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alk Free Talk [중앙일보] 실효성 없는 한국의 “국제아동탈취” 처리 규정 (시애틀 치과의사 사건) This topic has [6] replies, 0 voices, and was last updated 1 year ago by K. Now Editing “[중앙일보] 실효성 없는 한국의 “국제아동탈취” 처리 규정 (시애틀 치과의사 사건)” Name * Password * Email Topic Title (Maximum Length 80) ‘국제아동탈취(International parental child abduction)’는 부모 또는 다른 가족 구성원 등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타국으로 데려감으로써 다른 부모 또는 가족의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탈취된 아동은 익숙한 세계를 떠나 한쪽 부모, 친척, 이웃과 친구들로부터 단절되어 자라게 된다. 또한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내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주변 세계에 대한 신뢰 또한 파괴된다. 최근 한인사회에도 ‘국제아동탈취’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이혼 등의 사유로 한쪽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도 헤이그 국제아동탈취 협약에 가입했고 관련 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법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반환 절차가 너무 길다는 것과 판결을 받아도 실제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7월 한국의 국제아동탈취 강제집행 현장에 다녀왔다. 2019년 3세 아들이 한국으로 탈취된 시애틀 거주 성재혁씨 케이스였다. 성씨는 4년 전 아들의 탈취 사실을 알고 미국에서 단독 양육권과 아동반환 명령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 대법원도 헤이그아동탈취 협약에 따라 ‘자녀를 본국(미국)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성씨의 전 배우자는 과태료 처분과 감치 명령을 받고도 자녀를 반환하지 않았다. 이에 성씨는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한 반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집행관은 “엄마와 살래, 아빠랑 살래”라는 질문을 한 후, 아동이 아빠를 기억하지 못하고, 아빠한테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능처리를 했다. 이번에 다시 시도한 강제집행은 2022년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미 국무부도 자국의 아동이 4년째 한국에서 반환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다양한 개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한국을 ‘헤이그아동탈취협약 미준수국가’로 지정했고, 2023년 5월 열린 하원 외교문제위원회에서는 한국에서 미해결 된 아동탈취 사건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 국무부와 한국 법무부 간 TF(태스크포스)도 꾸려졌다. 아동반환명령을 위반한 성씨의 전 배우자는 법원 명령으로 감치되어 있었고, 아동이 다니는 학교와 담당집행관에게는 아동반환에 협조해 달라는 법무부의 공문이 전달된 상태였다. 드디어 집행 현장인 학교에서 만난 아동은 처음 본 상담사를 경계했다. 그러나 곧 아빠의 이름과 아빠와 함께 찍은 영상을 보고 싶어 했다. 아동이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아빠를 떠올릴 수 있도록 기억을 소환했고, 아빠를 보러 미국으로 갈 수 있으며 아빠와 엄마 사이를 오가며 살 수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함께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도 알렸다. 그러나 강제집행이 ‘아동을 원 거주지로 반환시키라’는 법원 명령을 실행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현실을 마주하였다. 한국에는 국제아동반환의 강제집행을 위한 별도의 조문이 없다. 다만 대법원 예규 집행절차(재특 82-1)에 명시되어 있는 ‘유아 자신이 인도를 거부할 때는 집행할 수 없다’는 조항을 준수하고 있었고, 이것은 반드시 아동에게 부모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말로 확인해야 한다는 불문율로 작동하고 있었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 고려해 조속히 상거소(아동의 본국)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또 아동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 적절한지를 고려하여 판결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의 결정은 ‘아빠가 있는 미국으로 갈래?’ 라는 집행관의 질문을 접한 7살 아동의 선택으로 돌려졌다. 이때 아이가 ‘아빠에게 가겠다’ 는 명시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면 집행은 불능처리 된다. 원심과 항소심, 대법원 판결이 일관되게 아동반환을 명령해도 집행 현장에서는 아이의 선택에 의해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탈취된 후 4년간 아빠와 연락이 두절된 채 엄마의 영향 아래에 살아온 아이가 아빠와 살겠다는 대답을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불법적 탈취, 아동반환 불이행 등 법원 명령에 불복해 온 탈취 부모가 아이를 독점하고 있는 동안 상대 부모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주입했을 것인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이런 상태의 아동에게 엄마, 아빠 중 한 사람을 선택하게 하는 질문에 답하게 하는 것이 아동의 복지를 위한 것인가? 아이가 헤어져 있던 부모를 따라가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외면한 채, 아동에게 무거운 선택의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 집행과정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지한 한국 정부와 대법원은 집행 예규 정비를 통한 해결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된 집행 예규를 고치는 일은 성씨의 안타까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비슷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시급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송미강 /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상담학 박사 본문보기 news.koreadaily.com/2023/09/20/society/opinion/20230920192451317.html I agree to the terms of service Update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