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어느 신혼부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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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0.103 5050

    출처: http://www.todaysppc.com/mbzine/bbs/view.php?id=free&page=1&sn1=&divpage=28&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8621

    어제 저녁, 고기집에 외식을 나갔습니다.

    대각선 방향의 테이블에 신혼부부 한쌍이
    빈소주병 네개 깔아놓고 말싸움을 하고 있더군요.
    (나중에 식당 아찌가 그러시데요. 결혼한지 얼마 안된 단골손님이었다고..)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습니다.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들리더라구요. ㅡ_ㅡ;

    중간 중간의 대화만 듣기는 했으나
    짐작컨대, 남편이 친구들과의 잦은 술자리로
    처가 행사(친정아부지 생신 같은?)에 가기로 해놓고 못간 모양입니다.

    결국, 이 싸움의 주제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너무 잦으니
    조율을 해보자.. 쯤이었겠지요?

    그런데 이 두부부..
    전형적인(?) 남녀의 막장 싸움으로 치닫더니
    끝내는 이혼해! 하고 깽판을 치고 나갔습니다.

    참..옆에서 듣고 있기 안타까웠던 몇몇 부분..

    좀 끄적여 볼까 합니다.

    #1. 친정 행사에 못가 화가 난 아내.

    아내의 입장 : 결혼한지 얼마 안되서, 명색이 사위가
    친구들하고 밤새 술푸다 늦게 들어와서
    처가에 못간게 말이 되느냐.
    식구들한테 내 얼굴은 뭐가 되느냐.

    이에 대한 남편의 변

    “내가 장인 어른을 만나볼께.”

    아…이거 정말..
    남자들하고 싸울 때 가장 화나는 케이스입니다.

    아니, 화가 난 건 아내인데, 풀어야 할건 아내하고인데
    뜬금없이 장인어른 만나볼께 소리가 왜 나온답니까.
    일단은 아내하고 풀어야지요. ㅡ_ㅡ;;

    대부분의 남녀 싸움의 경우,
    남자는 절대 말싸움으로 여자 못이깁니다. ㅡ_ㅡ;

    여자들은 조목조목 따지는데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변칙기술로 남자의 신경을 은근히 긁어대는 비아냥,
    각종 비난멘트 속사포 고급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관된 주제 하에 말싸움을 하기가 참 힘이 드는데..

    이렇듯 여자의 말싸움 스킬에 미리부터 겁을 먹고
    내뺄 궁리만 하는 남자들이 가장 많이 내보이는 수가
    말 돌리기, 본질 벗어나기, 꼼수 부리기 입니다.

    이 경우, 남편이 했어야 하는 말은
    그 부분은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다, 나도 어이없게 생각한다
    그건 진짜 내가 잘못했다, 내가 너라도 참 면목 없었겠다 라며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속상했을 여자의 마음에 공감을 나타내고
    어느 정도 달래주면서 아내의 마음을 한풀 꺾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여기서 그만 어이없게도,
    친정아버지와의 독대를 청하며
    아내의 감정 정리에 정면 돌파를 하지 못하고
    옆으로 살짝 내빼보려는 꼼수를 부리려다
    결국 아내를 더 열불나게만 만드는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이지요.. ㅡ_ㅡ;;

    #2. 이혼하자는 여자, 버럭하는 남자..

    여자가 참다 참다 말합니다.

    “그냥 이혼해. 너 그렇게 죽고 못사는 네 친구들하고 살아.”

    남자가 버럭 합니다.

    “넌 이혼 소리가 그렇게 쉽냐? 이게 이혼할 일이야?”

    여기서 여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정말 이혼할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내가 “힘들다”여야 하는데,

    ”너 그렇게 죽고 못사는 네 친구들하고 살아”라는
    비아냥 멘트를 곁들임으로 해서
    결국엔 남편을 뭐같이 보고 무시하는 말을 하고만 꼴이 되었습니다.

    이 역시, 일관된 주제 하에 말싸움을 벌이지 못하고
    감정을 앞세우는 여자들의 특징이라 하겠지요. ㅡ_ㅡ;

    헌데 이에 응수하는 남편의 태도 역시 뭐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남편도 감정적으로 이 말을 받아친 거죠.

    남자가 좀 더 침착하고 한수를 더 내다보는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상황을 좀 더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면
    저게 지금 할 소리야? 싶더라도 욱하는 마음을 한번 접고

    “네가 그만큼 힘들었구나.” 라고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멘트를 날렸어야 합니다.

    그랬으면 잔소리 한 5절 까지만 듣고 둘은 토닥토닥 잘살아보자~하고
    식당을 나갔을지도 모르겠네요.

    남자들은, 어느 정도는 잘못했다 싹싹 빌지만 오래는 못 빕니다.
    아무리 빌고 빌어도 여자는 계속 닥달하고,
    심지어는, 예전 일까지 들추어가며 아주 날잡았다는 듯이
    한큐에 다다다닥~ 해버리니 듣다 듣다, 빌다 빌다
    에이씨 다 때려쳐~! 하고 욱하게 되니까요.

    여자도 남자들의 이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적당히 쏴대고 적정선에서 기세를 잡고
    슬쩍 물러나주는 제스추어를 취하고
    이후의 추이를 보아 다시 쪼일 때 쪼이고 하는
    꾀를 좀 부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하고
    폭주하다가 결국엔 남자의 도화선까지 건드려
    본전도 못찾고 둘 다 펑~하고 틀어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 커플도 그래 보였습니다.

    남자가 서툴지만, 성에는 안차지만
    미안해 미안해 하고 빌 때에
    여자가 그러니까 앞으로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만 친구들 만나고
    처가 일은 칼같이 지켜줘. 라는 식의 협상을 제안하는 등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한발 물러설 줄 알았다면
    그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겠지요..

    대개, 남녀가 싸울 때 보면
    남자는 여자가 화를 내면 당황해 하면서
    그냥 이 불편한 상황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
    대충 사과하고 서둘러 마무리 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까? 뭐 영화 보러 갈래? 하는 식으로
    정면돌파를 꺼려하지요.

    그런데 여자는.
    아예 이참에 끝장을 보자는 기세로 덤비지요. ㅡ_ㅡ;
    그리고 두루뭉술한 사과,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내가 잘못했어~”가 아닌
    구체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속상한지 화가 났는지에 대한
    남자의 이해도 요구하지요..
    사실상, 적당히 문제 해결선에서 마무리 짓고
    자기가 필요 이상으로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하는 거에 대해선
    자기가 알아서 추스려야 맞는 건데..
    그 부분까지도 남자가 해결 해주기만 바랍니다.
    나 화난 거, 네가 빨리 풀어줘라 라면서
    계속 짜증내고 화내고 궁시렁 대고 쪼아대느라 바쁘지요.. ㅡ_ㅡ;;
    그렇게 자기는 계속해서 폭주만 합니다. ㅡ_ㅡ;
    얼른 해결 보고 후딱 싸움을 끝낼 의지는 안보이고 말이지요.

    그러면 안되는데, 그간 서운했던 일을 이 기회에
    빵~ 터뜨리려는 무리수를 두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적당히” 쪼아주는 센스가 없는.. ㅡ_ㅡ;;;

    결국 이 커플, 어떻게 됐냐구요..?

    남자가 핸드폰 집어 던지고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못견뎌
    둘이 뻘쭘하게 나가버렸습니다. ㅡ_ㅡ;;;

    … 사람 많은 그 식당에서 핸드폰 던지는 놈이나..
    그 지경까지 남자 승질을 긁는 언니나… ㅡ_ㅡ;;

    그 두 커플 나가는 거 보며..
    저희 부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걍 이혼해라~”

    ……………… ㅡ_ㅡ;;;

    참..왜들 그렇게들 ‘못’ 싸울까요..

    싸우는 것만 잘 싸워도 참 잘 살텐데들..
    싸우는 것도 제대로 잘 못싸워서
    못사는 걸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기들 그러고 싸우는 거
    누가 녹화해서 보여주면
    참 뻘쭘할텐데..
    뭐가 문제인지 금방 알텐데 들..

    잘 싸워야
    잘 사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아니..자주 싸우라는게 아니고… ㅡ_ㅡ;;;

    오늘의 교훈

    왜 말로 하고 그래 들..
    걍 니킥을 꽂아줘.. ㅡ_ㅡ;;;

    • 니킥? 67.***.223.144

      네킥? 즉, Your Kick? 아니면….?(blushed) 아니야 아닐꺼야….

      괜히 야한 생각 나게 만들지 말고 쉬운말로 해줘요~잉.
      다 쉬운말로 잘나가다가 맨 나중에 니킥이 또 뭐래요. 두뇌가 채하겠네.

    • 입식타격 147.***.40.44

      Knee Kick입니다…

    • …. 76.***.168.172

      원글님은 현명하셔서 사랑 받으시면서 행복하게 사실 것 같습니다

    • 지나가다 208.***.106.5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ㅋㅋ
      역시 남편은.. 적당히 다독여가며..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