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서른 되다

  • #409528
    순응하자 68.***.68.31 3179

    좀 전에 결제한 물품 목록입니다.

    식물성 화장품이라 저 같은 아토피 피부 가졌으면서

    여성용 화장품 코너에서 기웃거리기 뭣한 남자들한테 편리한 곳이죠.

    여드름 삐질삐질 나던 중학생 시절에 거울 보면서 언제나 이 여드름이 가실까

    고민하던 때가 생생합니다.

    근데 조금 전에 거울 10cm 앞에서 본 제 피부는 마치

    헤일 스톰 맞은 오렌지 껍데기 같더라면 좀 과장이겠지만

    볼살에 수분이 빠지면서

    여자들 허벅다리 셀룰라이트 초기 증상하고 비슷해 보이더군요. ㅡㅡ;

    그 상황에 면도를 하고 나니 일어나는 각질로 더욱 아저씨 룩에 부스트 효과.

    안되겠다 싶어 이메일에 쌓인 할인 쿠폰 뒤져 유일하게 이용하는

    yves rocher 사이트에 접속하고

    toning water 스프레이랑 3-in-1 얼굴 로션 하나 얼른 샀습니다.

    남자답게, 로그인 하고 checkout 하기까지 5분이 안 걸린 것 같습니다.

    화장품 종류가 3가지 이상을 넘어가면 패닉 증상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남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덕분입니다.

    선물로 주는 액세서리들은 모아놨다가 여자친구한테 하나씩 릴리스 해 주면

    좋고요. 가격은 원래 50불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나이트크림 빼고

    쿠폰 써서 30불 밑으로 맞췄습니다. 하드디스크나 좋은 의자 싸게 나온 거

    보면 브라우저에 저장해 놓은 크레딧 카드 번호 auto fill 기능 써서

    잘만 지르면서, 화장품 살 땐 꼭 수동으로 입력하는 제 모습이 한심합니다.

    어른이 돼 가면서 쓸데없는 장난감을 하나씩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구매로 점점 purchase item 들이 바뀌네요.

    20년 넘게 컴퓨터 끼고 살았으면서 비디오 게임기 하나 없다는 게

    천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