누나 (호칭이 갑자기 왜? -> 연상이라니깐요… 글쎄): 시장들 하시죠? 제가 아는 식당으로…
    일동: 네…

    꽤 고급스러운, 녹녹치 않은 가격대의 식당안…
    온통 불어인 메뉴판에 당황한 표정의 우리를 향해…
    현희누나: 특별히 좋아하시는 거라도…
    일동: 알아서 시켜 주세요…
    현희누나: ^&*^%#*(&%#

    이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먹어본 피반 고기반 스테이크…
    거부감을 느끼게하는 보기와는 달리 너무 맛있어서 평생 잊지 못할 그 맛…
    물론 스님들은 고기 종류 아니였음…

    여행 후 돌아온 길상사…
    일동: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현희누나: 수고는 뭘… 내일 또 뵈요… 만기야 내일도 같이 다니자…
    만기: 아~아~싸!!! 넵… 그럼 내일…

    스님들과의 작은 인연이 이어져 현희누나를 통해 그후 이틀동안 일반 배낭여행족들은 경험하지 못할 호화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시간 관계상 그 이야기는 Fast Forward하고, 스님들과의 여행 3일째 마지막 날로 넘어가 보기로 하자.

    시간: 정확히 기억 안남… 루블 박물관 투어가 끝나고 난 오후였던것만은 분명함.
    장소: 루블 박물관 앞

    모두들 지난 3일간 고생해준 현희누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제 헤어지기 앞서 인연이 닿으면 다음에 만날 기약을 하는 상황…

    큰스님: 보살님 그동안 저희때문에 고생 많으셨구요… 저희는 바로 절로 돌아갔다가 내일 귀국하니까 한국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용철형: 저는 오늘 밤 버스로 영국 돌아갑니다. 혹시 런던 오실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만기: 저는… (흑흑… 현희누나 헤어지기 싫어요… 크히힝…) 뭐… 아직 결정된 건 없구요… 여기 배낭여행하시는 분들 많으니까… 어디 유스호스텔이라도 알아봐야죠… 지난 3일동안 고마웠어요…
    현희누나: 그럼… 다들 남은 여정 건강하시고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여기서 헤어져야 겠네요… 그럼… 잘 들 가세요… 참… 만기는 나중에 한국들어갈때 파리에서 간다고 했지? 혹시 파리에 와서 급한일 생기면 아까 전화번호로 연락해… 공중 전화하는 방법 가르쳐 준거 알고 있지…
    만기: 네… 걱정마시고 나중에 혹시 뵐 수 있으면 또 뵈요…
    일동: 그동안 고마웠어요… 안녕…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는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 섞여 현희누나는 멀어져갔다.
    현희누나가 보이지 않을때쯤 또다른 서글픈 이별이…

    작은스님: 보살님…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많이 웃고 즐거웠는데 이제 헤어질때가 되었네요… 남은 기간 여행 잘 하세요…
    큰스님: 오늘 잘 곳부터 빨리 알아보세요… 아니면 우리랑 같이 지금 절로 다시 가시던지…
    만기: 에이… 짐도 다 챙겨 나왔는데… 여기 배낭여행하는 분들이랑 한번 어울려 볼께요… 저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들 가세요…
    용철형: 괜찮겠어? 혼자서…
    만기: 걱정마시고 가세요…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형… 전화번호 한국거도 적어주고 가세요… 나중에 한국에서 뵙게…
    용철형: 자 여기… 진짜 괜찮겠어?
    만기: 괜찮다니까요~~~ 어서들 가세요…
    스님들: 자 그럼 우리 먼저 갈께요… 몸조심 하고… 여행 잘 하세요…

    그렇게 스님들과 용철형도 내 곁을 떠났다.
    모두들 떠나고도 한참을 그자리에 남아 묘한 여운을 체험하며 움직일 줄 모르는 만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쉬움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루블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몇몇 무리의 배낭족들을 향해 걸어나갔다.
    일단 잘 곳부터 정해야 할 것 같아 근처에 유스호스텔을 알아볼 요량으로 기웃기웃 거리던 만기…
    드디어 한국말이 오고가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하고는 불쑥 그 무리에 끼어들며…

    ‘우와~~~ 한국분들이시네요… 반가워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이런 눈빛으로 쏘아보는 여자 둘, 남자 셋,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 하나…
    그정도 눈빛쯤이야… 가볍게 받아넘겨주며 너스레를 떠는 만기…

    ‘제가… 파리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러는데… 혹시 여기 어디 싸게 묶을만한 곳 없나요? 유스호스텔 같은…?’

    어떤 남자분 아래위로 훑어본 후…

    ‘파리에는 지금 도착하셨나 봐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어쨌든… 혹시 알고 계신가요? 유스호스텔?’

    이때 한 여자분 끼어들며…

    ‘지금 시간이 늦어서 유스호스텔 방 없을텐데…?’
    ‘네… 유스호스텔에 방이 없다니… 거기도 무슨 시간 제약이 있나요?’
    ‘귀가 시간은 아직 아니지만 요즘 여행철이라 아침 일찍 미리 가서 예약하지 않으면 방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네~~~에?!!!’

    (이런 된장… 우짜노~~~)
    얼굴빛이 흙색으로 변하는 만기가 안쓰러워 보였는 지 그 여자분…

    ‘저기요… 이 시간에 아직 방이 남아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연락을 해 보시는게…’
    ‘네? 어디에?’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짐작이 될만큼 너덜너덜해진 배낭족 만인의 필독서 여행정보책(‘유럽을 간다’ 맞죠? 제 기억에는 어쨌든 유럽을 간다가 맞는거 같습니다.)을 펼치며 파리 근처의 유스호스텔 목록을 보여주는 여자분…

    ‘저기… 그럼 약도를 좀 그릴께요…’
    ‘네? 지금 가시려구요?’
    ‘그래 봐야죠…’
    ‘그냥 전화로 물어보시는 게 빠를텐데…’
    ‘아~~~ 제가 불어가 안되서…’
    ‘거기 그냥 영어로 하면 되는데요…’
    (흑… 흑… 흑… 영어도…)
    ‘음… 실은 영어도… 이게 영 Listening이 안되서…ㅜ.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만기를 바라보던 그녀…

    ‘그럼… 제가 전화해 봐 드릴까요?’

    만기 과장된 웃음을 날리며…

    ‘하하하!!! 그럼 뭐 감사하죠…’

    내게 동전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전화를 거는 그녀…
    몇군데 통화끝에 결국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아무데도 방이 없다는데요… 어떻하죠?’

    (크~으~윽… 고달픈 만기 신세… 어째 이리 산너머 산이냐… 분명 그동안 너무 편하게 여행했음을 시기하는 하늘에 조화일 것이야…)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뭐… 어쩔 수 없죠 뭐…’
    ‘그럼 오늘 어디서 주무시려구요?’
    ‘글쎄요… 잘…’
    ‘아까 책에 보니까 한국분이 하시는 민박집도 있는 거 같던데… 좀 비싸고… 여기서 꽤 먼데…’
    ‘그래요? 그럼 거기라도… 전화 한번만 더 해 봐 주실래요?’
    ‘네… 잠시만요…’

    잠시후…

    ‘여보세요? 네… 한국분… 민박… 네… 한국분 한분… 배낭여행… 그래도… 딱 한명인데… 에이… 한명도 안돼요?… 어디 끼여서라도…’

    정말 내일처럼 정성을 다하는 그녀… 그러나…

    ‘저기요… 어쩌죠? 거기에도 방이 꽉차서 더이상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는데요?’

    (아~~~ 길상사로 가야 하나? 어떻게 가더라? 맨날 차로만 다녀서…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데…)

    한참 이런 고민을 하는사이 아까부터 끼어들 준비를 하고있던 남자분…

    ‘저기요… 만약 정 잘때 못 구하시면 에펠탑으로 가 보세요… 거기에 가면 노숙하는 배낭족들 많거든요… 밤에는 경찰들이 지켜줘서 꽤 안전하다고 하던데…’
    ‘네~~~에~~~? 아니 그런 귀한 정보를… 그냥 아무나 가서 자면 되나요?’
    ‘네… 근데… 침낭은 있으시죠?’
    ‘아니요… 뭐… 잘수만 있다면 침낭 필요없어요…’
    ‘그래도 침낭은 있어야…’
    ‘괜찮아요… 그나저나 에펠탑을 가려면 어떻게?’

    지도를 꺼내들며 자세히 설명해주는 남자분…
    안쓰럽다는 눈빛을 보내며 바라보는 나머지 일동…
    그렇게 한참 설명을 들은 만기… 어지럽게 그려진 약도를 받아들며…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거 잘 곳이 생겨서…’

    아까 전화걸어주던 여자분…

    ‘그래도 노숙하시려면 침낭이 있어야 할텐데… 저는 파리가 마지막 코스라서 이제 침낭 필요없거든요… 제가 묶는 유스호스텔까지 가셔서 침낭 가져가실래요?’
    ‘네?… 아… 뭐 그렇게까지…’
    ‘아니에요… 앞으로도 필요하실지 모르는데 가져가세요…’
    ‘그래도…’

    참 고마운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망설이던 만기…
    한참을 고민끝에 그러겠다고 대답하려는 찰라…
    .
    .
    .
    ‘만기야…’
    .
    .
    .
    어… 분명히 누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는 만기…
    .
    .
    .
    ‘만기~이~이~야~아!!!’
    .
    .
    .
    어…라? 누나…!!!
    .
    .
    .
    ‘만기야!!! 헥…헥…’
    ‘현희누나…’

    놀람반 반가움반으로 내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오는 누나에게…

    ‘누나… 왜?’
    ‘너 유스호스텔 구했어?’
    ‘아니… 아직… 오늘은 그냥 에펠탑 밑에서 노숙하려구…’
    ‘유스호스텔 방이 없어서?’
    ‘응…’
    ‘그럼… 나랑 같이 가자…’

    헤어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같이 가자니…

    ‘어디?’
    ‘파리 있는 동안 누나 집에서 있어…’

    순간 마구마구 상상의 나래가 펼치지는 만기…
    (그래… 몇일동안 같이 지내면서 분명 나에게서 남자를 느꼈음에 틀림없어… 쿠하하하… 누나랑 한 집에서… 음하하하!!!!)
    내가 응큼한 몽상에 빠진동안 가뿐 숨을 고른 누나…

    ‘내가 당분간 집에 못들어가고 학교에서 지내야 할 것 같거든… 그러니까 그동안 니가 우리집에서 지내…’
    ‘엥? 왜? 왜 집에 못들어가는데…’
    ‘학교에서 연극반하는데 발표있어서 연습해야돼…’
    ‘연극…? 누나 인테리어 디자인 한다며…?’
    ‘아~ 연극… 동아리같은거야…’
    ‘남자도 있어?’
    ‘당연하쥐~~~’

    순간 내 처지도 잊은채 질투의 눈빛을 마구마구 쏘아주며 버럭 화를 내는 만기…

    ‘아니… 무슨 여자가 외박이야… 외박이… 그냥 집에서 다녀…’

    아차! 하는 순간 벌써 눈꼬리를 치켜뜨며 되돌아오는 누나의 말…

    ‘뭐? 만기야… 너 약 먹었니?’
    ‘아니… 뭐… 그게… 아니라…’
    ‘한국에 동생 생각도 나고 잘데도 없을것 같아서 걱정되서 일부러 약속도 취소하고 왔구만… 따라 올라면 오고, 아님 말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는 누나를 붙잡으며 아양을 떠는 만기…

    ‘아니… 누나… 누가 안간다고 했나… 그냥… 누나가 외박한다니까 걱정이 되서…’
    ‘시끄럽고… 갈거야 말거야?’
    ‘당연히 가야쥐… 그럼 누나는 언제부터 외박할건데…’
    ‘난 너만 내려주고 오늘부터 당장… 그나저나 너 자꾸 외박, 외박 할래?’
    ‘알았어… 알았어… 일단 화 푸시고… 잠깐 인사만 하고 가자구…’

    인사를 하기위해 돌아선 만기에게 쏟아지는 부러움, 질투, 황당함의 눈빛들…
    역시 또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인사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는 만기…

    이렇게 오늘 하루도 만기는 무사히 노숙위기를 넘기는데…


    오늘따라 이승기의 누난 내 여자니까의 가사가 왜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아~~~아…

    다음이야기는 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11 – 라데팡스 (La Defence)로 이어집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사족을 달아봅니다.
    생환기의 모든 내용은 시간, 대화내용 일부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은 영순씨를 제외하고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제글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제 글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음드릴 수 있다니 그만큼 많이 저도 행복하네요.
    프로젝트때문에 글 자주 못 올려드려 죄송하구요… 다음글 열심히 써서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커플스 여러분… 아시죠? 만기가 여러분들 사랑하는 거…ㅋㅋ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b3 nsc 76.***.188.175

      어쩜 이렇게 손발이 착착 맞아 떨어지게 위기를 모면 하실까???
      대단하시네요… 그런 행운이 저한테도 있기만 바라네요… 위기 모면…
      덕분에 한참 웃었습니다… 감사… 프로젝트도 열심히 하시면서… 또 다음글…올려 주삼…기대 만땅…

    • 미시가미 76.***.157.13

      드뎌 올라왔네요,앗싸! 정말 위기감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나~

    • 기다림 12.***.58.231

      정말 이거 영화로 않만들어지나요? 드라마중에 파리의 연인도 있고 프라하의 연인도 있었던가 같은데…. 아무튼 다음편을 기대해 봅니다.

    • 생환기팬 72.***.232.123

      이번 10편에 새롭게 등장한 그 분이 현재 만기씨의 반려자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 봅니다

    • Dreamin 96.***.192.94

      세상을 이렇게 살아도 되는데,
      온세상의 걱정을 다 가지고 사는 제가 창피하네요.

      풍진세상을 사는 법을 알려주시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 뉴욕하늘 98.***.187.193

      휴스턴 출장중에 만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제11화를 기다립니다.

    • 만기팬 211.***.175.155

      간만에 올라온 글이 길고 재미있어 기다린 보람을 느끼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하고요, 만기님 프로젝이 얼른 끝나기를…

    • 팬될려고 합니다. 12.***.154.5

      전에 한번 읽고 , 오늘 또 읽었는데 재밌네요….프로젝트 잘 하시고, 다음편 기대 만땅입니다.

    • 올림피아 71.***.111.16

      이 아픈데.. 넘 웃엇습니다. 실밥 터지면 책임지십시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