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 #84176
    eroica 98.***.187.97 4612

    폭설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라ㄹ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Wynton Marsails

    • Esther 69.***.138.111

      좋은노래 감사합니다…
      나두 눈치워보고싶다….ㅠㅠ

    • 눈치운이 98.***.10.215

      너무 힘들었습니다. 눈치운다고…

    • done that 66.***.161.110

      화요일 저녁, 덴버공항—
      눈은 시작하지도 않았는 데
      비행기들은 벌써 늦어지고
      내가 탈비행기도 다른 라우트에 뺏기고
      스키백은 나랑 같이 오지 못하고 —

      이런걸 vacation from hell이라고 하나요? 새로 생긴 덴버공항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이럴 정도일 줄은–. 혹시 거기를 많이 이용하시는 분들 화내지 마세요. 제 경험이었습니다.

    • CPM Eng. 199.***.72.4

      몇주전 출장중, 시카고 공항에 하룻밤 묶였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아침 출근전에도 4″정도 온 눈 치우고 왔는데, 토요일 아침까지 계속 눈이 온다니 퇴근길도 걱정이고, 금요일, 토요일은 또 얼마나 많은 눈을 치워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 Esther 69.***.138.111

      반바지에 반팔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슴다….^^

    • eroica 98.***.187.97

      편도선염증으로 고열과 두통으로 앓아누웠더니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휙 지나가 버렸네요 :-(

    • ms 208.***.97.140

      정말 음악 좋군요.

    • done that 66.***.161.110

      에구. 얼른 건강회복하세요.

    • eroica 98.***.187.97

      done that님, 덕분에 회복이 빨리됐습니다.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