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As-Is) 부동산을 구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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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겸 변호사 99.***.172.219 1555

    진실된 관계를 맺으려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춰 이해하려고 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으나,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얼핏보면 상대에 대한 넓은 아량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방관 혹은 무관심한 동의가 될 수도 있다. 진정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상대에 대해 의미없는 미소로 일관하는 것보다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애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부동산 매매에도 “있는 그대로 (As-Is Condition)” 거래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As-Is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는 것은, 바이어가 매입하려는 부동산의 ‘현재 상태’를 바탕으로 결정된 매매가격과 조건을 수락하고, 향후 셀러에게 그 건물 상태에 관한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하지만, 바이어가 As-Is의 조건으로 건물을 사더라도, 건물의 하자에 관한 셀러의 책임이 무조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예를 보자.

    철수가 영희의 집을 As-Is 조건에 계약한다. 영희는 As-Is 조건에 파는 것이기 때문에 철수에게 스스로 집 상태를 체크하도록 하고, 본인은 집의 결함에 관해 별도로 알려주지 않겠다고 전한다.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As-Is 조건과는 별개로 셀러는 법에서 정한 셀러의 공개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As-Is 조건이란, 바이어가 눈에 보이는 결함을 받아들이고 건물을 구입한다는 뜻이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바이어가 알 수 없는 결함까지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희는 자신이 알고있는 집의 결함 모두를 철수에게 공개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와 별도로, 바이어 역시 As-Is로 건물을 구입한다 하더라도 그 건물에 관한 인스펙션을 할 권리가 있다. 인스펙션을 통해 건물에 결함이나 하자가 드러나면 이에 대한 보수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셀러가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다.

    철수가 인스펙션을 해보니 특별한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고, 영희의 모든 공개 내역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집을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그로부터 얼마 후, 우연히 집 외부로부터 거실 벽을 통해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기본적으로, As-Is 조항에 따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결함과 셀러의 공개 내역을 수락한 이후 건물을 구입했기 때문에, 셀러에게 같은 문제에 관해 추가 책임을 묻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만약 영희가 빗물이 집안으로 새는 사실을 예전에 알고 있었고, 눈속임을 위해 임시 방편적인 수리로 위장을 했었거나 혹은 은폐를 했었다면, As-Is 조건 여부와 상관없이 철수는 영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물론 영희가 의도적으로 은폐를 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 경우라면, 이에 대한 책임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정상적인 수리가 끝난 결함이라 하더라도, 셀러는 바이어에게 이 결함과 수리에 대한 사항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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