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gonfly 문

  • #100176
    ISP 208.***.196.158 2192

    유세차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통신인 모씨(某氏)는 두어 자 글로써 gonfly에게 고하노니, 통신인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gonfly 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이 gonfly는 한낱 작은 물건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금 삼십 여 년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神)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연전에 우리 워킹유에스에이주인장님께옵서 동지상사 낙점을 무르와 북경을 다녀오신 후에, gonfly등 여러 통신인을 주시거늘, 친정과 원근 일가에게 보내고, 비복(婢僕)들도 쌈쌈이 낱낱이 나눠 주고, 그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너희를 무수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하니, 비록 무심한 물건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지아니하리요.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나의 신세 박명하여 슬하에 한 자녀 없고, 인명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家産)이 빈궁하여 통신에 마음을 붙여 널로하여 시름을 잊고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통재라. 이는 귀신이 시기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아깝다 gonfly 여, 어여쁘다 gonfly여,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하고 날래기는 백대의 협객(俠客)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의 충절이라. 추호(秋毫)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뚜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와 비단에 난봉(鸞鳳)과 공작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함은 귀신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이 미칠 바리요.

    오호 통재라, 자식이 귀하나 손에서 놓일(떠날)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하나 명을 거스를 때 있나니, 너의 미묘한 재질이 나의 전후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에게 지나는지라.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였으니, 부녀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발)이며, 겨울 밤에 등잔을 상대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首尾)가 상응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가 무궁하다.

    이생에 백년동거하렸더니, 오호 애재라, gonfly 여.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김선생의 골프를 시청하다가, 무심중간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gonfly 여, 한국으로 돌아 가는 났구나.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이 산란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을 깨쳐내는 듯, 이윽도록 기색혼절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의 신술로도, 장생불사 못 하였네. 동네 장인에게 때이련들 어찌 능히 때일손가. 한 팔을 베어낸 듯, 한 다리를 베어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보니 꽃혔던 자리 없네.

    오호 통재라.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하며 누를 원하리요. 능란한 성품과 공교(工巧)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바라리요. 절묘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가 삭막하다. 네 비록 통신인이나 무심치 아니하면, 후세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백년고락(百年苦樂)과 일시생사(一時生死)를 한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 gonfly 71.***.210.232

      하하…역시 ISP님이십니다. 장문의 안타까워 하시는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다시 해보겠습니다. 건강하시고요 나중에 들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