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누님들… 결혼에 대한 질문 드립니다.

  • #84544
    결혼 76.***.244.87 4114

    선배 형아들과 누님들…
    결혼은 왜 하는 건가요? 그리고 누구랑 해야 하는 건가요? 너무 황당한 질문이죠?

    오래 사귀던 친구랑 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선을 보려고 합니다.
    여기저기 부모님의 친구분들을 통해서 이런저런 선자리가 들어오는데 다 만나봐야 할까요?
    선이라는거 정말 적응하기 힘드네요.
    형님들 그리고 누님들…
    조언 부탁해요…
     

    • 지나가다 69.***.142.62

      결혼은 왜 하는가? 남들도 하니까.
      누구랑 해야되나? 남자니까 여자랑.

    • none 173.***.124.175

      결혼한지 만으로 10 년이 지났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10 년전의 나를 만난다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전 외로와서 했습니다. 뭐 유학오기 전에도 한국에서도 외로왔죠. 여자 사귀는데 재주가 없고 별로 인기있는 타입도 아니라… 그냥 공부 열심히 하고 하면 사회에서 대충 성공한다고들 해서 공부만 죽어라 팠습니다. 그래서 유학까지 오게 되었고… 한국에서보다 더 외롭더군요. 주변을 보면 다들 나이가 어느정도 차면 그렇게 죽고 못살 만큼 사랑하지 않더라도 대충 맞으면 결혼을 하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함께 살면 외롭지도 않을테고 지칠 때 위로도 받고 위로도 해주고 살면 좋겠다 하며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하는 결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진정 이해하고 감싸 줄 수 있는가? 둘다 서로에게 그러면 좋겠죠.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나와 다른 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나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생각하려는, 실제로 그 입장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가? 그것이 상대에게서도 나 자신에게서도 “Yes” 이어야 결혼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다고 그렇지 않은 사람 결혼하지 말라는 건 아니고 그렇지 않을 경우 결혼생활이 그리 평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겉으론 평온해도 속으론 둘 사이에 태평양이 있을 수도 있겠죠.

      오래 사귀면… 처음의 그 열정이 식고나서도 잘 맞아서 좋아서 계속 같이 만날 만큼 오래 사귄다면 서로의 내면에 대해서 좀 더 잘 알 수 있겠죠. 물론 어느 한쪽이 작정하고 “척” 하고 있다면 그걸 간파하는 능력이 없는한 소용 없겠지만…

      “선”을 본다는 것은 그 오랜 시간을 만날 수 없을 때 제 3 자의 눈을 빌어서 사람을 보고 만나는 것이겠죠. 그 3 자의 눈이란 게 조건, 배경 그런 것에 치중할 수도 있고 다분히 “사랑” 이란 것 보다는 “사람”을 보는 것이 되겠죠. 저도 선을 봤었습니다. 내 “사랑”으로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눈으로 걸러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거부감도 있고 했지만 한번은 제가 그리 끌리지 않았고 한번은 몇번 다시 만났지만 그쪽에서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10 년좀더 전에 선을 보란 소리를 듣고 있는 나를 만난다면… 나가보라고 하겠습니다. 단 쌍방에서 서로 부모를, 가족을, 가정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면… 몇다리 건너고 건너 하는 것이라 이걸 모르는 상황이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부모를 보면 그 자식들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 그런게 어딨어? 형제 자매끼리도 다른데… 했었지만 그래도 맞는 말 같습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자를 만날 때 이 여자가 엄마로서 어떤지를 생각해보라고… 흘려들었습니다. 자식 낳을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제가 결혼할 때도 아이 갖지 않겠다느거 서로 확실하게 합의 하고 결혼했는데… 지금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아이를 갖으실 생각이라면 “엄마로서 어떤지” 생각해보세요. 물론 본인이 “아빠로서 어떤지” 도 생각하셔야겠죠. 저요? 0 점짜리 남편입니다. 아무리 해도 안되서 포기하고 아빠라도 90 점 이상짜리 되려고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혼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니 삶 자체가 정답은 없겠죠. 사람마다 다 기준이 다르니까요. 결혼을 여러번 해본 사람이라고 해서 결혼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순 없을테고 다들 자신의 결혼 경험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선택한 갈림길에 대해서만… 다른 갈림길을 갔으면 어땠을까? 는 그냥 상상만 할 뿐입니다. 님도 저를 모르고 저도 님을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이 한 얘기일 뿐입니다. 판단은 님이 하세요.

      • 꿀꿀 202.***.31.50

        정답이 없다는게 정답이네요,,
        저도 10년차인데요,, 카리스마 있는 와이프에 모습에 얼떨결에 결혼했는데요,,물론 와이프는 제가 막 욱여서 너무 빨리 했다고 불평합니다만,,
        그렇게 몇번 안만나고 맘정했는데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시작했어도, 운좋게도 제 모든걸 줘도 안아까운 사람이더군요,,
        많지 않은 월급 받는 직장 다니면서도,,그 월급 전액을 적금을 붓던,,
        용돈은 일 끝나고 집 근처 재래시장에서 조그만 김밥집 운영하시는 이모님네서 문닫을때까지 일도와주고 용돈받아쓰고,, 덕분에 우린 항상 김밥집에서 김밥말면서 데이트하고,,
        어떨땐 스트레스 같기도 하지만, 박봉에도 항상 아끼고, 그러면서도 부모님께 드리는 돈은 하나도 안아까워 하고,,
        남들 명품 갖고 있는거 부러워 하면서도 한번도 명품을 사본적 없는,,그돈으로 애들 운동, 학원등 교육하는데는 아끼지 않고,,
        미국와서 애 셋 낳으면서도 도와주는 사람없이 혼자 몸조리 하면서도 불평한번 없고,,
        평상시엔 바가지 엄청 긁다가도 힘들때, 괴로울땐 위로해주고, 싸우고 삐지면 먼저 사과하고,,
        어떨땐 정말 듣기 싫지만, 건강검진에, 건강 챙기라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얘기하고,,
        내가 항상 짤릴까봐 걱정할땐 우리가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냐며 자기라도 벌어서 먹고만 살아도 건강하면 행복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런 사람 또 있을까 하는 사람이더군요,,
        물론 사람일이라는게 한치앞이 안보이는 거라 뭐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지금까진 전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 와이프 만난거,,

        근데,,그냥 맘이 시키는데로 하세요,,
        유유 상종이라고,, 원글님이 좋은 분이라면 분명히 좋은 분 만나실 겁니다,,

        • 1 74.***.34.1

          엄청 부럽습니다….

        • oce 98.***.52.18

          저도 엄청 부럽습니다….

      • 매력 144.***.24.33

        none님. 글 너무 잘 쓰시네요. 문장력도 좋으시고,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고…0점짜리 아빠라고 하시는것도 겸손의 표현이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 꿀꿀 114.***.170.124

          저도 none 님이 가끔 좋은 글 올려주시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 꿀굴 202.***.31.50

      그냥 운명이지요,, 아니 현실이 운명이라 믿으시면 됩니다,,
      전 만 26살에 소개팅 하고 2주만에 맘정하고, 8개월만에 결혼했는데요, 짧게 만나다 결혼하건, 오래 만나다 결혼하건 잘 살 확률도 반이고 잘못될 확률도 그냥 반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그냥 운명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 결혼은 71.***.18.97

      조심스럽습니다만,
      결혼은 혼자서도 잘/행복하게/열심히 살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잘/행복하게/열심히+만족스럽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결국 백마탄 왕자나 평강공주는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고, 나와 결혼할 사람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자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는 지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Sweet November같은 영화가 더 마음에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말이죠.

    • 외로움2 99.***.132.30

      일단 위로의 말 전합니다. 누구나 이별 앞에서 초연한 사람은 별 없을 겁니다. 전 솔직히 35세까지 결혼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데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없어지고 내가 어울리는 사람은 다들 기혼자다 보니 외로워 지더군요. 외로워서 결혼하진 말자 몇번씩 다짐했는데 결국은 지더군요.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게 뭘까요. 외로움인 것 같습니다. 독실한 종교인은 절대자에게서 외로움을 해결하겠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현재 결혼생활 힘들고 지치지만 즐길려고 합니다. 아내가 때론 밉고 서운하지만 가끔은 저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이도 때론 귀찮게 하지만 한없이 귀여울때도 있습니다. 모든게 혼자 지내는 외로움보단 낫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향후 어떤 삶을 원하는지 먼저 본인과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을 내리시길..

    • 원글 67.***.191.98

      역시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왔네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난 주에 선인지 소개팅인지를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하도하도 만나보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했습니다. 근데… 첫 인상이 좋더라구요. 옛날같음 능력이나 사람 됨됨이보다 외모를… 더 보곤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외모보단 그 사람이 어떤지(능력, 성격, 등등)를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단계임니다.
      항상 연예를 통해서 사랑에 빠지고 했던 저는 도무지 다음은 어케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면서 그 사람을 더 알아가야 하는건지? 선이니까… 그 사람이 맘에 들면 바로 결정아닌 결정을 하고 진지하게 그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도와 주세요….

      • 원글 67.***.191.98

        이젠 엘에이엑스에서도 공짜 와이파이가 된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ㅎㅎㅎ

      • 지나가다 216.***.168.135

        이런거 물어보는 자체가 정신연령이 아직 결혼할만큼 든 상태가 아니란걸 보여주는거

        • 공감 107.***.139.182

          공감 ^&^

    • 지나가다 66.***.54.196

      결혼 14년차입니다. 참으로 많이 다투고 풀어지고… 이건 아마도 죽기전까지 할겁니다.
      결혼 억지로 하지 마시고 마음이 허락할 때 한 가정을 책임질 준비가 되면 하세요. 이렇게 준비가 되도 쉽지 않은 것이 결혼생활입니다.
      저라면 다시 태어나도 결혼할 겁니다. 같이사는 사람도 좋지만 귀여운 자식 커가는 모습이 엄청 큰 행복이더이다. 가끔은 나의 단점을 애를 통해서 보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머리커졌다고 말안듣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제눈에는 그저 귀여운 아가입니다. 결혼을 안했다면 이런 즐거움을 상상이나 했을 수 있을까요…

    • 경험자 66.***.86.102

      선을 보면 거의 3개월 안에 결혼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콩깍지가 붙어있는 기간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빨리 결정하는 결혼에 반대하는 편입니다.

      선을 봤다고 하더라도 급하게 결혼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자주 만나 연애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함께 겪기도 하고 여행도 하고 지내시면서 진짜 사랑을 키워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혼하면 평생 함께 살아야 할텐데 서로를 좀더 이해하는 기간이 필요하겠죠.
      후회할 확률을 좀 줄이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