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과 진화론

  • #99166
    bj kwon 155.***.47.15 2579

    제목은 거창하지만 저는 양쪽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지 못합니다. 그냥 제목만 이것저것 들어보았을 뿐입니다.

    언젠가 교회의 소모임에서 하는 intelligent design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 내내 계속 흥미있는 얘기는 좀 나오긴 했지만 내가 있어야할 자리라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과학자로 train되고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부정을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학의 레벨로만 본다면 뭔가요.. 글쎄 옛날 무식한 교련선생님이 수학이나 물리공식하나 적어놓고 학생들앞에서 일장연설을 하는 분위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비디오로 보았던 내용중 많은 사람들은 소위 어디 무슨 교수 연구소의 고위직 연구원등등 많았는데, 그사람들의 지위가 문제가 아니고 그사람들은 과학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자기의 생각이나 철학을 이야기할뿐…) 그리고 또하나 생각이 들었던 건, intelligent design은 하나의 정립된 과학 principle이나 theory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논리적 필연성을 나름대로 차분하게 정리한거지요. 그런데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느꼈던 건,…. 각 사람들은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더군요.. 그러면서 이게 바로 intelligent design 이다… 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아마 저도 제 맘대로 해석하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 썰렁해질까봐 일일히 까칠한 반론을 제기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런 얘기 듣고있자보니 조금 하품이 나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 배운건 있어요. evolution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 안에도 일관성이 없는 부분도 있고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거지요 (정확한건 기억안나니, 캐물으셔도 대답 못합니다..).

    진화론의 오류점들을 여기서 일일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고요 (다시말하면, 그건 종교와 과학을 구분못하는 교련선생님들이나 할 일이라 생각이 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기에 오류들이 많다는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요. 왜냐면, 바로, 그게 과학이니까 그렇지요. 우리가 하는 과학에서, 우리가 완전무결하게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정립되어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나요? 과학이란 건 어차피 모르는걸 “조금 더 잘 알려고” 영원히 탐구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자세로 본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들을 “진실”혹은 “진리”로 보는것은 사실 위험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지식은 언제나 “중간과정” 혹은 hypothesis일뿐, 결론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것일수 있는거지요. 과연 그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화론은 그 이전까지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갇혀있던 시절에서 봤을때, 대단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고, “이성”을 가진 인간들은, “야…. 이거다” 싶었을겁니다. 도데체 신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이성을 가진 인간들이 신을 인정하는 건 수치다.. 뭐 이런식으로 나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벌써 진화론이 나오고 몇백년이 흘렀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인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정신이 세계관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 않나요?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중간중간에 혹시 느끼지 못하시나요?

    창조론자들이 가장 크고 분명하게 비판받는 이유는, 종교와 과학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교회에서 설교시간에 들을만한 얘기를 어떻게 공립학교 과학교과과정에 버젓이 집어넣으려고 하느냐.. 이거죠. (교회에서 돌맞을지 몰라도) 저는 100%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바라보아도 할말은 있어요. 이렇게 종교와 과학에 clash가 생긴 이유는, 한편으로는 과학을 (어디까지나, 현재는 불완전한, 하지만 hopefully 계속 발전하려는) 과학으로만 보려하질 않고, 거기에 심오한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문제가 있지요. 과학에 철학적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괜찮을지 몰라도, 과학의 불완전성을 베이스에 깔지 않으면, 얘기가 좀 이상하게 나가게 되지요. 그 자체가 하나의 “과학의 탈을 쓴” 종교가 될수가 있으니까요.

    20세기 현대물리의 가장 크고 중요한 영향중 하나는 (제 짧은 물리학 지식으로는), 사물의 현상을 deterministic이 아닌 stochastic, 아니면 probabilistic 하게 보게 되었다는 거지요. 고전역학에서는 세계에대한 기술은 아주 분명했습니다. “이거다” 였지요. 현대물리에서는 그렇지 않죠. “이게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입니다. 매력적인 현대과학의 한 면입니다. 빛이 파동인가요 입자인가요? 답: 파동일수도 있고, 입자일수도 있고..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수소원자핵을 돌고있는 전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나요? 답: 아마 대략 이러이러한 확률로 요기 근처쯤 된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참 웃기지요. 사이비 과학자나 공학자가 approximation해서 내놓는 답이 아니고 평생 물리학 연구한 사람이 내놓는 결론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냥 제 생각에는, 과학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그냥 우리가 과연 안다는건 뭘까 그리고 모른다는 건 몰까. 이런것들에 대해서 더더욱 고민이 많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과학의 본질적인 모습–과학은 “답”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다. “과정”을 제공해주는 거다–이 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다고 하면, 여기서 다시,

    과학은 종교와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과 종교가 clash되질 않습니다. 신기하지요.

    • 피터판 12.***.236.18

      역사적으로 많은 유명한 철학자들이 신의 존재를 증명 혹은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죠…

      종교는 마음으로 믿는거지 논리적으로 따질 수 없어유…
      “intelligence design”이란 그럴 듯한 제목으로 포장해
      종교를 과학적 논리로 포장하려는 걸
      볼 때마다 뻘짓한다는 느낌이… -_-;

    • 머구리 68.***.206.141

      과학과 종교는 항상 Clash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예로 들자면,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 사건을 들수 있습니다. 멀마나 많은 종교단체들과 과학자 일반인들이 서로 논쟁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종교는 형이상항의 개념을 그냥 믿는데서 출발합니다.
      과학은 반대로 형이하학의 개념을 철처하게 원인 및 결과를 파악해 완전무결하고, 깨끗하게 결론을 내어 놓습니다.

      천동설, 지동설, 지구가 둥근지 편편한지

      현상황에서도 어떤 종교단체는 수혈 및 장기이식을 용인하지 않기도 합니다.

      지금 과학은 아직 물질에 대한 쪽에서 비물질의 경계선에서 헤메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비물질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면서 종교의 형이상학적 이론들이 허물어 지게 됩니다.

      –mergury @hanmir.com

    • 지나가다 69.***.155.202

      저는 진화론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아가 진화론이 왜 기독교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는 믿음이 갖는지에 대해서는 더 모르겠습니다. (떼이야르 드 샤르뎅 같은 이는 기독교 신학자이자 동시에 진화론 옹호자이기도 했습니다)

    • 타고난혀 71.***.220.248

      좋은글 감사히 정말 잘봤습니다, 예시는 진화론과 창조론인데, 그 이상의 것들을 논해 주시네요..

    • ISP 206.***.89.240

      머구리님,
      그날이 바로 성경에서 얘기 하는, 휴거가 가까워 오는 날이 아닐까요?

      자 우리모두 그날을 위해서 기도를 더욱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아멘~ :)

    • 68.***.246.59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진화론과 창조론 둘다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인류의 과학발달정도나 인식 영역은 1000년전이나 2000년전의 인류와는 판이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으로도 예전과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한 예로 한국의 초등학생들 키가 예전보다 커졌다는 보도를 최근 들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신체적 변화도 하나의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속도로 계속 인류의 과학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전혀 새로운 인류의 출현도 기대됩니다.

      마찬가지로 동물이나 식물들도 환경에 맞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계속 진화한다고 생각됩니다.

      천지 창조론 또한 종교적으로는 명확하나 과학으로 풀려고 하면 끝없는 논란거리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물방울 속에도 수많은 박테리아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이러한 미생물들이 과연 세상이 얼마나 넓고 우주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인지할 수 있을 런지…

      우리 인간도 신의 관점에서는 물방울 속의 수많은 미생물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Eng. 68.***.131.253

      진화론은 창조론을 근거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면 진화될것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진화론은 전체 생명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적용이 되는 특정한 분야에만 한정 되는것을 너무 추론한 경향이 있습니다. 가설을 가지고 사실이라고 주장하는건 옳지 않은 방법이며 과학적인 방법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진화가 되는 경우는 인간의 사고로는 있을수 없습니다.
      따라서 진화론도 이미 창조된 무엇을 가지고 시작하는 이론이며 사람에게 적용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이론입니다. 따라서 창조론과 진화론은 공존이 가능합니다. 단 진화론이 모든 생명체에 적용하는건 본래 취지도 아니라고 봅니다.

    • tracer 141.***.57.94

      현재 과학계가 인정하는 진화론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theory)라고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특히 intelligent design쪽 사람들)이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물들을 끊임없이 찾아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진화론으로 설명이 되고 있습니다.

      eng님이 말씀하신대로 진화론은 생명의 기원과는 상관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단지 복잡한 다세포 생물들이 더 단순한 생물로부터 진화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역시 말씀하신대로 창조론과 진화론을 동시에 믿는 과학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적용하기에 무리라고 하셨는데, 많은 화석들을 통해 인간의 진화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침팬지와 인간과의 염색채의 비교가 굉장히 설득력있는(ape계통과 사람이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NYC 66.***.232.49

      진화론 대로라면 현재 원숭이, 고릴라들의 자손이 수백만년 지나면 우리같은 사람되고 우리는 딴거 되나요? 정말 궁금합니다.

    • …a 68.***.246.59

      타인 머신을 타고 2000년전 또는 5천년전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인류는 전혀 다른 종족으로 또는 신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 지거나 외계인으로 취급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창조론에 근거해서) 인류만이 급격한 변화를 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문명과 과학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원숭이, 고릴라들은 더 이상의 진보나 발전이 중지된 듯한 느낌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현재 인류의 급격한 인구 증가, 자연 파괴도 한 몫을 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인류의 발전에 의해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사실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입니다.

      원숭이와 고릴라도 현재 멸종의 위기에서 진화는 꿈도 꾸지 못할 것 같군요.

    • tracer 141.***.57.94

      진화가 계속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natural selection은 목표점이 없습니다. 모든 생물체는 end product일 뿐이지요.

      그리고 우리의 direct anscestor가 원숭이나 침팬지는 아닙니다. 몇백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조상을 공유하지만 중간에 갈라진거죠.

      원숭이나 고릴라의 진화가 중지했는지는 알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화론에 의한 종의 변화는 워낙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라 인간이 눈으로 관찰할 수가 없지요. 얼마전에 처음으로 뾰족한 나뭇가지를 창으로 사용하는 ape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만..

      인류가 멸종시킨 동/식물들이 꽤 있겠지만, 지구상에 존재했던 species중 99% 가 이미 멸종했답니다. 인간의 위협은 지구의 역사에 비교하면 사실 별게 아니죠(그렇다고 환경을 마구 다루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SD.Seoul 66.***.118.93

      bj Kwon님 오래간만에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쓰신 글 중에 typo가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주십시요.

      /진화론자/들이 가장 크고 분명하게 비판받는 이유는, 종교와 과학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교회에서 설교시간에 들을만한 얘기를 어떻게 공립학교 과학교과과정에 버젓이 집어넣으려고 하느냐.. 이거죠. (교회에서 돌맞을지 몰라도) 저는 100% 찬성입니다.

      위에서, 아마도 /진화론자/가 아닌, /창조론자/를 쓰려고 하신 것이
      아닌가요? 아니면, 의도하신 것입니까?

    • bj kwon 67.***.240.180

      아.. 그렇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물론 읽으신대로 “창조론자” 입니다… 가끔 이렇게 중요한 키워드를 잘못 적는 오류를 범한답니다…

    • 타고난혀 71.***.220.248

      news.bbc.co.uk/2/hi/science/nature/4296606.stm
      저도 트레이스님의 댓글에 동감합니다.. ape에서 인류로 진화를 한게 아니라, 둘이 같은 “하나의 조상”에서 갈라진걸로 생각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위의 링크는 고릴라가 툴 다루는 기사 입니다.. 과연 “옆구리궁금증질문”으로.. 고릴라가 툴을 사용한다고 해서, 인류의 조상이라는 추론이 정당한것인지요?

    • 빠다왕자 69.***.138.67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HEROES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원숭이중에서도 유전자가 최적으로 믹스된 어떤 한 종이 인간의 지능을 가진 원숭이 비슷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일계명 71.***.199.125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진화론자는 그 변화를 더듬어 원리를 찾고,
      창조론자와 지적설계론자는 변화의 원리도 창조되었다고 말하고
      둘의 논쟁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원리를 잘 이해하면 시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리라 봅니다.

    • gunit 75.***.183.137

      전 절대 변하지 않는 1권의 책을 믿기보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수정/보완 되어 더 곤고히 해지는 이론이 더 이해하기 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