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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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98.***.187.97 4788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젼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안 가득 들어온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그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 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혔다가
    뒤돌아 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새까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여 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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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derous Stories –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