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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조승희가 보내온 동영상에 대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자기를 괴롭히는 어떤 사람을 설정하고 그 존재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고 상상하는 피해망상”으로 진단했다.
황 교수는 “이런 경우 실제로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는지 아니면 혼자서 만들어낸 가상의 적인지가 항상 문제가 된다”며 “그러나 주위사람들과 의사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진술로 보아, 눈에 보이지 않는 특정 존재를 망상적으로 설정하고 그에 대한 공격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승희는 미 NBC 방송에 보낸 동영상에서 “내가 이 일을 저지른 건 다 너 때문”이라며 “너는 내 영혼을 강탈하고 내 양심에 불을 질렀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조승희가 이 같은 피해망상증세를 총기난사라는 실제적인 행동으로 옮긴 것에 대해 황 교수는 “스스로 누군가를 처단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가상의 인물에 의해 이런 행동을 저지른다거나 또는 그와 싸우는 과정에서 저지른 행동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쳐부숴야 할 적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일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조승희에 대해 ‘편집증적 정신분열’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그는 “우울증이 심해지면 이 같은 편집증적 행태가 나타난다”며 “외부의 누군가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생각하거나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비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주위사람들이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승희가 메르세데스 벤츠와 금목걸이 등을 언급하며 부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에 대해 황 교수는 “가난에 시달렸다기보다는 그런 물건들이 미국사회에서 젊은이들의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망상적 사고를 가진 조승희는 그런 물건을 소유한 사람을 자신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으로 설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집단에서 외톨이가 될수록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싶은 욕구는 더욱 커지는 법”이라며 “그런 욕구를 수용해 줄 상대가 주변에 없었던 것이 큰 사고를 불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