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법] 보통 명사화된 상표와 상표권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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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송동호 종합로펌입니다. 새해가 되면서 여러 가지 다짐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 살고 계신 이민 1세대 분들이 정하는 목표 중에 하나는 아마도 원어민 같은 영어를 구사해 보겠다는 것일 겁니다. 간혹 저희 로펌에서도 회의를 하다 보면 원어민 변호사들이 “Let me google it.”이라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말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한다는 표현인데요, 워낙 영어권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검색엔진이다 보니 이렇게 관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일반 명칭(Generic Marks)’으로 사용되는 상품과 상표권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판례와 사례를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어 보려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상표라 하면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삼성의 갤럭시, 애플의 맥북, 도요타의 렉서스 등 글로벌 기업의 대표 제품군 또는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생필품의 명칭이나 특정 표장(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과 색채의 결합)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명칭과 표장은 소비자들에게 제품과 서비스가 어느 기업에서 판매 또는 제공하는지를 식별하게 해주는 상표의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붉은색 바탕에 흰색 필기체로 쓰인 ‘Coca-Cola’라는 로고를 통해 특정 캐러멜색의 탄산음료가 경쟁사인 펩시코의 펩시콜라가 아닌 코카콜라 컴퍼니의 제품인 것을 식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일반 명칭(Generic)이나 관용적으로 특정 상품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상표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한 예로, ‘애플 컴퓨터’와 ‘델 컴퓨터’가 있다면 ‘애플’과 ‘델’이라는 단어는 각 제품의 제조/판매사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상표로 볼 수 있지만, ‘컴퓨터’라는 단어 자체는 그 상품에 대한 보통명칭 또는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상표로 보기 힘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쇼핑센터나 백화점에서 자주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는 상표일까요, 아니면 상표가 아닐까요? 한 때는 ‘에스컬레이터’가 한 기업의 상표였던 적이 있지만, 현재는 상표가 아닙니다. 1900년경부터 수십 년 동안 Otis Elevator Company의 상표로 사용돼 왔던 ‘에스컬레이터’는 1950년 Haughton Elevator Co. v. Seeberger 판례에 의해 “더 이상 상표의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상표로 사용할 수 없음”이라고 결정되었습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는 ‘움직이는 계단 및 인도’를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되므로 더 이상 소비자에게 상품의 근원지, 즉 제조사 또는 판매사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상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특허상표청에 해당 기업의 상표로 등록 되어 있었고, 오랜 기간동안 쓰였다 하더라도 그 상표가 일반 명칭이나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되는 상황이 되면 상표권을 잃을 수 있게 됩니다. 진통제/해열제로 통용되는 ‘아스피린(Aspirin)’, 냉각제로 사용되는 ‘드라이아이스(Dry Ice)’, 그리고 강력한 접착제로 사용되는 ‘슈퍼 글루(Super Glue)’ 등도 한때는 특정 기업들의 상표였지만 현재는 미국 내에서 상표로 인정되지 않는 단어 중에 포함됩니다.

    미국에서는 상표로 인정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상표등록이 허용되지 않는 상표들도 있습니다. 한 예로 피부가 거칠어질 때 바르는 크림인 화장품/크림/약품의 원료 등의 상표인 ‘바셀린(VASELINE)’에 대해 1996년 한국에서는 콜드크림, 클린징크림, 약용 크림 등에 사용할 경우에는 일반 명칭이나 원재료를 표시한 상표, 또는 관용 상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을 거부했었습니다.

    기업에서 상표는 상당히 중요한 자산이고 또 그 가치를 이루고 증가시키기 위해 마케팅, 품질유지, 지적재산권에 투자되는 시간과 인적/물적 비용은 상당합니다. 따라서 한 상표가 ‘아스피린’이나 ‘에스컬레이터’처럼 상표로서의 역할을 잃게 되어 상표권을 박탈당할 때의 손실은 막대할 수 있으므로 현재 많은 기업이 위의 사례들을 참고하여 지적재산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화장지류의 상표인 크리넥스(Kleenex), 복사기 등에 관련된 상표인 제록스(Xerox), 그리고 인터넷 검색 엔진 등에 관련된 상표인 구글(Google) 등의 소유 기업들이 위와 같이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종종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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