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된다는 거.

  • #83572
    done that 66.***.161.110 4764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네요.

    늦게 결혼을 하면서, 다른 집으로 이사는 와서 노처녀와 노총각의 살림을 합치면서 보니, 가구도 없고 모든 게 변변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 사들였읍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결혼한 딸이 어떻게 사나 미국에 오셨을 때, 전 자랑스럽게 집도 보여 들이고 우리가 장만한 살림들을 보여 드렸지요. 철없는 딸이 객지에서 이렇게 사니, 이제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어머님 말씀이,

    얘, 벌써부터 이렇게 바리바리 사다가 집에 쌓아 놓으면 어떡하니? 결혼해서 같이 살면서 하나씩 장만하는 게 결혼의 큰 낙인데—. 하시더군요.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 데, 요새는 결혼하고 둘이서 같이 쇼핑가서 가전제품 하나씩 가구 하나씩, 시간을 들여서 사는 커플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가더라도 이거 사면 집에거 어떡하지? 하다보니 사고 싶어도 못사고, 귀찮아하다 보니 모든 게 고물이네요.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40이 넘는 다는 건, 내가 말해 놓고서는 ‘이거 우리 엄마가 하던 소리인데–. 똑같이 말하네’일 때라고요.

    날씨가 전국적으로 좋네요. 주말을 잘 보내시길.

    • 아줌마 169.***.120.56

      유학와서부터 미국산지 10여년 정도 되는데 아직도 지출이 수입보다 많다보니 집에 변변한 물건하나 없네요. 벌써 중년으로 접어들고 애들은 커가는데… 저희 엄마는 와서 보시고는 참 마음이 아프셨다고 하더군요. 그러시면서, “너희 둘이 애들하고 재밌게 사는 것 보니까 그래도 괜찮다.” 그러시더라구요. 남편도 상황이 나아지면 하나하나 장만하며 사는 것도 재미다 그러더라구요.

      여기도 날씨가 아주 좋네요. done that님도 주말 잘 보내시길…

    • 산들 74.***.171.216

      저희도 변변한 가구라면 손으로 꼽는 수준인데 뭐 이렇게 위로를 해보곤 합니다.

      음…아직 아이가 어리니 어차피 좋은 가구니 물건들 산다해도 엉망일거야…

      실은, 정말 엉망입니다. 저렴한 소파라고 샀긴 했지만 볼펜으로 여기저기 그림그려놓은 자국들 하며..볼때마다, 큰맘먹고 좋은거 샀다간 정말 울뻔했다..싶답니다. 아이가 한두살 더 자라면 그때부턴 맘먹고 같이 하나둘씩 장만해보렵니다. 정말 그런 재미가 쏠쏠할듯해요^^

    • done that 66.***.161.110

      두분 다 아이가 있어서 부럽습니다. 아줌마님의 아이도 보고 싶군요.
      산들님의 따님은 굉장히 예뻐서 많이 부러웠읍니다.
      자식농사가 가장 큰농사라는 말(또 엄마의 말씀을 반복하네요.)을 지키지 못해서 늘 어머니께 미안해합니다. 그동안 손자, 손녀는 언제 보여 줄래하셨는 데, 이제는 포기하셨네요.

    • 산들 74.***.171.216

      에고..done that 님..주부9단님께두 커플스 식구덜 줄줄이 아이사진으로 염장질(^^;;;)을 하더니만 결국 done that 님께두….죄송합니다..ㅜ.ㅜ

      그래두, 사랑스런 남편분과 알콩달콩 살아가시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세요. 아이가 있어 가족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있음으로 가족의 사이즈가 더 커지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done that 님과 남편분, 이렇게 훌륭한 가족의 이야기, 좋은 이야기들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

    • done that 66.***.161.110

      남의 아이들보면서 예쁘다하는 게 제 낙입니다. 미국애들은 예뻐도 만지거나 놀 수없어서 섭섭해 하는 쪽이지요.
      죄송할 필요가 없읍니다. 예쁜 아이 사진덕에 금요일 직장을 쉽게 보내고 있읍니다.

    • eb3 nsc 69.***.44.125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때 신혼초에 매달 월급받을때 음악 cd 한장씩 사던게 cd box를 한가득 채우고(미국올때 다 어디갔는지 많이 없어져 버렸지만).. 가족을 이루어 살면서 하나씩 장만하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애들 있으면 애들것도 하나씩 늘리고… 아직 중년이라고 저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지만, 어느듯 저 자신보다는 부모님생각, 아이들 생각에 치우치면서 살다보니.. 중년이 가까워 옴을 느낍니다… 커플즈 식구가 자꾸 자꾸 늘어서 너무 좋아요…

    • 아줌마 169.***.120.56

      모두들 어여쁜 딸들 (꿀꿀님의 아들들도 귀엽구요)을 두셔서 부럽네요. 우리집은 아들만 둘에 날마다 몸 날아가고 소리지르고 전쟁터입니다. 놀아도 꼭 레슬링 같은 걸 하고 노네요.

    • 산들 74.***.171.216

      울 사~안들의 창의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궁금합니다..역시 주부9단님은 이해하시는군요…ㅋㅋ

      딸내미 하나키우면서 아들 둘 키우는 것 못지않은것 같네요. 워낙 활발하셔서 여기저기 다치고 깨지고, 한시도 가만히 못있는 성격에 안그래도 어젯밤에 타일바닥에 턱을 제대로 찧으시는 한건 하셨답니다. 턱뼈에 금간줄 알고 어찌나 놀랐는지원…다행히 멍들고 턱부은 정도로 끝내셨네요…

    • PEs 75.***.141.157

      중년이 된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가슴이 철렁…
      항상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생각에 그런 것은 아닐런지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위로와 보람은 “사~안들”같이 예쁘고 착한 아이가 건강하게 쑥쑥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힘들어도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을 통하여 정체성도 확립하고 철도 들어가고…

      중년의 나이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데 PEs라는 칙칙한 아이디를 “참깨머리 오빠”나 “건들면 다가올까” 등의 변신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 까 심각하게 고민해 봅니다.

      Couples 게시판에 오시는 분들의 사회적 지위(?)와 성품으로 봐서 그냥 참을까 고민도 되고…이것이 중년이 오는 신호인가요? 나중에 저의 생각과 경험이 들어간 블로그나 올려 볼까하는 생각도 들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산들 74.***.171.216

      “참깨머리 오빠”..ㅋㅋ 그림이 크게 그려지니 어쩌죠…^^;;;;
      재치 넘치시는 PEs 님의 ‘언젠가’ 아이디 변신을 기다려보며~~~~^^*

    • 꿀꿀 136.***.158.153

      PEs 님 은 기혼아니신가요? 건들면 다가올까,,,요거 왠지,,,유혹의 느낌이,,,ㅋㅋ 전 젊어서 그런지 아직도 중년이란 단어가 쉽게 와닿진 않네요,, 전 스스로 아직도 애같다는 생각이,,왠지 방학이 올것만 같다는,,ㅋㅋ 방학없이 산지,,언 8년이 넘었네요,, 방학이 그립습니다,,

    • 꿀꿀 136.***.158.153

      글과 답글을 쭉 읽다보니,,제가 무심코 올린 애덜 사진 덕에,,몇몇 분들에겐 이렇게 신경이 쓰이게 만들어 드렸네요,, 제가 참 철이 없다는 생각이 또 듭니다,, 그래도 애들이 있건 없건 가족들과,,친구들과,,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래도,, 유난히 미국 살면서 가족이 많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주로 가족중심으로 생활을 하니깐요,,그래서 그런지 저랑 같이 오신 분들,,대부분 둘은 기본이요,,셋째 늦둥이 까지 낳으신분도 계셔요,, 애들이 재산이라고 까지 하긴 그렇지만,, 북적북적 대면 좋긴 한거 같아욘,,다들 힘내시고,,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