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인생

  • #409416
    방콕 98.***.1.209 3759

    오늘도 어김없이 늦은 일요일 오후에 씽글방에 와서 눈팅도 좀 하다가 글을 남깁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한심한 인생 비참하게 사는거 같기도 하고.. 제 정신감정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선 회사가 무지하게 바뻤지만 간간히 남자친구도 사귀고,
    짐도 한 5년 미친듯이 다니고 외모도 신경 쓸땐 좀 쓰고 다니고 했었죠.
    책도 일주일에 두세권은 꼭 읽었었고. 원래 친구들 많이 사귀고 그런 성격이 아니었지만, 나름 형제들하고 친구같이 지내서 남동생이랑도 밤새도록 술마시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었죠.. 인생이 그 때라고 뭐 완전 보람찬 인생 이런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살만 했습니다. 주변에 사람 많이 없어도 외로움 타는 성격도 워낙 아니었구..

    언제나 큰 결정 내릴때 그랬듯이 갑자기 대학원을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서 눈치보면서 주경야독(?) 6개월간 쥐맷, 에쎄이, 애플리케이션 다 속성으로 끝내고 미국으로 왔어요. 그때만 해도 쓰잘데기 없는 자신감이 ^^;;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가 29살이었네요.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었고..
    학교 생활이 무지 바뿌더군요. 새벽 2시까지 팀프로젝트할 때도 많았고.
    결국엔 롱디였던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병원에 싸매고 들어누운 적도 있었네요. 그게 꼭 남자친구 때문이었기 보단, 뒤돌아보니 종합셋트로 저한텐 좀 힘겨운 시기였던거 같아요.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기도 했고.

    대학원 다닐 때도 첫학기 땐 맘 독하게 먹고 짐을 매일 하루에 두시간 투자해서 다니기도 했고, 간간히 스토킹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친구들이랑 클럽이나 바도 가끔가기도 하면서 그냥 보통 싱글들이 살 듯이 그렇게 뭐 지냈죠. 남자들에게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나름대로 다양한 연령대에게 아직까진 어필이 가능했었던 아주 소중한!!! 시기었네요.

    이제 졸업을 하고 취직을 했는데.. 점점 더 생활이 푹 퍼져가네요. 회사 끝나면 5시 6신데.. 짐에 가도 되겠지만 안갑니다. 만나자는 사람도 있엇지만 온갖 핑계 대면서 피합니다. 설명하긴 복잡한데 그냥 미안합니다. 머리한지 딱 7개월 되었구, 옷도 이젠 완전 싸구려만 사입고 잘 사지도 않습니다. 남자한테도 관심이 안가요. 전혀~

    첨엔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그게 차츰 더 “내 인생”이 되어 가고 있네요.
    왜 이럴까요. 집에서 책읽고 뒹굴다 사람이 그리우면 장보러 갑니다 -_-;;
    사람구경하러요. 이젠 사람 사귀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자꾸만 안으로 파고드는 모습에 좀 스스로 겁이 납니다. 외모도 나이가 들수록 신경을 써야 유지가 될까 말깐데 거의 스스로에게 매일 최면을 겁니다. 외모에 신경쓰는게 속물이야;;;; 하면서..

    전 왜 이러고 살까요? 정말 반성할 때가 된거 같긴 한데 계기를 만들기가 힘드네요. 이러면서 또 집에서 맥주 한캔? 이러고 있다는….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속이 상하면서도 바뀌질 않아요.

    이런 정신상태는 뭘까요? 이러다 디프레션 올꺼같아요. T.T

    • 신문보다가 24.***.46.72

      전 미용실 가본지가 1년이 넘었습니다. 옷 살때는 그냥 가서 같은 것 5벌 색깔만 다른 티셔츠 산적도 있습니다. 집에 와서 딱히 할 것도 없는데 그런데 가는 시간이 왜 아까운지 모르겠어요. 다녀오면 2-3시간이니… 그나마 차가 박살이 나서 주말엔 그거 두들겨 펴는데 시간 보내고 있네요. 이걸 고마워 해야 하는지. ^^ 그래도 대도시면 저보다 나으니 부지런히 얼굴 팔고 다니면 즐거운 일 생기지 않을까요? 오늘은 페인트 붓 손질하다 하루 다 갔네요.

    • grace 97.***.237.38

      저도 미용실 간지 꽤 되는것 같네요. 한국에선 친구나 동생이 예쁜옷사거나 이쁜머리하면 따라해보고 서로 경쟁하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그런재미가 없네요. 긴생머리가 관리하기 편하고 미용실 생전안가도 되고 해서 늘 이머리만 해서 좀 질리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국에서보다 은근히 더 신경쓰고 다녀요. 안그려면 백인들한테 무시당할까봐.. 한국에서는 생얼굴에 머리도 가끔 안감고 다니기도 했는데 여기선 꼭 거울보고 신경쓰고 나가게 되네요. 사실 미국이 재미없는거 사실이고 인종차별기분나쁘지만 그래도 자녀 입시스트레스없고 시댁스트레스 없는것떄문에 여기 살아요. 앗 여기 싱글방이었던가요?

    • MD 68.***.17.46

      미국생활에서 겪게되는 우울증입니다.

    • .. 76.***.34.57

      저는 님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데… ㅠ.ㅠ 나름 분석해 본 결과 이때까지 너무 치여 살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갑자기 긴장이 확 풀린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자신은 편하고 좋은데 문제는 주변에서 너무 불쌍하게 본다는 거… ㅠ.ㅠ

      PS) 저도 우울증인건가요, 그럼?

    • 심심최절정 24.***.89.82

      싱글 삼십대를 한마디로 표현하는말이 우울증이라면 그거 맞는듯..
      반갑다 친구야~

    • 야옹 12.***.175.2

      저는 미국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문제들이 해결이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여기서 왜 이러고있나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드네요.
      한국에선 친구나 지인들과 어울리며 바쁘게지내느라 서른줄에 올라선 나이가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미국오니 오히려 신경이 쓰이네요.ㅠㅠ

    • 삼십 98.***.200.102

      사람들 만나면 열이면 열 만나는 사람마다 너 왜 시집안가냐가 단골메뉴니 안보는게 편한듯. 올해따라 절정을 달하네요. 혼자도 잘만 사는데…ㅡㅡ; 꼭 무슨 희안한 케이스(?)를 본듯 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도 슬슬 짜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