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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투망질해 온다
이지현
한 움큼의 바람이 주섬주섬 들어온다
지척에 두고도 볼 수 없으니
손 내밀면 금새 물기가 묻어날 것 같은데
황혼을 가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아도
소매 끝 물드는데
침대 시트의 구김살을 손끝으로
하나하나 밀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보송보송하게 말린 기저귀,
은빛태양을 머금은 와이셔츠
뒤꿈치가 닳은 양말 한 켤레
흰 포말이 날린다
마르지 않는 생
퍼올려도 퍼올려도 끝이 없는
깊은 우물처럼 우리 사랑합시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언어가
누군가의 독 묻은 심장에 해독제가 되길
기도한다.
행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투망질해 온다.==
Do You Feel Loved – U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