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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살다보니
밤마다 호젓하게 산책다니는게 습관이 들어버렸다.
한국에서 살때완 다르게, 혼자 살다보니 집에 있으면
인터넷도 쳐다보기 지겹고, 군것질만 생각나고..언제부턴가, 밤 열시에 바닷가에 있는
별다방에 들르는게 습관이 되버렸다.
거기 경치가 좋기도 좋고,
더블 모카를 내 입맛에 맞게 잘 만들어주는 녀석때문이다.이름이 Matt인데, 아마 중국계 아메리칸인듯한 녀석이다.
처음 올때부터 봤는데, 웃음도 많고
항상 자기가 만들어준 커피는 어떠냐고 꼭꼭 물어보는
친절한 녀석이었다.한 8개월인가 산책을 다녔을때쯤부터
10시에 꼬박꼬박 들르다보니
턱을 슬쩍 내밀며 ‘왔어?’ 란 표정으로 웃음 짓고
에스프레소를 뽑기 시작한다.
모카를 내밀면서, 그날 가장 안나간 케익종류나 쿠키종류를
한개씩 주면서 special call이라며 주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교묘하게 맞을때 자기 혼자 closing하면서
청소할때 내가 자칫 늦게라도 들른 날은(머 일부러 케익얻어먹으려고
늦게 갔던건 아니다) 남은 케익이랑 쿠키랑 전부다 주는 날도 있었다.어저께 누군가와 미치도록 얘기가 하고 싶어 핸드폰 목록을 살펴보다
전화할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걸 또다시 깨달았을때,
또 별다방으로 걸어갔다.
변함없이 그녀석이 모카를 만들어 주며, 이번주가 마지막이라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한다. 고마운건 나였는데?
음 뭔가 울적한 마음에 별다방에 왔는데 왠지 더 우울해진듯하다.
그녀석이 준 치즈케익 팩토리표 치즈케익도 아무런 맛이 안 느껴진다.
왠지 더 답답해져서 한참동안 앉아있으니 그녀석이 가게 닫더니
내앞에 앉는다.맷 녀석이 나한테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단다. 그러라고 했다.
“미안한데 너 혹시 게이니?”
푸하하하하 진짜 그 질문 듣고 기절할뻔했다.
“전혀 아닌데…맷 넌 게이냐?”
“아니 나도 스트레잇”
“왜 내가 게이같아보이냐?”
“아니 여자직원들한텐 농담도 안하고 표정이 경직되보이길래..이녀석 게인가 생각했지..”
“어, 난 여자애들한테 수작부리는것처럼 보이기도 싫어서 여자애들이랑 대화하는거 꺼려해..”야간조에 있던 네명 혹은 다섯명이 날두고 게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내기도 걸었던 모양이다. 이 자식들-_-; 그렇지만 모처럼만에 웃었던거 같다.
이녀석이 간다니 진짜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또 한번 정을 떼야겠구나 라고 생각해본다.
친구는 아니지만, 기댈곳 하나 없는 미국땅에 정이란게 오고갔던 모양..
무언가 조그만 선물이라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론 여직원들한테도 웃어는줘야지..
수작거는것처럼 보이는게 게이로 보이는것보단 나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