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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긴 글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도 제 생각을 정리하며 쓰는거이니 제 일기장을 엿보신다고 생각하고 읽으셨으면 합니다 ㅎㅎ소개로 만나게 된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와 4개월째 연애하고 있습니다. 2달정도는 롱디를 하였고 미국에서 2달을 아무런 충돌 없이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롱디를 할때도 하루에 6-8시간은 통화할정도로 잘 맞았는데 함께 있으니 더 잘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고맙고 또 행복하네요. 여자친구는 6주후에 다시 한국으로 가는데,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생기네요.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이구요. 저희가 상의한(주로 제가 제안한) 고민거리가 몇가지 있습니다:
고민 1a. 나이차이 – 체력/건강
지금 제 나이는 31 이고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는 나이가 23 으로 8살 차이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평소 운동을 하고 여자친구는 반면 나이에 비해 몸이 튼실한 편이 아니라 체력적으로는 동등하거나 제가 우월합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체력적인 차이가 조금은 걱정스럽습니다. 여자친구가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않을지, 혹시나 어린 나이에 아직 잘 모를때라서 저를 선택하려는 생각을 하는게 아닌지, 하고 제가 잘 생각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여자친구의 답변은, 당연히 결혼이라는건 서로가 도와주면서 사는거 아니냐. 자기는 사람이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하지 않으니 그런 걱정은 안하였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아프면 오빠가 나를 케어해줄꺼라는걸 알기에, 오빠가 먼저 아프면 내가 케어해주면 되지 않냐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여자친구 전공은 사회복지학과라서 더 이런 성향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8살이면 그렇게 많이 차이 나는것도 아니다 — 14,15 은 차이나야 건강 걱정할정도의 차이다 — 라고 말하였습니다. 마음은 고마우나 이말들 또한 어리기 때문에, 혹은 이 비슷한 경험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저 또한 경험해보지 못한것이기 때문에 아무말 안했습니다.고민 1b. 나이차이 – 인생 시기 (자유)
나이차이가 있다보니 당연히 인생 시기가 다릅니다. 여자친구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나 social circle 이 아무데나 통통 튈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 한곳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그거에 대해서 저는 만족합니다. 저도 더 어렸을때는 여기저기서도 많이 살아보고, 또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사귀어보며 나름 눈이 틔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여자친구에게 자리를 잡는 삶을 요구하는게, 기대하는게 맞나 싶습니다. 넓게 넓게 보고 여러 경험 하는것도 좋지 않겠냐 하고 말을 해보았을때, 여자친구는 자기가 그리는 삶이 있는데, 그건 안정적인 삶이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하는것보다 그냥 자기편 한명을 만나는게 목표라고 할 정도로 완고하네요. 이것 또한 어리고 순수해서 그런것인가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 되니 내가 꼰대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저도 지나와보고 나니 만난 사람은 많지만 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걸 보았을때, 일리 있는 말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고민 1c. 나이차이 – 인생 시기 (결혼 적령기)
저는 이제 누군가를 만나면 결혼생각을 안할수가 없습니다. 이 전에 만났던 사람과는 5년을 만나고 결혼을 생각했지만 결국 집안 차이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객관적으로 현여자친구는 한창 연애를 할 나이입니다. 만일에 저희가 2-3년을 더 만나다가 헤어지게 된다면 저는 나이가 더 차서 30대 중반이 되어있을테지만 여자친구는 아직도 한창 20대 중반입니다. 이 가능성은 여자친구가 먼저 얘기를 하였는데, 만일 이렇게 된다면 오빠한테 너무 미안할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차라리 결혼 생각이 있는 사람을 아예 만나서 결혼 전제로 저도 연애를 하는게 맞는것 같기도 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거에 대해서, 누구를 만나던 어쨌든 헤어지게 된다면 내 나이 30대 중반되는건 똑같다라고 말하였지만, 당연히 확률적으로 더 결혼 준비가 된 사람을 만나면, 저와 비슷한 인생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더 수월할수도 있다는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 만나는 이 친구처럼 잘 맞는 사람을 만날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네요.고민 2. 여자친구의 미래
저는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민권자이고 여자친구는 이제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해서 인턴십을 마친 찐 한국인입니다. 영어 실력은 아무래도 조금 부족하고, 또 일 경력도 없습니다. 만일 미국에 온다고 하면 비자를 통해서 올 생각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 일을 잘 구할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당장 일보다도 영어공부를 해야한다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에서의 삶이나 미래를 포기하고 저 하나만 보고 미국에 오게 하는게 맞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얘기도 해보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여자친구는 자기는 어딜 가서도 잘할수 있을꺼고, 또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이가 깡패다 라고 합니다ㅎㅎ) 어디서든 자리잡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적응하고 올라갈수 있다고 얘기를 하였습니다. 이것 또한 젊음의 패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쨌든 확률적으로 여자친구가 더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성공을 거둘수 있는 길은 한국이라고도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길로 갈수 있도록 인도해주는게 올바른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떠나질 않습니다.고민 3. 여자친구의 자존감
여자친구가 만일 미국으로 오게 된다면 아마 같이 지내게 될겁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제가 식비나 생활비등 여러 비용을 부담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자친구도 과소비 하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은 되지 않지만, 이것 또한 여자친구에게는 자존감 문제로 연결될까 걱정입니다. 쓸때 없는 걱정일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에게 의존하는 입장이 되고, 또 제가 모든걸 해줘야 하는걸 느끼면 자기 자신이 조그맣게 느껴질까봐 걱정입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습니다 — 그렇게 되면 당연히 더욱 의존을 하게 될것이고, 또 거기서 더욱 자기 자신이 조그만해질까봐 걱정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친구들을 만날수 있겠지만, 제가 있는 도시 자체가 young professional 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소위 말해서 정말 어리고 잘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어도 부족하고 무직인 여자친구가 과연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고, 또 어울린다 해도 행여나 더 기가 죽을지 고민이네요. 이거에 대해서 여자친구에게 언급을 했었구요. 그렇지만 자기는 기도 쎄고 어디가서 안쫀다고, 결국엔 다 사람 아니냐 하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니 또 존경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럽기도 하네요.아마 계속해서 써내려갈수 있겠지만, 글에서도 느꼈겠지만 제가 좀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대충 고민거리는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ㅎㅎ
물론 더 서로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마음만 생각한다면 좋은 사람인것 같고 저를 정말 아껴준다는 느낌을 항상 받습니다. 굳이 왜 끝을 내야하는 생각도 들고 위 고민들을 제외하고 나면 걸릴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집니다. 여자친구가 4-5살만 더 많았어도, 조금만 더 사회 경험을 하였다면, 삶을 경험해보았다면, 저도 여자친구의 말들을 심사숙고된 성숙한 말들이라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그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아직은 저도 힘들어 노력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리다는 느낌을 받는것도 아닙니다. 다만 23이면 충분히 어른이기도 하면서 또 어찌보면 아직은 성장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는걸 저도 알기 때문인것 같고, 혹시나 이런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미숙함이 앞서나올수도 있다는걸 생각해 더욱 신중한것 같네요.
제 자신을 돌아보았을때 또한, 과연 이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수도 없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꼭 이 사람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 사람이 좋은걸까 아니면 이 사람이 주는 느낌이 좋은걸까?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것들이지만 막상 만나서 이야기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고 함께 있는게 너무 재밌고 좋습니다. 그래서 더욱 헷갈리네요.
물론 지금 당장은 조금 힘들어도 5년후를 바라본다면 충분히 잘 될수 있는 사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도 여자친구도 길게 연애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서로 너무 잘 맞고 또 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걸 많이 느낀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정말 잘 맞습니다. 하지만 연애랑 결혼이랑은 다를수도 있기에, 많이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모든것들을 극복해낼수 있을정도로 우리가 잘 맞고 또 서로를 사랑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아직은 이것을 정의하기에는 이른 부분도 있는것 같습니다.
저희도 이 상황에 대해서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얘기해봤는데 도무지 ‘정답’이라는게 없는것 같아서 여기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였거나, 혹은 주변에 비슷한 사례를 보았거나, 아니면 인생 선배로써 진심어린 조언, 격려를 해주고 싶은분들, 답변 부탁드립니다! 이 글이 행여나 미래에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