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바람

  • #84199
    아픔 67.***.27.24 12034

    밑에 유부남의…를 읽고 써봅니다.
    답글 주신 분들 말이 맞기도 하지만 저는 비슷한 홍역을 치뤘던 사람으로 원글님 감정을 많이 이해 합니다.

    답글 주신 분들이 다들 ‘성욕’으로만 이해하시는데 대부분이 아직 젊으신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배우자가 없으면 못 살 거 같이 좋은 사이이고 가정도 행복하고 원만합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제가 갈망했던 것은 ‘사랑’ 이 아니라 ‘로맨스’를 꿈 꿨던 거 같아요. 제가 주로 했던 상상은 지금 내 마음에 담고 있는 이 수많은 책임과 숙제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설레임으로만 멋진 풍경을 보고 걸어다니면서 한 자유인으로서 나를 이해해 주는 상대방과 ‘이상’이나 ‘꿈’ 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저를 아름다운 한 인간으로 바라봐 주는 아름다운 다른 한 인 간에 대한 상상이랄까요.

    중년이 되서 겪었던 이 마음의 아림은 생각보다 강하고 아찔해서 이미 얼굴 못 본지 몇 년이 지났어도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어지럽습니다. 서로 이성으로 말 걸어본적도 없는 사이였고 지금도 왜 그런 홍역을 치뤘는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너무 마음이 괴로와서 혼자서 운 적도 있습니다. 제발 이 미친 중년이 얼른 지나가야 할 텐데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제 2의 사춘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미친듯이 앞으로만 달리던 30대를 지나서(이 때는 아무리 많은 선남선녀에 둘러싸여 있어도 유혹을 못 느꼈음) 이미 거울을 통해 늙어버린 저를 보면서 그냥 철없이 아름답기만했던 제 20대를 아쉬워하면서,
    약간은..외로워 지면서,
    남편/아내가 있지만 서로 눈을 반짝이면 쳐다보기엔 너무 많이 익숙해지면서,

    성호르몬이 감퇴되면서 ‘경고’신호로 오히려 대뇌를 자극하는데서
    오는 보상기전이라고나 할까요.

    지금은 이 이상한 보상기전이 예술로 옮겨져서 제 평생 느끼지 못한
    미술에 열정이 생겼답니다(하루 종일 그림만 감상해도 행복할 거 같은).

    제가 아주 이상한 중년인 건지 많은 사람이 겪는 일이지만 10대나 20대처럼 관심을 못 받는 40대의 흔하디 흔한 경험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글 올리신 분도 저 처럼 잘 넘기시길 바랍니다.

    • Block 12.***.134.3

      결혼 이후로 바람을 피워보지도 못했고 다른 이성에 대해서 그리 끌린다는 생각을 가져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중년에 접어든 요즘들어 마음속의 공허함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와이프와 있어도 복닥거리는 애들과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건 원글님이나 아래 글님의 감정과 비슷한 것인가요?

      아직 이것이 중년의 감정인지 이민 생활에서 오는 감정인지 분간은 안갑니다만 저는 이럴때 그냥 술먹고 자버립니다. ^^; 다음날 아침 높아진(?) 배를 보며 반성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몇일 지나면 비슷한 감정에 또 놓이게 되네요.

      여하튼 나이로 부터건 이민 생활로 부터건 무료해지고 외로워지는 이 감정의 흐름은 잘 다독 거려야 할것 같습니다.

    • 꿀꿀 98.***.67.30

      아주 마음을 잘 표현해주신 글인듯 합니다,,
      30대라고 감정이 아무렇지 않은건 아닙니다,,
      전 10대를 보면 지금도 가슴이 콩딱콩딱,,그러나 그것은 사랑이라거나 그런것이 아니고,그냥 보고만 있어도 적어도 저에겐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막연한 그런 그리움이랄까,,
      딱 16~18,,그러니깐 고등학교 시절이 전 지금도 제인생에 가장 재밌고 즐겁고 햅복했던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감정도 그렇고,,

    • 절대공감 171.***.160.10

      저도 한때 그랬던 40대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집에 같이 사시는 분의 가치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각자 몸매도 관리하고 시킨쉽도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된다고 봅니다. 너무 편해졌다고 너무 긴장감을 놓고 사시는 부인 남편분들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로맨스도 밖에서 아닌 안에서도 할수있겠끔 서로가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중년 화이팅!

    • 감정이 75.***.209.68

      십대때 연예인 함 좋아해보듯..그냥 한번 스치는 얕은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아무리 그럴듯한 미사어구로..사랑이란 단어로 포장한다고 해도..배우자으로서 부모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겁니다..외도/바람을 그렇게 로맨틱하게 포장하지 마십시요..본인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로맨스일 수 있겠지만, 배우자에게 그리고 자녀에게는 평생의 아픔이요 고통입니다..가족이란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서로를 책임져야하는 존재입니다.

    • 비자 98.***.133.171

      자기 개인적인 감정 그것도 결혼한 가장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들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합리화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지 않군요. 그냥 혼자서 푸시던지 아니면 밑에 마음맞는 분과 같이 하시고 글은 자제히 주시길 바랍니다.

    • 저는 76.***.162.43

      결혼한 40대 여자인데요. 남편과는 지금도 연애하듯 사는 사이임에도, 아픔님의 말씀들이 왠지 다 이해 될 듯 합니다. 윗분들 처럼 말하는 건, 익명으로 이렇게 글도 못쓰게 하는 셈이니, 좀 잔인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림을 참 못그려서서 학생때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미술관에서 그림 감상만 하고 살 수 있는 여유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그림 감상 넘 좋아요. 40이 넘으니, 인생 너무 허무하다고 느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