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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에서 펀글인데요.. 2009년 나의 조국 한국.. 80년대로 돌아갔군요. 분향도 못하고 인터넷에 경제관련 글도 못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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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서거라는 비보를 접한 뒤 마음을 정리하고 서울 시청앞 건너편 덕수궁 정문에 마
련될 것이라는 분향소를 찾기위해 시청역에 도착했다.
서울 시청으로 갈 수 있는 지하철 출구는 경찰들로 출입이 불가능했고 덕수궁 정문으로 향
하는 길에는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이 길게 늘어서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비보 소식이 나온 뒤 이명박 대통령은 “애석하다 장례절차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
만 이 대통령의 지시 하에 있는 경찰들은 전 대통령의 조문 행렬도 ‘불법 시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조건을 들어(귀가해 뉴스를 통해 알게 됨) 막고 있었다.한 나라의 대통령이 죽었으면 정부가 나서서 분향소를 설치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이 땅에
서는 그것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덕수궁 정문에 도착했다. 정문인 대한문 앞 광장 곳곳에는 전경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사이에 조문객들,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듬성듬성 모여 있었다. 분향소가 차려질 것으로 보이
는 앞쪽에는 여전히 경찰들과의 마찰이 이어졌고 섞여있는 경찰과 조문객들도 곳곳에서 마
찰이 벌어졌다.
“니들 사람이야. 대통령이 죽어 조문하겠다는데 그것도 막아” 한 여성의 비명에 가까운 앙
칼진 목소리에 전경버스로 둘러싸인 막힌 공간에 쩌렁쩌렁 울렸다. 광장에 조문객들이 늘어
나자 광장을 차지하고 있던 경찰들이 광장의 출입을 아예 막았다. 여기저기서 조문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않고 조문 행렬을 더욱 철저히 막
았다.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정 하나에 검정색 테잎으로 붙여진 초라한 분향소에 천막도 빼앗아가고 조문객들의 조문
도 막아버리는 행태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었다.그래도 조문객들이 하나둘씩 덕수궁 정문앞 광장을 메워갔고 조문을 온 행렬이 점점 길어졌
다. 분향소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전경차량의 창에는 국화꽃이 한 줄로 꽂혀있었다. 어둠이
짙어지자 하나 둘 촛불이 켜지고 어디서 나눠준지 모르지만 초코파이가 앞에서 뒤로 전해졌
다.‘투사’ 노무현이 세상을 떠나는 자리답다고 해야 할까. 병풍처럼 늘어선 전경버스와 조문객
들에게 주어진 초코파이가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