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이민생활..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길 (푸념)

  • #2956177
    그냥 76.***.56.41 5731

    원래 인터넷에서 글 잘 안쓰는 사람인데, 요즘 연말이고 생각이 부쩍 많아지고 무언가 되돌아보는게 있어서
    또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몇몇 분들 공감해주실 분이 있을거라 생각들어
    그냥 한풀이로 적어보겠습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면, 저는 이민생활 10년이 훨신 넘었고
    미성년자, 중학교때 가족이민으로 건너 온 케이스입니다. 인천공항에 비행기 탈 때만 해도, 몇년 영어/문화적으로 몇년 고생하는 거 빼고는 다른 건 여러모로 한국보다 편하겠지하고 손잡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만 해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고 잘 살았으니깐요.

    근데 도착한 이후에 제 삶은 완전 정 딴판이였고 별의 별 우여곡절 시행착오 다 겪고
    갑자기 기울어진 집안사정으로 겹쳐 또래들 보다 학교도 늦게 졸업했고 여기다 다 적을 순 없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나타나는 일들이 대부분 이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1학년때 영어숙제로 The Road Not Taken (가보지않은 길)이라는 시를 읽고 거기에 대한 느낀점을 쓰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땐 어리고 별 생각 없었으니 대충읽고 대충 쓰고.. 왜 귀찮게 이런 걸 숙제를 내줘? 하고 넘어갔는데

    10년 넘어서 제가 20대 후반이 된 이 관점의 시점에서
    이 시를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절대 고향이 그리운건 아니고 딱히 한국에 다시 되돌아가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때 그 비행기를 타지 않고 남아있었더라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 라는 호기심..

    말도 안돼는 상상인 거 알지만, 타임머신이 허락된다면 난 그때 그 비행기에 내 몸을 싣지 않고
    나 혼자 택시타고 다시 집으로 갔을 듯…

    내가 살아 온 미국생활들이 마치 하루밤 꿈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때 그 당시에는 고통스럽고 불확실함에 막막하고 모든게 더디게 흘러가는 듯 한데
    지나고 나니 매우 짧다고 해야하나?..

    내가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간에 도중 멈추고 휴학을 하는데 내 동갑내기들은 열심히 전진해나아가고 뛰어가고 있는데
    나만 늘 제자리 걸음에 뒤쳐지는 것 같은 기분… 그러고 어느순간 다시 기회가 생각 복학을 했는데

    복학해서 대학생활을 즐기자 하는 시점에 어느새 또 졸업식을 앞 두고 있었고
    늦게 졸업해서 다행히 취업은 했으나..

    안정적인 회사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동안 어땠나요?” 물어보면

    난 ‘솔직히 그저 그랬어’ 라고 대답해 줄 것 같습니다.

    하나뿐인 청춘의 시기인데 즐거움보다는 불안하고 전전긍긍했던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고…
    세월의 흐름은 정말 순식간…?
    종합적으로 보면 세월의 허무함, 나라는 존재의 공허함이 마구마구 들어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렇게나마라도 털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좋은 것만 보도록 노력하고
    좋은 것만 생각하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겠죠…

    • 00 99.***.193.93

      신분 해결되어있고 이십대 후반에 안정적 직장

    • 지나가다 198.***.56.5

      청춘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서 청춘을 보냈던 본인만의 개인사인것이라.

      아직 나이가 어리니 기회도 많고, 건승하시길.

    • 캘리 39.***.53.6

      평범하는게 사는게 의외로 쉽지가 않습니다. 30이면 아직 젊네요. 무궁한 기회가 있음.

    • 75.***.170.180

      나이 어린 사람인가요?
      60-70대 쯤 된 사람인줄 알았네.

    • ㅇㅇ 121.***.95.207

      여기에 이런글 올렸다간
      욕만먹습니다 ㅋㅋ 별의별 이상한사람들이 많아요
      힘내라고 몇마디만 하고 지나가면될텐데말이죠

    • 사람 65.***.168.243

      파이팅! 힘든 시기를 이겨내셨으니 앞으로 행복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 .. 66.***.117.151

      성공과 실패는 양날 검과 같다,
      성공이 발목을 잡고, 돼려 실패가 큰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생은 새옹지마..
      자전거 타고 자갈길을 천천히 지나 가다, 개울가에서 발도 담그고, 목도 축이고..
      승용차 타고 신작로를 고속 주행하다 보면 사고, 근심이 잇따라…

      가장 인생의 기본 원칙도 간과 하는 한국 사회, 미국서 살다보면, 이 기본 원칙이 있는 걸 같다.

      선택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혜택이다

    • C 61.***.111.9

      지금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 daddy 71.***.178.3

      글이 무슨 40대 중반 갱년기 와서 드는 생각 적어놓은 것 같습니다. ㅎㅎ 한번에 두 곳에 있을 수 없는게 인간이니 지난 시간/장소에 대해 의문이 드는 건 갱년기 아니더라도 가능하겠지요. 선택은 늘 본인 몫이고 원글님 나이로 봤을땐 가능성은 아직 무한대에요.

      • 호옹이 38.***.98.2

        40대 중반에 갱년기 안오는데요 이사람아

    • 살미라는게 209.***.52.50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산을 무시하고 길을 갈 수는 없지요. 작게는 시험에서 시작해서 졸업, 취업, 결혼….
      그런데, 그걸 위해 사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인생의 목표가 ‘안정’입니까?

      이길 저길 머릿속으로 상상하다보면 벼라별 생각이 다 들 수도 있고 후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다 쓸데없는 짓입니다.
      인간의 사유 능력이 스스로를 망치는데 사용되기에 딱 좋은 경우들이죠.

      이런 생각을 하기 보다는 내가 뭘 하려고 사느냐를 생각하세요. 매일매일의 삶이 회의적일 수도 있지만, 그걸 우울하게 생각하며 살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깨어 있고 뭔가 계획하여 조금씩 의미있는 것을 향해 나간다면 일도 즐겁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나는 40이 넘어서야 그렇게 즐겁게 일하며 사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 끌려다니며 피곤하게 사는게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삶이 되는겁니다. 과거에 이랬냐 저랬냐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시간이 아깝죠. 내가 지금 현재를 살아가면서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겁니다.

    • 경험 137.***.242.130

      힘내요!
      젊은데 아직…앞으로는 하고 싶은거 해보세요.
      다들 그래요.

    • luisito 189.***.220.151

      어느 순간 느끼건 … 영영 느끼지 못하건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그 어느 곳에서 살아가고 있더라도…
      저도 작게나마 인생에 눈을 뜨기 시작한게 삼십 중후반 때였고 어느덧 40 중반이 되었네요.
      20대 후반에 지금 정도 느끼시는걸 감사해 하시고….
      30대 40대 황금기가 남아있음을 감사해 하세요

    • 39.***.171.207

      원래 가보지 않은길은 아쉬움이 있는 법입니다. 그치만 내가 지금의 선택을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것들도 있을것이니..장점을 부각시켜 생각하고..괜한 후회는 하지않는게 정신건강에 좋겠죠..더 살다보면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게 될거고..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단단해져있는 본인을 발견할것입니다

    • 인생 172.***.104.31

      저도 16년전에 가족들이랑 미국에 오고….
      가족들은 8년동안 신분땜에 고생하다 해결…저는 16년만인 지난 달에 드디어 영주권 받고 신분 해결..(결혼 영주권 아님 ㅋㅋㅋ)
      그 중간중간 신분은 물론이고 미국와서 부모님은 영어도 못해서 말도 안통하고 온갖 잡일들 하면서 겨우 밥 벌어 먹고 저랑 동생 먹여 살리시고 공부시키시고…2베드룸 짜리 그지같은 집에서 고생고생하면서 살앗습니다..
      한국에선 나름 중산층으로 잘 먹고 잘 살았었는데 말이죠…
      매일매일 어머니께…왜 미국에 왓냐…미국에 안왔었으면 신분 걱정도 안하고 이렇게 큰 고생도 안했을텐데 하면서…어린 20대 초반에는 음주가무 담배에 쩌들어 살면서 더더욱 부모님 맘 고생을 시켜드렸던게 지금 후회가 되긴하네요…
      돈은 물론이고 신분도 문제여서 제 주위에는 유학생들만 있어서 개네들은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 다니고 좋은 식당다서 밥사먹고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꼴들을 매일 부러워하면서 구경만 하고….힘들게 살아왔습니다.

      물론 그렇게 어렵게 살아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힘든것들이 오히려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motivation 이 된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나름 사회적으로 직위도 있고 연봉도 고연봉인 직업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어릴땐 내 청춘이 돈과 신분과 이민사회에서 오는 어려 어려움에 가려져서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고 느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유학생들 처럼 부유해서 해외여행다니고 좋은 식당 다니고 좋은 옷입고 화려하게 살면서 놀고 먹고 마시는 것들만이 청춘은 아닌거 같습니다.. 젊을 때 즐기는 것. 저는 그런게 청춘이라 생각을 했었거든요….너무 어렸었죠 ㅋㅋㅋ
      아무튼 제가 원글님 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는데…저는 지금 제 삶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원글님도 지금 신분도 걱정없고 직장도 걱정없고…저보다 어리고 더 나은 조건인데 저보다 훨씬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습니다.

    • Bostonian 76.***.33.50

      앞으로 더욱 좋은 날이 많을 겁니다. 살다보면 폭풍같은 삶도 있고 햇살 따스한 삶도 있으니까요.
      저의 20년 외국삶에 있어서 가장 큰 후회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임종을 하지 못한것이네요…정말 그때는 한국에서 살았으면 아버지가 손자들 재롱도 보시면서 기뻐하셨을텐데 하는 후회…..저는 27에 서울을 떠났으니 정말 아쉬었습니다…지금도 집에 전화하면 아버지가 받으실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Bluewater 73.***.44.120

      님 글을 읽고 저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한국을 떠나 미국이란 나라에 정착하신 분들이니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계신 분들이죠.
      저는 여기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고, 크게 몇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죠.
      다른 선택을 했으면…. 그 때 그곳에 붙었더라면… 내가 아이를 한명만 낳았더라면(지금 세명이거든요~)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전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모든 시행착오와 갈림길을 지나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싫든 좋든 앞으로도 계속 가야하기에 지금 그냥 가는 것이죠.

    • hh 166.***.157.118

      글 적어주신분들 다 맞는 말씀들 입니다. 다 각기 미국온 과정과 나이가 다르니 보는 시각도 다른거 같네요.
      글 올려주신분은 미성년자, 중학교때 부보님의 결정에 따라온 분이십니다. 사춘기때 본인의 결정으로 오게된게 아니지요.. 이런분들이 격는 미국 생활은 참 독특합니다. 그나이때 유학을와서 보딩스쿨에 들어가는 분들하고도 많이틀리구요. 사춘기때 미국와서 미국 컬처에 스며들기도 힘들고 한국컬처도 제데로 경험해보지 못한 어정쩡한 상황이지요.. 그가운데 한 10년 미국에서 살다보면, 나이는 어려도, 정신적으론 인생을 많이 산거같은 느낌을 받더군요.. 저또한 그런시간을 지나 이젠 10년이 더 지났네요. 그간 일어난 말도안되는 일을 세고 세면 참 많습니다..
      좋고 나쁘고 힘들고 쉬운것을 떠나 참 특별한 나이에 오셔서 새로운 곳에 오신거 맞습니다.. 그리도 그런분들 주위에 보시면 꽤 있을꺼에요.. 공감하는분들 많이 만나세요.

    • ㅈㄴ 134.***.139.76

      참 공감이 가는 내용인데 20-30대가 고민할 문제는 아닌 듯 싶네요.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면 지금 시도해도 늦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개발자 / 매니저를 오가며 2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이미 50대에 들어서는데 그간 귀국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놓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이 남네요. 나름 나쁘지 않은 직장 생활을 해왔지만 고국에 대한 향수랄까 그런게 점점 더 찿아오네요.
      아마 60-70대 분들이 제게도 같은 조언을 해주시겠죠. 🙂

    • chocomilk 208.***.251.123

      저도 비슷한 입장이라 공감가네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늙어서 고생하는 것 보다 백배 낫다 생각하며 하루하루 안정된 생활에 그저 감사하며 삽니다! 🙂

    • ㄹㄷ 130.***.247.171

      정말 공감 안되네요.
      어린시절 불운했다고 푸념하는 건가요?
      한국에서 살면은 군대가서 개고생하고 갔다와서 청년실업 백만에
      취업하면 야근에 주말근무에 그렇게 해도 30대에 명퇴당하는데..
      진짜 한국에서 25년 넘게 살다가 온 사람으로서는 (저랑 님이랑 나이 비슷할듯)
      진짜 배부른 망상으로밖에 안들리네요.

    • 70.***.144.102

      여태까지 삶이 하룻밤꿈이었으면 앞으로 남은 삶은 눈깜박할사이임.

    • ㅎ서ㅗ 73.***.139.64

      이세끼는 배터지는 소리 하고 자빠젔내..
      정신차려 인간아…왜 이젠 추억생각하니…하 참나..

    • 208.***.203.11

      젊은 나이에 고생을 많이 해서 그동안 힘든점이 많았던것으로 느껴지는글입니다.
      저도 미국와서 힘든점이 많으나 만약에 내가 한국에 남았더라면 과연 행복했을까… 당시에 주변 직장동료나 친구들은 행복보다는 투쟁적으로 먹고 살려도 힘든사람등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옛말이 되었다는 근래의 뉴스거리를 보고 아직은 외국에서는 그렇게 까지는 신분상승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점을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앞만 바라보고 뛰시면 남보다 많은 거리를 가실수있을듯…

    • GoGo 136.***.1.112

      차라리 어린시절 (20대 후반)에 저런생각을 한번 해보는것도 좋을것 같긴합니다.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위치에 오면, 저런생각을 할 겨를도 없습니다.
      이제곧 하고싶은것과 해야하는것, 잘하는것과 좋아하는것이 완전히 갈라져버리고, 아무것도 바꿀수 없는 시점이 오면
      지금이순간이 그리워질거에요.

    • ㅋㅋ 110.***.57.34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할 줄 안다면 배부른 소리입니다…지금 한국은 헬이에요 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