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의 세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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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69.***.144.179 3722

    총체적 난국의 세월 속에서

    장석주

    아무하고도 약속 없는 점심
    혼자 짜장면 한 그릇 비우고 들어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 막막함과 무관하게 가로수의 잎들이 쓸데없이 날린다.
    금방 도착한 夕刊의 행간들마다 웅크리고 있는 어둠에서
    ‘총체적 난국’의 한 징후를 냄새 맡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입 속에는 짜장면과 함께 씹은 양파 냄새가 진동한다.
    스산하여라, 근심 속에서
    한 세상이 꽃 피고 진다.

    보라, 낮은 짧고,
    어둠은 쉽게 내린다.

    철문은 녹이 슬고,
    문 위에 일렁이던 햇빛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물 빠진 뒤 뻘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아가미를 한껏 벌렁거린다.
    내가 지고 가는 짐, 짐승 같은 세월이 너무 무겁다.

    세상을 알 만큼 알고 난 뒤
    몸이 먼저 아는 늙음에 대한 예감이여.

    내 死後의 바람 속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 떼의 새들을 본다.
    새들이 꼭 성냥개비 끝에 쬐끔 묻은 硫黃 같다.
    새들은 어둠 속을 發火性 씨앗을 물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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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ill Survive – Nils Landg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