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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은 일단 발병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발병 이전의 성격도 상당히 특이한 경우들이 많아서
자손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되는 이 질환은 대개 전체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됩니다.
이렇게 치명적인 유전자가 어떤 유전자 풀에서 상당한 비율로 계속 존재할 경우 진화생물학에서는 그 유전자가 그 종의 진화나 생존에 있어서 뭔가 이익이 되는 역할도 있는게 아니냐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가장 전형적인 예가 흑인들에 많은 겸상적혈구 빈혈증입니다.
이 병은 정상 헤모글로빈 유전자에서 염기 하나가 치환되어 헤모글로빈S라는 비정상 헤모글로빈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병인데 이 유전자가 한쌍의 헤모글로빈 유전자 중 한쪽만 존재하면 말라리아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한쌍 중 두쪽 모두가 이 유전자일 경우에도 말라리아에 대한 내성은 있지만 적혈구가 낫모양으로 변하는 겸상적혈구 빈혈증이 발병하고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에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일부 인구가 겸상적혈구 빈혈증으로 생존이 불리해지더라도 말라리아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것이 더 유익했으므로 이 유전병이 아프리카의 흑인들에 많이 존재하는 것이죠.
하지만 정신분열증의 경우 가계 연구나 역학 연구 등으로 유전적 요인이 크게 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존재하면 이 병이 발병하는지, 몇개의 유전자가 관여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쉽게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2007년에 여태까지 정신분열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분자진화학적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http://www.ncbi.nlm.nih.gov/pubmed/17785269?ordinalpos=4&itool=EntrezSystem2.PEntrez.Pubmed.Pubmed_ResultsPanel.Pubmed_DefaultReportPanel.Pubmed_RVDocSum
결과는 이들 유전자 중 상당수에서 adaptive evolution의 증거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유익한 형질들이었지만 우연히 이런 형질이 여러개 모이게 되면 정신분열증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1.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환각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전자의 과잉활동에 의한 것일 수 있다.
2.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 중 성격이 매우 괴팍한 사람들이 많고, 이들 중 일부는 실제로 정신분열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영화 뷰티풀마인드처럼). 또한 아주 많은 천재들이 사회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동반한다(아인슈타인, 뉴톤 등이 그 예라고 하네요).
3. 따라서 정신분열증에 관련된 유전자 형질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당히 많이 존재하면 그냥 머리가 좋은 사람이 되고, 그보다 조금더 많으면 조합에 따라서 그냥 천재나 성격이 괴팍한 천재가 되기도 하며, 지나치게 많이 존재하면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물론 정신분열증의 정확한 원인 유전자도 모르고 발병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들의 기능 같은 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가설은 가설일 뿐이겠습니다만 현재 진화생물학에서 보는 정신분열증의 원인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재끼리 결혼을 하게 되면 후손이 천재가 될 확률과 정신분열증이 될 확률이 똑같이 올라갈까요?
아니면 범재가 정신분열증 환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천재가 나올 가능성이 클까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아직까지 정신분열증에 대해 알려진 게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의 발병은 유전적 요인 외에 양육환경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인구집단에서의 통계적 발병과 특정 유전자의 빈도나 adaptive evolution의 증거만 가지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물론 송유근군이 정신분열증이라거나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도, 뉴톤도 송유근군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좀 특이한 삶을 살았어도 이들은 정상인들이었죠.
단지, 이런 걸 보면 신이 공평하다는 말이 약간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정 분야에 과도한 천재성을 가진 사람은 다른 뭔가를 갖추지 못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죠.
물론 천재성과 인간미 모두를 갖추는, 안그런 경우도 있겠습니다만.송유근 이야기를 읽고 예전에 읽었던 논문이 생각나서 몇자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