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9일 앞두고 뉴라이트기독교연합이 주최한 ‘대선을 위한 특별기도회’는 주최 측과 축사를 한 이들과 300여 명의 참석자들의 소망이 어우러진 ‘이명박 후보 당선을 위한 기도회’와 같았다.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이 이명박 후보를 거론할 필요는 없었다. 일찌감치 총대를 멘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딱 한 사람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2년 반 전부터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했다. 시작할 때부터 이명박 장로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고 확실히 믿고 시작했다. (아멘) 그것이 나라의 유익이고 교회의 유익이다. 나라사정 교회사정을 생각할 때에 이명박 장로가 제17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다. 그것이 합당한 것이고 되게 할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다. 2년 반 동안에 한 번도 그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김진홍 목사는 ‘이명박’ 이름 석 자로 부족해 “1번 3번 가지 말고 2번으로 바로 가자”고 말하며 아예 선거운동원으로 나섰다.
주최 측의 상임공동대표인 지덕 목사는 김진홍 목사에 비하면 확실히 뱃심이 부족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지 목사는 누굴 찍을지 말을 못 한단다.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안 하는 것”이라지만 궁색하기만 하다. 그저 “김진홍 목사님처럼 탁 터뜨렸으면 좋겠는데”라는 말로 대신할 뿐. 지덕 목사의 설교가 끝난 다음 사회자인 정인도 목사(기침 증경총회장)는 “설교를 얼마나 잘 하는지 이름을 안 댔는데 다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이제 그들의 후보가 대선을 9일 앞두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덕 목사에게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는 검찰총장이 신앙인으로 보이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BBK 때문에 고민을 아주 많이 했다. 검찰 총장께서 ‘있는 것은 있다고 하겠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아주 멋진, 마치 신앙인처럼, 값진 말을 했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우리는 이러한 소식을 듣고, 아, 하늘 문이 열리고 있구나.” (박수)
그들의 꿈이 깨질 수 있는 어떤 것도 막아야 한다. 몸을 바쳐서라도.
특별히 오신 분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새벽부터 줄서서 꼭 투표하자.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찍고 싶은 후보자가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칼 맞는 일이 없도록, 총 맞는 일이 없도록 기도로 막고 우리 몸으로 막아가면서 나라를 건질 수 있는 분이 우리인 줄 믿으시면 아멘하시기 바란다. (아멘)
꼭 대선이 끝난 뒤 그들의 후보가 당선된 다음에는 낙원이 펼쳐지리라는 환상마저 가진 듯 보였다. 지덕 목사의 설교 마지막 부분이다.
“이번 대선이 지나고 난 다음에 어두웠던 터널을 빠져나가고, (아멘) 짙은 안개가 사라지고,(아멘) 하늘 문이 넓게 넓게 열리고, (아멘) 여러분과 우리 후손들에게 웃으며 살고 기분 좋게 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 민족이 되도록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줄 믿는다.”(아멘)
갈수록 그 후보께 영광이다.
여러분 좋아하는 대선 후보를 위해서 크게 박수 한번 하자. (박수)
여러분 좋아하는 대선 후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 번 크게 박수하자. (박수)
▲ 대선을 위한 특별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300여 명. 뉴라이트기독교연합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의 방해로 예상 참석 인원의 반 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예장통합 총회장 시절,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 삭발투쟁을 벌였던 이광선 목사는 그가 싫어하는 후보를 우상 숭배자로 몰았다. 그 시절 가장 마음 아팠던 말은 “주지 목사님 안녕하세요”였단다. 그 시절에 겪은 상처가 그렇게도 컸을까.
“BBK 사건의 당사자들, 그리고 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장에는 탐심이 있다. 탐심은 우상숭배다. 보이는 우상과 보이지 않는 우상숭배가 이 땅에 판을 치고 있다. 이래서는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더 이상 이 정권이나 이 정권에 속한 아류들에게는 정권을 맡길 수 없다. 우상에 무릎을 꿇고 우상에게 입을 맞추고 우상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하나님이 그냥두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그들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이광선 목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사람이어야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좋은 나라 만들게 될 것”이라며 다소 모호하게 자신의 지지 후보를 밝혔다. 이 목사는 “여호와의 큰 신의 감동을 받은 사람을 뽑아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고 목청껏 외쳤지만 “누군지 말하지 않겠다”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이 목사는 선거운동 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누굴 지지하는지는 이미 이심전심 통했으니까.
“열심히 사력을 다해 불상사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뿐 아니라 앞으로 열흘 동안 전화와 문자를 하루에 10~20명씩 보내서 젊은이들에게 하나님의 신에 감동받은 사람이 이 나라를 새롭게 하게 해달라고 여러분들이 요청하기를 바란다. 함께 즐거워하며 축하할 날이 오길 원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경찰총장을 지낸 김효은 장로는 이번 선거를 이렇게 규정했다.
“이번 선거는 정당이나 정책의 대결이 아니고,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고, 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연방제공화국을 만들자는 세력과 하나님이 허락하시고 지켜주시고 축복해주신 이 대한민국을 보존하고 길이길이 지키자는 세력의 목숨을 건 싸움이다”
김효은 장로는 같은 장로로서 이명박 후보와 동일시했다. 이명박 후보의 아픔이 곧 그의 아픔이요, 이 후보의 기쁨이 그의 기쁨이었다.
“대통령 선거 양상을 보니까 정책대결은 간데 온데 없고, 오직 앞서가는 이명박 장로에 대해서, 여야 할 것 없이 대선후보들이 전부 그분의 도덕성과 거짓말 부패, 이런 것을 가지고 공격해오고 있다. 같은 신자요, 같은 장로로서 볼 때마다 굉장히 괴롭게 생각하고, 곤혹을 치렀지만 다행히 BBK와는 이명박 장로가 관련이 없다. 또 재산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국가에 헌납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교회의 체면도 서고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리고 김 장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명박 장로와 한국교회를 동일시했다.
“이명박 장로에 대한 비판은 그것보다 도덕적으로 수준이 낮은 저에 대한 비판이요, 공격이 되고, 또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이고, 교회가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보다 못해 참석자 중에 한 사람이 “엉터리 목사들”이라며 큰 소리로 항의했다. 주최 측에서 그를 제지하자 잠시 잠잠하다가 그는 “목사나 잘해라, 이놈들아”라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뉴라이트기독교연합의 9명의 상임공동대표 중 한 명인 김진환 목사(기하성증경총회장)는 이번 행사의 취지설명을 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찬송과 기도 소리가 메아리쳐서 북한동포들은 물론 민족복음화와 지구촌복음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이 인정하는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바라는 그 후보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지, 하나님이 인정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후보가 당선되면 청와대에서 찬송과 기도소리가 메아리쳐질 수는 있겠다. 그러나 청와대에 찬송과 기도 소리가 메아리쳤던 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때 함께 들었던 한국교회에 대한 호된 비난의 소리가 아직 귀에 쟁쟁하지 않은가.
이 정도 되면 종교가 아니라 망국적 정신병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