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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한상범 소장 강연, 일본 역사 왜곡 뿌리 설명
한상범 소장은 “일본의 역사 왜곡, 그 뒤에 도사린 한국의 친일파 문제”에 대해 갖가지 근거를 들어 지적했다. 그는 최근 진주에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광복절을 맞아 한상범 소장의 말을 정리해 보았다
일제 잔재 크게 3가지 부류
한상범 소장은 일제잔재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첫째 ‘인적 잔재’를 들었다. “심판을 받지 않고 일제시대에 누렸던 영화를 유지하고 있다. 매국노들이 재물을 쌓아 지금까지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둘째 ‘물적 잔재’로 제도적 문제를 들었다. “60년대까지 일본 법령이 우리 사회의 통치 수단이 되었고, 국가보안법은 이전의 치안유지법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령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일제잔재라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법을 모르게 하고, 어렵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도 결국은 우민정책인데, 이것도 식민의 잔재라 할 수 있다.”
셋째 ‘이념’문제로, 황국사관과 비슷한 이념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나라님이 최고통치권자라고 생각하는 봉건시대 논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봉황을 대통령 마크로 사용하고 있는데, 봉황은 봉건시대때 제왕의 상징이었다.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대통령을 최고통치권자로 만드는 것은 명치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이념부터 일제 잔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친일파들도 일본 지배층의 논리를 그대로 배운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왕은 신이라고 해서 부귀영화를 누려온 사람들이 지배층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 지배층의 논리를 똑같이 배운 사람들이 친일파다.”
한상범 소장은 역대 대통령들의 친일행적과 사건을 사례로 들어 비판했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를 잡아 죽였던 일본 고등계 경찰 노덕술을 반민특위에서 잡아 가두었을 때, ‘반공투사를 잡아 가둔다’면서 당장 풀어주라고 했다는 것.
박정희는 죽을 때까지 ‘일본군’
그는 박정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본이 군국화하는 과정에는 박정희 친일정권의 방조와 동참을 지나쳐 버릴 수 없다. 한국친일파는 박정희 쿠데타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친일연대’를 ‘친미연대’라는 베일로 장식하여 일본 우익과 연대 유착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한 소장은 박정희는 죽을 때까지 ‘일본군’이었다고 말했다. “한 일간지에서 연재한 ‘청와대비화’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박정희는 청와대에 있으면서 일본 만주국 기마군의 정복 차림으로 권총을 차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타임>지에서 보도한 ‘아시아의 거물들’에 보면 박정희는 궁정동에서 새벽에 파티를 벌이면서 일본군가를 자주 불렀다고 한다. 이런 모습이 한국의 대통령이었다.”
또 박정희 피살 이후에도 우리나라 정권과 일본 우익 간의 유착은 계속되었다고 한소장은 말했다. “79년 박정희 피살 후 그 추종 후속부류가 12·12 쿠데타로 재집권할 적에 일본군부의 박정희 상괸이었고, 현재 일본 우익반동의 대부격인 세지마류조 전 관동군참모 중좌에게 상의·통고하고, 일본정부 쪽에도 교신한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12·12쿠데타 20주년에 <한국일보>에서 특집 해설에서 연세대 박순원 교수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박정희가 제일 존경한 인물은 세지마류조이며, 박정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일본 만주국의 중령이었던 오카모토는 “일본이 한국을 점령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 “결국 한국의 친일 기득권세력은 다시 박정희시대로 돌아가서 또다시 지배하자는 것이다. 이 점은 일본의 지배층이 구반동체제로 돌아가려는 끈질긴 움직임과 한 배를 타고 있다.”
박정희의 조용수 ‘사법살인’
한상범 소장은 ‘더 이상 역사의 죄악을 방임·방치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세계의 평화와 민주를 애호하는 민중과 함께 전쟁이 없고 인간을 존중하고 다 함께 서로 도와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역사 왜곡에 도사린 일본 우익의 음모와 한국의 친일파의 책동에 대해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 한국의 친일파는 지금 무덤 속에서 있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망령까지 동원해서 반공의 메카시즘의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박정희근대화의 기적신화를 발조하고 있다.”
‘박정희 독재’는 진주 출신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을 ‘사법살인’하고, 노동운동가 전태일을 분신하게 하고, 정보부 고문실에서 수많은 인사들이 맞아 죽어 나가도록 한 것이라며, “그런 만행의 원흉인 친일파 매국노를 찬양하는 자들이 누구인가?”라면서, “그런 짓에 분노하고 용서치 말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상범 소장은 “그들에게는 관용과 화해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한상범 소장 = 현재 동국대 법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아시아태평양공법학회장으로 있고, 올해 3월부터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아 오고 있다. 그동안 일제잔채 청산과 관련한 숱한 책을 펴냈는데, <우리 사회의 일제잔재를 본다> <일제잔재 청산의 법 이론> <일제잔재,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의 법문화와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 등이 있다. 지난해 일제잔재 청산의 법이론 정립으로 외솔상을 수상하고, <일제잔재청산의 법 이론>이 ‘출판저널’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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