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투망질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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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69.***.144.179 3927

    행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투망질해 온다

    이지현

    한 움큼의 바람이 주섬주섬 들어온다
    지척에 두고도 볼 수 없으니
    손 내밀면 금새 물기가 묻어날 것 같은데
    황혼을 가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아도
    소매 끝 물드는데
    침대 시트의 구김살을 손끝으로
    하나하나 밀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보송보송하게 말린 기저귀,
    은빛태양을 머금은 와이셔츠
    뒤꿈치가 닳은 양말 한 켤레
    흰 포말이 날린다
    마르지 않는 생
    퍼올려도 퍼올려도 끝이 없는
    깊은 우물처럼 우리 사랑합시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언어가
    누군가의 독 묻은 심장에 해독제가 되길
    기도한다.
    행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투망질해 온다.

    ==

    Do You Feel Loved – U2

    • md 165.***.161.152

      저 그냥 단순히 궁금해서 하는 질문인데요…

      어떻게 시를 고르시는 건가요? 전 주위에서나 제 자신이나 시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뭔가 얘기(story)가 있어야 재미있는 것 같고…^^;; 음악은 제 컴이 열악해서 들을 수 없지만 시는 접할때마다 ‘이런 시를 어디서 어떻게 구하셨지?’ 싶거든요… 아뭏든 마음이 여유로우신 분 같아서 좋아보여요. :)

    • eroica 69.***.144.179

      짧은 시를 한편한편 읽으면 그냥 살면서 그때그때 느껴지는 일상적인 모습들이 그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는거 같아요. 신문을 본뒤 그끼는 덤덤함같은거, 좋은 사람을 만나고 느끼는 넉넉함같은거나 어릴적 추억에 남아있는 가슴 절절함같은것이 소설이나 영화보다 훨씬더 적나라하게 표현이 되는것 같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오늘 아침 양치질을 하면서, 운전을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냥 걸으면서 잠깐 생각했던 내 일상의 부분, 부분들이 바로 시를 보면 거기에 남아있습니다. 비록 다른사람이 쓴 시일지라도….

      여기 올리는 시들은 제가 책에서, internet club에서 share했던 것들을 하나하나씩 올리는 건데 시를 고르는 기준은 특별히 없습니다. 읽었던시에서 내가 보낸 어떤하루가 보이면 그냥 모아두고 공유합니다, 내 생활을 남들에게 이야기하듯이…

      함께올리는 음악은 제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좋아하는 곡들이고요, 선곡은 가사나 분위기가 그 시와 가장 어울릴듯한것으로 고릅니다.

    • done that 66.***.161.110

      eroica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참 시를 좋아하다가 가슴이 삭막해져서인 지, 시가 너무 pathetic하다는 기분을 받은 후부터는 (무언가 긍적적인 것보다는 broken heart만 언급되는 것같아서) 안보았었네요.
      올려주시는 시를 보면서 다시 시에 대한 흥미와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있읍니다.

    • eroica 69.***.144.179

      올린 시가 좋았다니 고맙습니다, done that님.
      좋은 주말되시고 나중에 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