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 #84056
    eroica 69.***.144.179 3951

    파업

    Pablo Neruda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 이상해 보였다
    공장 속의 고요
    두 행성 사이의 한 가닥 실이 끊어진 듯
    기계와 사람 사이의 거리
    물건 만드느라 시간을 쓰던 사람의 손들의
    부재(不在) 그리고
    일도 소리도 없는 휑한 방들
    사람이 터빈의 공동(空洞) 들을
    저버렸을 때 그가
    불의 팔들을 잡아뜯었을 때
    그리하여 용광로의 내부 기관이 죽었을 때
    바퀴의 눈을 뽑아 내어
    눈부신 빛이 그 보이지 않는 원(圓) 속에서
    꺼졌을 때
    크나큰 에너지의 눈
    힘의 순수한 소용돌이의 눈
    엄청난 동력의 눈을 뽑아 버렸을 때
    남은 건 의미없는 강철 조각 더미
    그리고 사람들 없는 상점들 안에 혼자 남은 공기와
    쓸쓸한 기름냄새
    그 파편 튀는 망치질이 없으니
    라미레스가 없으니
    그 해진 작업복 입은 사람이 없으니
    아무것도 없었다
    엔진 덮개 외엔 아무것도
    죽어 버린 동력의 더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염돼 더러운 바다 깊은 데 있는
    검은 고래처럼
    갑자기 외계(外界) 의 쓸쓸함 속에 잠겨 버린 산맥처럼 망각은 없다.

    ==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 MC Sniper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위로 떨어지는 투명한 소나기
    다음날엔 햇빛 쏟아지길 바라며 참아왔던
    고통이 찢겨져 버린 가지
    될 때까지 묵묵히 지켜만 보던 벙어리
    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지친 모습이
    말해주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 여전히 가슴속에 쏟아지는 빛줄기

    아름다운 서울 청계천 어느 공장
    허리하나 제대로 펴기 힘든 먼지로 찬 닭장
    같은 곳에서 바쁘게 일하며 사는 아이들
    재봉틀에 손가락 찔려 울고있는 아이는
    배우지 못해 배고픔을 참으며 졸린 눈 비벼
    밖이 보이지 않는 숨막히는 공장에 갇혀
    이틀 밤을 꼬박 세워 밤새 일하면 가슴에 쌓인
    먼지로 인해 목에선 검은 피가
    올라와 여길 봐 먼지의 참 맛을 아는 아이들
    피를 토해 손과 옷이 내 검은 피에 물 들 때
    손에 묻은 옷깃에 묻은 현실의 모든 피를
    씻어낼 곧 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
    노동자만을 위한 노동법은 사라진지 오래
    먼지를 먹고 폐병에 들어 비참히 쫓겨날 때
    여전히 부패한 이들은 술 마시며
    숨통 조이는 닭장에서 버는 한 달 봉급을
    여자의 가슴에 꽂아주겠지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위로 떨어지는 투명한 소나기
    다음날엔 햇빛 쏟아지길 바라며 참아왔던
    고통이 찢겨져 버린 가지
    될 때까지 묵묵히 지켜만 보던 벙어리
    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지친 모습이
    말해주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 여전히 가슴속에 쏟아지는 빛줄기

    비에 젖은 70년대 서울의 밤거리
    무너지고 찢겨져 버린 민족의 얼룩진 피를
    유산으로 받은 나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
    모든 상황은 나의 눈으로 보고 판단 결단
    살기 위해 허리띠를 조인 작업장안의 꼬마는
    너무나도 훌쩍 커버린 지금 우리 내 아버지
    무엇이 이들의 영혼을 분노하게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저 홀로 속상 할 뿐이지
    인간으로서 요구 할 수 있는 최소의 요구
    자식 부모 남편이길 버리고 죽음으로 맞선
    이들에겐 너무도 절실했던 바램
    하지만 무자비한 구타와 연행으로 사태를 수습한
    나라에 대한 집단 비판현실에 대한 혼란으로
    이어져 몸에 불지른
    전태일의 추락 나는 말하네
    늙은 지식인들이 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들은 몸으로 실천했음을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위로 떨어지는 투명한 소나기
    다음날엔 햇빛 쏟아지길 바라며 참아왔던
    고통이 찢겨져 버린 가지
    될 때까지 묵묵히 지켜만 보던 벙어리
    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지친 모습이
    말해주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 여전히 가슴속에 쏟아지는 빛줄기

    이제는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판단할 차례
    7,80년대 빈곤한 내 부모
    살아온 시대 그때의 저항과 투쟁
    모든 게 나와 비례 할 순 없지만
    길바닥에 자빠져 누운 시대가 되가는 2000년대
    마지막 꼬리를 잡고
    억압된 모든 자유와 속박의 고리를 끊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는
    예술인으로 태어날 수 있는 진짜 한국인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위로 떨어지는 투명한 소나기
    다음날엔 햇빛 쏟아지길 바라며 참아왔던
    고통이 찢겨져 버린 가지
    될 때까지 묵묵히 지켜만 보던 벙어리
    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지친 모습이
    말해주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 여전히 가슴속에 쏟아지는 빛줄기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 솔아 76.***.198.33

      신세대 가수인듯 한데 왜 오래전 곡을 부르는지.
      근데 마음에 와 닿는 건 나의 구십년대 기억때문만이라면 좋겠는데.
      오늘의 한국, 어디로 가고 있나요?

    • eroica 69.***.144.179

      이곡은 언더에서만 활동하던 MC Sniper가 2002년 발매한 1집 ‘So Sniper…’에 수록된 곡입니다. 광주민중항쟁의 실상을 알고난뒤 같은 젊은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민주화과정을 알리기위해 편곡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에서 ‘민주’는 요원한듯 합니다…..

    • 동감 76.***.39.196

      MC Sniper를 모르시나봐요. 저는 광주 민중항쟁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노래를 듣고 좀 더 찾아보게 되었고,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 허허 99.***.236.128

      기특한친구들이군요. 2002년 즈음 거북이도 사계를 편곡해서 불렀죠.
      지금은 가고 없으니 가끔 거북이의 사계가 들리면 참 마음이 착잡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