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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년 하면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포닥생활은 자꾸만 길어지고 …
이렇게 무작정 세월을 보내면 안되겠다 싶어 미국에서 직장을 알아볼 계획도 세워보지만, 솔직히 심정으로 교수가 줄이 라도 안놔준다면 정말 직장이라는 걸 잡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명문대라 불리는 곳에서 공부하고 맘만 먹으면 대기업 몇군데 오퍼 받는 건 문제도 아니다 싶었는데, 이곳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왜이리 작아져만 가는건지 …
연구실에서 일 할땐 누구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가도, 랩미팅 시간에 웅얼웅얼 하는 미국녀석 말을 20-30% 도 못알아 들을 때는 퇴근길 내내 우울해 진다. 아직도 전화 통화는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고, 어디 전화 한통 하려면 왠지 머뭇거리고 다음에 다음에 하게 된다.
둘째를 가진 와이프는 첫째 가졌을 때와는 달리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다. 와이프가 뭐 뭐 먹고 싶다고 외식 하자고 하면 … 머리속에선 다음달 결제금액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럴 땐 정말 내 자신이 슬프게 느껴진다.
revision 해서 보낸 논문은 2nd revision 요구가 왔다. 이놈의 논문은 정말 쉽게 억셉되는 꼴을 못보겠구나. 새로 시작한 실험도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 꼴에 연차수 높다고 이것저것 일은 많아서 정작 메인은 진행이 안된다.
하, 교수한테 올해는 실험실 나갈거라고 얘기는 해놨는데 … 오늘 인터넷으로 써치 해보니 만만하지 않다는 게 팍팍 느껴진다 …
나름 빈둥거리지 않고 살아온 것 같은데 … 삶은 왜이리 지지부진한 것인지 … 고생시키지 않겠노라 뻥쳐서 미국까지 데려와서는 뭐 하나 시원하게 잘 해 주는 것도 없는 와이프한테는 미안한 마음만 쌓여간다 …
갑자기 유재하 노래 듣고 싶어서 …그대 내 품에 들으면서 … 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