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삶

  • #100228
    별헤는밤 99.***.194.174 2939

    한 2년 하면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포닥생활은 자꾸만 길어지고 …

    이렇게 무작정 세월을 보내면 안되겠다 싶어 미국에서 직장을 알아볼 계획도 세워보지만, 솔직히 심정으로 교수가 줄이 라도 안놔준다면 정말 직장이라는 걸 잡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명문대라 불리는 곳에서 공부하고 맘만 먹으면 대기업 몇군데 오퍼 받는 건 문제도 아니다 싶었는데, 이곳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왜이리 작아져만 가는건지 …

    연구실에서 일 할땐 누구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가도, 랩미팅 시간에 웅얼웅얼 하는 미국녀석 말을 20-30% 도 못알아 들을 때는 퇴근길 내내 우울해 진다. 아직도 전화 통화는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고, 어디 전화 한통 하려면 왠지 머뭇거리고 다음에 다음에 하게 된다.

    둘째를 가진 와이프는 첫째 가졌을 때와는 달리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다. 와이프가 뭐 뭐 먹고 싶다고 외식 하자고 하면 … 머리속에선 다음달 결제금액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럴 땐 정말 내 자신이 슬프게 느껴진다.

    revision 해서 보낸 논문은 2nd revision 요구가 왔다. 이놈의 논문은 정말 쉽게 억셉되는 꼴을 못보겠구나. 새로 시작한 실험도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 꼴에 연차수 높다고 이것저것 일은 많아서 정작 메인은 진행이 안된다.

    하, 교수한테 올해는 실험실 나갈거라고 얘기는 해놨는데 … 오늘 인터넷으로 써치 해보니 만만하지 않다는 게 팍팍 느껴진다 …

    나름 빈둥거리지 않고 살아온 것 같은데 … 삶은 왜이리 지지부진한 것인지 … 고생시키지 않겠노라 뻥쳐서 미국까지 데려와서는 뭐 하나 시원하게 잘 해 주는 것도 없는 와이프한테는 미안한 마음만 쌓여간다 …

    갑자기 유재하 노래 듣고 싶어서 …그대 내 품에 들으면서 … 궁상.

    • 랩미팅 121.***.90.144

      랩미팅 시간에 한국말로 웅얼웅얼 하면 어떻게 되죠?

      다들 자기 욕하는 줄 알고 빠짝 긴장할 하고 웅얼웅얼 안 한다에 한표..ㅋㅋ

    • roundone 68.***.71.82

      별헤는 밤님:

      자 여기 와인한잔 드세요. 저도 잠이 안와서 깊은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이것도 중독이네요.

    • 까탈김 76.***.253.80

      그래도 꿋꿋이 하시면 좋은 결과 생기시리라 믿습니다. 랩에 계시면서 같이 수다를 떨 미국인이 있으면 영어가 빨리 늘 수 있을 텐데요. 암튼 힘 내세요.

    • 전포닥 24.***.40.86

      포닥 지지부진하죠… 벗어날려고 정말 애썼는데.. 랩 새로 세팅하는거 도와주고, 논문 쓰려고 시작할때 잡 오퍼나오니까 다 버리고 나왔어요.
      잡 찾을 동안은 또 참 작아집니다. 취업의 벽은 높게만 보이고, 레주메 여기저기 넣어도 됬느니 안됬는니도 답도 없고…
      career 센터나 취업하신 선배들한테 부탁해서 레주메 교정도 받으시고, 잡서칭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알아보세요. 레주메 통과 몇번하고 나면 인터뷰 하게되고, 그러다 취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