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가족들에게 부탁해서 법정스님 책을 몇 권 받았습니다.
한글 활자에 워낙 굶주려 있던 참이라, 며칠 동안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너무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단박에 읽어 내려가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까운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자연속에 살면서 나도 저렇게 초연하게 맑게 살고 싶다 그런 생각에 이런 저런 공상도 하고, 또 혼자 사는 삶도 뭐 그렇게 무서워할 것 없다란 생각도 들고.. 오락 가락 합니다.아침 일찍 일어나서 북어볶음도 뚝닥 만들고 두부도 조리고 이리 저리 반찬을 지지고 볶아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또 독서 삼매경에 빠져서 혼자 좋아하다가 점심끼니 시간이 되서 감자전을 부쳐서 며칠전에 담가 두었던 양파 초절임에 찍어 먹었더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더라구요. 집에 뭔가 뚜닥 뚜닥 음식 만드는 냄새도 나고 왠지 사람 사는 집같아서 푸근한 느낌도 들고..
낮잠에 스르륵 들었다가 깨었는데… 어둑 어둑 헤질녘에 아까 행복했던 기분은 일장춘몽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런..일요일 저녁의 이상한 그 기분..왠지 또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비상약인 맥주를 꺼내들었는데.. 6병째.. 정신이 말짱한게 잠들기 힘들것 같은 예감이 ….!!
법정스님 책읽으면서 나도 차향기 맡으며 명상을 일삼고 진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같은 삶을 살거야라는 야무진 생각은 자취도 없고..이래서 수도자란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내공이 너무 부족해 하루 한나절에 마음이 이리도 흔들리네 싶네요.
게을러서 사람만나 결혼까지 한다는 상상은 감히 못하는데 가끔 찾아오는 밑도 끝도 없는 외로움이 6병의 맥주로도 달래지지가 않는군요!
좋은 일요일 밤 보내고 계신지들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