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 보스

  • #148200
    H1-B 69.***.83.99 5209

    안녕하세요. 그동안 이 싸이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많은 글들을 통해 어려울때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입니다. 여기에 글을 읽다 보니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신 선배님들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 도움 요청 반 또한 제 넋두리 반 섞어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화학 공학을 전공하고 작년에 작은 미국회사에 취직해서 약 2년정도 이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인도인 보스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고집이 참 세고,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문제가 생기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적이 별로 없어서 밑에 있는 연구원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새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헌데, 윗 사람한테는 자기가 한것처럼 이야기 할때도 있고… 아마튼 꼭 자기가 그일에 관여된 사람처럼 떠들고 다녀서 내심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저와 보스사이에 생각하는 관점이 많이 틀린데, 요즘들어 부쩍 우선 자기가 시키는 일(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나중에 사장되는 데이터를 만들게 하는일들)을 우선으로 해 줄것을 강요하고, 저의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고 독자적으로 일을 한번 해보려고 하면 늘 다음에 하라고 하는 식이니, 꼭 시키는 자질구레한 일만 반복해서 하는것 같아서 일하는데 있어서 성취감도 없고 재미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작년에 회사에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운좋게 제가 해결했었지만, 영주권을 스폰서한다는 말로 월급인상도 거의 없었고, CTO도 무슨말을 들었는지 마치 제 보스와 제가 공동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해결한것 처럼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니니, 정말 뭔가 도둑 맞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이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기에 묵묵히 일해왔지만, 잘해봐야 공이 반으로 쪼개지고, 실질적으로 연봉인상도 받지 못하며 서서이 저의 아이디어가 쓸모없는 것처럼 다뤄진다는 생각에 일할 기분이 점점 없어지는것 같아서 요즘은 차라리 영주권에 연연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사람의 간사함이 배었는지, 잡을 잡을때는 ‘일만 시켜 줬으면..’했다가도 막상 일거리가 주어지니 배부른 소리 한다는 생각도 하실줄로 압니다만, 현재로선 보스와의 갈등이나 저의 회사에서의 위치가 참 저로 하여금 여기 미국서 생활하기 힘들게 하는군요.

    오늘 아침에도 보스랑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나서, 현명하신 인생 선배님들의 따끔한 말씀이나 고귀한 충고를 듣고 싶어서 글을 올렸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주방장 64.***.181.171

      직장생활을 벌써 십오년 이상 했네요.
      배부른 소리 아닙니다. 직장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직장 생활이 괴로우면 인생이 괴롭습니다. 긴 인생에서 벌써 부터 밥 때문에 구질구질 하게 살면 되겠습니까?
      옮겨보세요.

    • hmm 65.***.209.2

      벌써 2년째 회사를 다니고 계시고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아서 능력없고 고집센 보스때문에 걱정하시는 건데 당연한 고민이지요. 경력이 어느정도 되셨으면 다른 좋은데 알아보시는게 당연할 것 같습니다. 어느 회사나 보스가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하면 가장 괴로운 법이죠. 보스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회사도 님께는 비젼이 없습니다.

    • 좋은보스 24.***.117.103

      직장생활하는 사람한테 가장 큰 복은 좋은 보스 만나는 것입니다. 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월급, 베네핏, 스탁옵션, 영주권 등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좋은 보스/나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주는 보스 밑에서 일하는 것 이상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겨도 좋은 보스를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더 나쁠 수도), 현재의 직장에서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이 고역일지도 모릅니다. 보스 얼굴 보는 순간부터 일의 의욕도 떨어질테고. 단순히 참는다고 되는 일이 아닐겁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본인 스스로 네가티브 해질수도 있고, 그렇게 몇년이 지나면 님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님의 성격도 나쁜 방향으로 변하실수도 있습니다.

      밤새면서 일도 많지만 편하고 좋은 동료/보스와 일하는 것과, 편하고 돈도 조금 되지만 말하기도 싫은 사람과 일하는 경우, 어떤 경우를 택하시겠습니까??

      영주권이나 당장의 신분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곳을 찾아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2년정도 일 했으니, 또 다른 곳을 찾아볼때도 된것 같구요.

    • H1-B 70.***.243.224

      원글이 입니다.
      여러분들의 글을 읽고 있으니까 마치 한국에서 대포한잔 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제게 너무나 따뜻한 위로의 말씀과 충고말씀 고맙습니다.

      좋은보스님께서 참 바른 지적을 해 주셨는데, 어느 순간 제가 참 어눌해지고 퇴근후에도 식구들한테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방장님,hmm님, 그리고 좋은보스님 좋은 충고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이제 용기를 내어 이직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 지나가다 170.***.50.120

      “훈련 힘든건 참아도, 힘든 고참은 못참는다”(맞나?) 말이 있듯이, 상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보스때문에 한번 자리를 옮겼지요. 단, 세상은 돌고 도는 곳이므로, 멋있게 헤어지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 언제가 다시 만납니다. :-)

    • 주방장 64.***.181.171

      제 옛 상사는 아주 특이한 성격이었지요. 저도 무난한 성격은 아니지만.
      여하간 그 분 때문에 회사를 옮기기 싫어서 아주 긴 세월을 같이 있었는데
      서로 간에 참 힘들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왜 쓸데없이 힘든 상황을 이어나갔는지 모르겠네요.
      그 열정과 인내로 일을 열심히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지금도 직속 상관은 아니지만 원래 있던 영국인 매니저가 은퇴하고
      동유럽 출신 시니어하고 일을 하는데
      별로 편하지 않네요.
      남의 실수는 침소봉대하고 자신의 실수는 아주 마이너 한 것으로 치부하고
      하다가 뭐가 꼬이면 사장에게 이 메일 보내고 휴가 가고.
      잘 삐지는 여학생 같기도 하고.
      옮길 곳도 없으니 달리 방법도 없고.

    • 485 기다림 209.***.160.68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단지 지금 영주권이 485 pending이라서 영주권을 기다리고 있지요. 회사일이 재미가 없으니 집에 가서도 가족들에게 잘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격도 많이 변한 것 같구요. 최근에 직장 구하기가 좀 쉬워진 것 같으니, 영주권만 나오면 한 번 옮겨보려고 합니다.

    • 213.***.93.228

      주방장님.
      제가 인생 상담해도 되는지여….

    • 제생각 65.***.44.2

      저같으면 당장 나오겠지만(물론 갈데가 있어야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상황이 뭐 그렇게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무슨 일을 잘 해냈는데, 그게 더 윗사람의 눈에는 나 + 내 보스 가 해낸것으로 인식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런 패턴을 깰수도 있지만.. 또 꼬이면 그거 참 깨기 힘들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전혀 배울 것이 없느냐… 그건 아닌데 현 상황 속에서는 찾아내기 힘들지요.. 일단은 다른곳에서 새 출발하면서 다른 환경을 경험해보면, 지금 상황에 대해서 나중에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겁니다.

    • H1-B 70.***.243.224

      여러분의 좋은 의견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원글이 입니다).
      내일처럼 생각해 주시고 해주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제게 많은 생각과 용기를 주신것 같습니다. 당장은 어렵겠고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이직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단, 지나가다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이 회사를 나가더라도 상사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고귀한 의견을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굿펠라 69.***.164.96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우에 있는듯 합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이직도 고려해 본적이 있고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심리적으로 불편한 시점에 있을지라도 실속을 먼저 차려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영주권을 먼저 확실하게 한 다음 회사를 옮겨도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하루하루 그런 시간을 보내는게 얼마나 힘든지 이해는 가지만 일단은 체류의 문제가 없어야 다른 직장을 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게되는것 같습니다. 빨리 영주권을 받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후 영주권을 받게 되면 “Thank you for everything”(사실은 Xuck you!!)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게 가장 통쾌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