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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은 말이 다른 차이나는 건 괜찮지만 청소 개념에서 차이가 나면 참 같이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6년차 접어들어서 그 말이 새삼 자꾸 생각납니다.
유학생 때엔 당연히(?) 제가 청소를 거의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매일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2~3 번 정도씩 베큠하고 스팀베큠하고 그랬습니다. 파워가 약한 것들이라 카펫의 동서남북 네방향으로 한번씩 지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다 아파트 리스를 연장하면서 오피스에서 사람 불러다가 베큠을 해주더군요. 차에 달려있는 엔진 돌아가는 요란한 베큠.. 그런데 그거한거나 제가 평소하던거나 별 차이가 없더군요. 전 그럼 평소 내 청소 수준이 프로급이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아내는 제가 어리버리해서 청소하는 사람이 대충한거라고 왜 더 깨끗이 하도록 시키지 못했냐고 하더군요. 즉 실제 본인의 청소 능력이 20 이라도 기대치는 100 인 것이고 저의 청소 능력치와 기대치는 50 정도인 것이죠.
요즘은 애가 있고하니 예전보다 집안이 어지러울 수 밖에 없는거 이해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엔 전 직장 다니고 있기에 유학생때처럼 시간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직장다니면 집안일 자기가 다 하겠다고한 아내의 말을 믿었습니다. 제가 하던만큼은 안하더라도 적어도 절반정도는 하겠지 하고.. 한번 두고봤었습니다. 결국 한달만에 제가 못참고 제가 청소했습니다. 어떻게 한달동안 청소를 안할 생각을 하는지…
베큠하고 걸레질(지금은 마룻바닥이라)하는거 아예 포기하고 제가 할 수 있습니다. 그대신 전 아내에게 좀 덜 어지르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청소하고 정리하고 해놔도 12시간도 안되어서 다시 집안은 난장판이 됩니다. 24시간 뒤면 청소전과 거의 동일해집니다. 그다음부터는 면적상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잡동사니가 층층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옷가지들 소파 팔걸이에 널어놓고 그렇게 한달정도 쌓이다가 누가 집에 올일이 있으면 벽장 바닥에 쏟아놓습니다. 그러지말고 옷걸이에 걸어놓으라고 해도 귀찮다고 싫다고 그냥 그렇게 놔두라고 합니다. 다른거 찾일일 있어서 제가 벽장 정리하다 바닥에 흩어져있는거 보고 한 구석에 쌓아놓습니다. 이제 제방의 벽장에 쌓였고 지금 그렇게 쌓인 옷이 제 키높이(178cm) 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옷들이 정리되는 시점은 계절이 바뀔 때 입니다. 그리고 그때면 2주일 동안 집안 온 바닥에 옷이 나뒹굽니다. 그리고 그거 정리하고나선 자긴 이렇게 집안일 많이 한다고 끙끙댑니다. 벽장이 정리되어가는 기간동안에도 소파엔 옷가지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내의 방과 제방이 바뀌었습니다. 이유는 안방이 통제불능으로 어질러져서 정리된 제방을 안방으로 쓰는 것입니다. 이제 정리상태가 역전되니 또 방이 바뀌려고 합니다. 물론 전 달갑지 않습니다. 또 엉망진창인 방을 정리해야하니까요. 그러나 그것보다 요즘 더 짜증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엌..
아침식사때의 그릇이 퇴근하고 와보면 그대로 싱크대에 놓여있습니다. 어쩌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가다보면 일주일 내내 그렇습니다. 설겆이거리 쌓아두지 마라. 벌레 생긴다. 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한달이 되도록 계속 그러더군요. 아.. 한달중 2~3일 정도는 아침그릇은 없고 점심 그릇부터 있기도 합니다. 결국 요즘 또 벌레들이 득실대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선선해지는데 벌레가 늘어난다는 건 결국 그만큼 부엌이 지저분해졌다는 것이기에 제가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런 제 판단의 근거는 아내가 한달반동안 한국 다녀온 동안 제가 설겆이 즉시즉시 하고 음식 쓰레기 집안에 두지 않고 바로바로 버리고 해서 더워진 여름이 되었음에도 벌레가 거의 사라졌었던 일입니다.
참다참다 결국 제가 설겆이를 하면 아내는 자기가 할건데 왜 하냐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하면 그 설겆이는 다음날 아침에야나 처리가 됩니다. 그리곤 아침 설겆이부터 다시 쌓이는 것입니다. 결국 아침에 설겆이해서부터 아침식사 끝날때까지만 집안에 설겆이가 안 쌓여있는 것입니다. 결국 벌레들에겐 하루 24 시간중 20 시간 이상 늘 진수성찬(?)이 제공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아내는 벌레 생기면 약치면 되는거 아니냐고 합니다. 그약이란게 미끼 먹고 죽게하는 약인데 음식을 하루 20 시간 이상 방치하면서 그 음식 놔두고 미끼먹고 죽을 벌레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약 많이 써봤습니다. 미국약 써서 안 없어지자 한국약 쓰면 된다며 가져왔습니다. 그거 써도 안 없어지자 제가 약을 제대로 못 쳐서 그런거라고 합니다.
자정까지 설겆이 안되어있어서 제가 설겆이했다가 왜 밤중에 시끄럽게 하냐고 쿠사리 먹었습니다. 왜 설겆이 안해놨냐고 말한마디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말없이 설겆이하고 그렇게 쿠사리 먹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엔 설겆이 하라고 했더니 할껀데 왜 자꾸 말이 많냐고 소리 들었습니다. 첫날은 6시간 뒤에 둘째날은 12시간뒤에 설겆이가 되었고 셋째날부터는 다시 20+ 시간 주기로 넘어갔습니다.
부엌에 벌레 없애는데는 음식 쓰레기 안남기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틀린건가요? 제가 아무리 설겆이를 즉시 한다고 해도 퇴근후가 되는데 그러면 설겆이는 12시간 방치되는 것이기에 아내가 즉시즉시 설겆이를 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는것 같은데 어떻하면 아내가 제때제때 설겆이를 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침 설겆이가 저녘까지 (제가 퇴근할 때까지) 남아있더라도 어떻게 벌레를 없앨 수 있는 묘안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