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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곳을 안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항상 궁금 했지만 글솜씨가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글 올려봅니다.항상 이곳에 오게되면 대부분 4년제 이상 졸업하신 분 또는 박사 이상급에 경력이 상당히 많으신 소위 말하는 엘리트급 분들이 많으셔서 때론 힘을 얻으러 왔다가 기만 죽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도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는 글도 있고 제 경우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MS나 Google 등에 인터뷰를 한다는 글등등…
저는 올해 32입니다. 2년제를 한국에서 졸업하고 미국에 28에 건너왔습니다. 할줄 아는건 남들 다하는 웹 디자인, 프로그래밍, 서버, 네트웍뿐입니다. 그것도 대학 전공은 다른 것이였습니다. 한국 경력 겨우 3년에 그나마 미국에서 운좋아 관련 회사에서 8개월 일하다 흔히들 말하는 악덕 사장을 만나서 시간당 $7.50을 못견디고 나온게 전부입니다. 그나마 2년제 컬리지에서 컴퓨터 2년정도 공부하다가 돈없어서 약 1년만에 다시 일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제가 일할곳은 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이 이런건지 어딜가나 제 전문 분야가 아닌 다른 일까지 다 하게 되버리더군요. 현재 직장에서는 회사 웹사이트 및 서버, 네트웍을 담당하러 들어가서 벌써 4개월째인데도 회사 서버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못봤습니다. 쇼핑몰인데 맨날 박스 포장하고 그외에 다른 밀려오는 잡일에 아침 9시부터 퇴근하고 집에오면 8시반 늦으면 9시입니다.
안되겠다 싶어 퇴근후 하루 2시간이라도 혼자 공부하기로 맘먹고 시작했건만 몸이 피곤해 그것도 힘들어지더군요.계속 해봐야 말만 길어질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그만 하고 질문 몇가지만 여쭙겠습니다.
혹 제글을 보고 저를 알아보는 분도 계실지도 모르지만 너무 궁금해서 그냥 다 까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월~토까지 일하면서 한달에 $1,800 받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간이야 말씀안드려도 상상하셨을것입니다. 제 경력에 제 실력에 제 학벌에 이정도면 감사해야하는지요. 물론 신분상 일만 시켜줘도 감지덕지라는걸 잘 압니다만 여기 오시는 분들은 연봉이 엄청나신것 같아서 여쭈어 보는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한다는 겁니다. 한국인 회사라 영어도 필요없고… 그렇다고 프로그래밍이나 기타 제 전문분야 일도 아닌 말그대로 노가다 입니다. 박스 포장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박스 포장 잘해서 부자됐다는 말, 진급했다는 말, 스카웃 제의 받았다는 말 못들어봤습니다. 이미 넘어버린 서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발전이 필요하고 배움이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됩니다. 돈 많이 준다해도 사무실 구석에서 하루종일 박스나 포장하고 있고 싶지는 않다는 것은 다 아실겁니다. 그냥 스폰서를 위해, 돈을 위해 이곳에 계속 있어야하는 것인지요.
또 한가지 궁금한것은 한국인 회사만 이렇게 야근이 있는건가요? 물론 MS나 google 등 큰회사는 안그렇겠지만 작은 미국회사도 야근하고 돈 적게 받고 그러나요? 차라리 그랬으면 불만이 없을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의 직장 경험 그리 많지 안습니다. 하지만 여지껏 어딜가나 성실하다는 말은 꼭 꼭 듣습니다. 한국 떠나올때 아버지께서 하신 한마디가 ‘성실해라. 성실하면 어딜가서든 성공한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한국가면 꼭 아버지께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말씀이 백번 틀리셨습니다. 아버지 말씀처럼 성실했더니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더군요. 부려먹기 쉬운 사람으로 취급하더군요. 까라면 까는 바보로 알더라구요’…라고… 그냥 한국인 회사들이 다 이렇고 어딜가나 다 똑같다 라고 생각하면서 눈 딱 감고 일만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꼭 신분때문이 아니라 5년 10년 일할수 있는 내 회사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회사도 아닌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고 예의없이 적어보았습니다.
건강 조심 하십시요. 오늘 허리가 많이 안좋네요.
누추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