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이 싫다~~싫어

  • #409879
    주말 후유증 98.***.1.209 4623

    한국에서 가족들에게 부탁해서 법정스님 책을 몇 권 받았습니다.
    한글 활자에 워낙 굶주려 있던 참이라, 며칠 동안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너무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단박에 읽어 내려가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까운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자연속에 살면서 나도 저렇게 초연하게 맑게 살고 싶다 그런 생각에 이런 저런 공상도 하고, 또 혼자 사는 삶도 뭐 그렇게 무서워할 것 없다란 생각도 들고.. 오락 가락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북어볶음도 뚝닥 만들고 두부도 조리고 이리 저리 반찬을 지지고 볶아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또 독서 삼매경에 빠져서 혼자 좋아하다가 점심끼니 시간이 되서 감자전을 부쳐서 며칠전에 담가 두었던 양파 초절임에 찍어 먹었더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더라구요. 집에 뭔가 뚜닥 뚜닥 음식 만드는 냄새도 나고 왠지 사람 사는 집같아서 푸근한 느낌도 들고..

    낮잠에 스르륵 들었다가 깨었는데… 어둑 어둑 헤질녘에 아까 행복했던 기분은 일장춘몽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런..일요일 저녁의 이상한 그 기분..왠지 또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비상약인 맥주를 꺼내들었는데.. 6병째.. 정신이 말짱한게 잠들기 힘들것 같은 예감이 ….!!

    법정스님 책읽으면서 나도 차향기 맡으며 명상을 일삼고 진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같은 삶을 살거야라는 야무진 생각은 자취도 없고..이래서 수도자란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내공이 너무 부족해 하루 한나절에 마음이 이리도 흔들리네 싶네요.

    게을러서 사람만나 결혼까지 한다는 상상은 감히 못하는데 가끔 찾아오는 밑도 끝도 없는 외로움이 6병의 맥주로도 달래지지가 않는군요!

    좋은 일요일 밤 보내고 계신지들 궁금하네요

    • sk 76.***.164.228

      님의 말씀ㅇ..그 기분 절절히 다 공감 해요…
      혼자만이 아니시구요…많은 분들이 이시간에도 이 미국땅 어딘가에서
      다들 원든 원하지않든 절반은 그런 도닦는생활을 하고 계신거 같아요..
      저도 하루하루 내 의지대로 알차게 보낸 다고 생각하지만
      휴일이나 주말에 찾아오는 해질무렵 또는 출퇴근길에 밑도 끝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은 당해낼 장사가 없습니다..
      근데 사는게 다 그런것 같아요…
      우리같은 싱글들은 고독에 몸부림치고
      결혼하신 분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몸부림치시고…
      어찌 살아야 눈감는 그날까지 후회없이 사는것인지
      정답이 있을까요>?

    • 나도 59.***.224.208

      작은 현실적인 처방:

      일요일 오후에 낮잠 자지 마세요.
      낮잠은 자더라도 1시간이상 자지 마세요. 전엔 몰랐는데, 낮잠은 오래잘수록 우울하게 만드는 경향이…
      낮잠을 어쩔수 없이 오래잤으면, 꼭 밖에 나돌아 다니다 들어오세요.

      낮잠을 잤는데, 자다보니 깜깜할때 일어나지면, 그냥 밥만먹고 아침까지 쭉 다시 자버리든지…

    • 잠순이 174.***.241.216

      낮잠…. ㅋㅋ 저 오늘 4시간 낮잠잤다는 -_-;;;;

    • bst 76.***.22.26

      낮잠 자고 깨면, 애들은 꼭 울죠.
      애들이 그 기분을 알아서인가…

    • 지리산작두 130.***.200.187

      법정스님의 책이 너무 좋아, 매일 삼십분씩은 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동네 도서관에 한국책이 좀 있는데 그중에 법정스님책이 8~9권이 있네요.

    • 68.***.143.225

      일할 수 있을때는 열심히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스트레스 받아 가면서 일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일하다가 일년에 한두번 정도 휴가를 내어 잊고 지내왔던 것들을 되돌아 보고 반성도 하고 자기수련도 하고 할 자격이 있는 것이지 평상시에 늘 불평불만 lousy 하게 일하는건 생각안하고 자연속에서 살고싶다 뭐 어떻다 그런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원글님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요즘 가끔 인터넷에서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 들어가 도닦으면서(?) 자급자족 농사지어가면서 살고 있는게 무슨 큰 웰빙에 대단한 신념과 이상을 가진 사람들인냥 떠드는게 좀 아니꼬와서 한마디 합니다.

    • 낮잠이.. 98.***.1.209

      원인이었군요;; 뭔가 그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을줄 알았는데, 정답이기도 한 것 같으면서 제가봐도 좀 싱거워서 민망하네요..ㅋㅋ

      읽고 난 후에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거나 직접 행동을 유발시키는 책들이 드문데, 법정스님 책은 그런 류의 책들중에 하나더군요 저에게는… 소중한 보석을 뒤늦게 나마 발견한 듯 싶어 기쁜 마음입니다.

      저도 젊은 사람들이 ㅉㅉ.. 하면서 혀를 찰 때가 많긴한데, 사실은 부러움도 반 정도 듭니다. 저는 집에서 오래 쉬면 불안하지기 시작하고 빨리 일하러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한는 것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용기가 있더군요. 아마 저도 20대 때는 사회적으로 덜 여물고 때가 덜 타서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더 강했던 것 같긴합니다. 철없는 소린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아닐런지요!

      암튼 오늘은 기필고 낮잠을 물리치고자,, 커피를 계속 홀짝 홀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