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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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69.***.144.179 4020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

    Blue(The Path Of Love) – Lanvall

    • 감사합니다 68.***.20.254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모든것에는 보이지 않는 숨은 엄청난 노력이 있는거구나 … 하는 생각이 문들 드네요 저 구절에서.
      감사합니다.

    • 피터팬과 같이 71.***.177.127

      감사합니다. 하늘색도 좋아하고 낮에서 밤으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하늘도 참 이쁘네요. 오늘 하늘 한번 안쳐다본것 같은데, 좋은 하늘 감상했어요. 그리고, 시도 넘 따뜻하네요. 저도 윗님이 언급한 구절에서 잠시 멈추었었네요.

    • eroica 69.***.144.179

      회사건물 옆에 아주 작은 creek이 있는데 잠시 바깥으로 나가면 개구리소리도 들려오는게 좋네요.

      저도 감사하구요, 모두 좋은 봄날들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Block 67.***.80.66

      점심마다 회사 주변을 걷는데 이제 진짜 봄이라는 생각이듭니다.
      햇살이 말을하는지 지금 나가 봐야 겠네요….

    • done that 66.***.161.110

      에로이카님의 글을 읽고 오늘은 신경을 써서 커튼을 열고 뒷마당을 보았읍니다.
      개나리와 목련이 벌써 피었더군요. 삼월내내 아침에 나가서 밤 아홉시넘어 집에 왔더니 우리집 마당에 있는 봄을 못보았더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 까탈김 24.***.41.204

      위에 올려주신 하늘 이미지 너무 좋네욤. 감사

    • eroica 69.***.144.179

      이번주에 gardener가 와서 쫙 정리해주기로 했는데 안왔네요. 덕분에 온식구가 모두 직접backyard와 frontyard를 정리했는데 오히려 남시키는것보다 좋았네요. 따뜻한 날씨에 아이들도 웃으면서 오래간만에 잡초뽑으며 흙장난하면서…

      모두들 좋은 한주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