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 있다/할수 없다/합법이다/불법이다

  • #99062
    한솔 아빠 199.***.160.10 2642

    사실 FREE TALK 쪽에는 글을 잘 쓰지 않는데…

    제 생각에는 게시판에서 글이 자꾸 길어 지는 것들 중에는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합법이다”, “불법이다”라는 말이
    갖는 의미와 느낌들이 사람들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관광비자로 공립학교에 가는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여기에 올라온 무선인터넷 문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합법이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합법/불법과 관계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의미 일 수도 있습니다.

    “불법이다”라고 말을 하는 것도
    그냥 합법/불법인지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비난을 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 비난이나 법적 처벌 가능성/정도와는 상관없이
    규칙에 맞는지만 고려해서 불법이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이 “불법”이란 말을 “사회적 비난” 또는 “법적 처벌”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법 규정 중에서는 그것을 위반했을 때 큰 처벌이 따르는 것도 있고,
    작은 처벌이 따르는 것도 있고, 거의 처벌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
    처벌 정도와 상관없이 불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거의 처벌이 없는 것은 불법이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안된다”는 말을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다른 사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미국 도로에서 75마일로 운전해도 되나요?” 라고 물었을 때,
    “아니오, 안됩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고,
    “예,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의미는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법적 최고 속도가 65마일이므로 75마일로 가는 것은 불법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는 언급하지 않음’

    ’65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것은 불법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함’

    ’65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75마일로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음’

    ’65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것은 불법임. 현실적으로 75마일로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단속이 되는 경우가 있음’

    ‘법적 최고 속도가 65마일이라도 75마일에서 단속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부를 수 없음’

    ‘단속 가능성과 관계 없이 불법은 불법임’

    ‘합법/불법은 관심이 없음. 내가 듣기에 75마일로 문제가 없음’

    ’75마일로 운전하는 것은 합법으로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됨’

    제가 보기에 이 경우에
    – 도로 마다 기준 속도가 다르다.
    – 그 기준 속도를 초과는 것은 불법이다. (단속과 관계없이)
    – 그런데, 약간 초과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문제가 되는 초과 속도가 다르기도 하다.
    – 단속이 될 가능성은 XX % 정도이다. (사실은 정확한 값을 모르지요.)
    – 단속이 되면 이런 이런 불이익 ($xxx의 벌금 등) 이 있다.

    등의 원칙과 현실들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 단속 가능성이 낮더라도 과속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등과 같은 의견들, 또는 다른 의견들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75마일로 달려도 괜찮다는 경험을 얘기하는 것은 좋지만,
    원래 65마일이라는 기준 자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모든 곳의 경우가
    본인이 들은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65마일이라는 기준이 있다고 해서
    75마일로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원칙과 현실을 모두 알기를 바랍니다.
    현실을 아는 것은 매우 유용할 수도 있지만, 원칙은 모르고 현실만
    아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마찬 가지로 현실은 모르고 원칙만 아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칙과 현실 중에서는
    원칙 쪽으로 좀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적절한 중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본인이 합리적 중용이고 중간에 있는 사람이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본인이 합리적 중용이고 중간에 있는 사람이 왼쪽에 있는 것으로 보이구요.

    • tracer 12.***.149.67

      very well said. lots of hostility and aggresion on this sections’s posts are majorly from mis-communication and interpretations of words. very good point indeed.

      그리고, 원칙과 현실 중에서는
      원칙 쪽으로 좀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i pretty much agree on this comment. there’s a reason we have rules and principles.

    • bj kwon 155.***.47.12

      대단히 공감하는 글입니다. (전 보통 남이 쓴글을 보고 “대단히 공감합니다” 이런말 잘 안하는데…)

      이 싸이트가 참 독특한 것이… “합법이냐 아니냐”를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이 철저하게 따지지 않습니까, 법조계에 있는 사람말고 이렇게도 법을 많이 따지는 싸이트가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제가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원칙과 현실중에서,

      우리 스스로에게는 “원칙” 에 더 가까이 가야 합니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현실”에 더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다른게 아니고, 한마디로 우리는 남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원칙에 맞춰 산다고 해도 그걸 어기는 경우가 무수히 많은데.. 다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지요. 남도 마찬가집니다. “뭔가 그래야할만한 이유가 있겠지”.. 라고 보고 넘어가야지. 자기의 있는 논리 없는 논리,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동원해서 “네가 틀렸다.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이렇게 나오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말은 이렇게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질 못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싸움은 말의 내용이 아니고 말의 태도때문에 생기죠. 내가 잘 지키는 법조항을 어떤 사람이 잘 안지키는 걸 봤을때, 혹시 모를까봐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한번 잘 생각해보시라..이렇게 하는 것과, 너는 원칙도 없는 인간이냐.. 이렇게 하는 건 천지차이죠. (물론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 해준 사람은 곱게 얘기해줬는데 들으면서 괜히 defensive하게 나와서 싸움이 커지는 경우도 많죠.. 지금 누구 잘잘못을 따져서 뭐하겠습니까..)

    • 그래요 141.***.101.141

      뭐 말꼬리를 잡더라도 이만한(예전보단 많이 실망이지만;;;)데가 있나요?
      암튼 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

    • 올림피아 76.***.112.155

      모처럼 일찍 퇴근한 금욜 오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원칙과 현실의 중용이라는 숙제에 대해 다시한번 심사숙고해야 겠습니다.

      무선인터넷에 관해서 제가 법적을 부분을 적어내려갔던 것은 저두 우선 잘 모르고 있었고, 보다 몸에 와닿는 정보를 공유해드리고 싶은 욕심이였습니다. 적어드린 것 처럼, 전 법으로 밥 먹구사는 사람도 아니구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인데. 다만, 여기저기 제가 구할 수있는 정보 소스들이 있어고, 그래서 공유하면서, 최악의 경우 않좋은 상황이 되더라도 어떻게 방어하실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Litigation 경험상 수차례 변호사와 검사끼리 딜에 의해서 정의가 좌지우지되는 케이스를 보면서, 정말 떼돈을 벌어서 비싼 변호사를 사던지 잘 알아야 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행여, 제가 올린 글에 거부감을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지 버릇 못준다고 하던가요? 아무래도 프라스큐션하던 사고방식이 잠재되어 있나봅니다.

      다들 향기로운 주말 보내시길..

    • 산경 66.***.253.2

      좋은 지적 잘 읽고 갑니다. 퍼가도 되겠죠?

    • 타고난혀 71.***.220.248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