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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ynews.cyworld.com/Service/news/ShellView.asp?ArticleID=2007122316292946108&LinkID=7
대단한 뒷북입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한국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즉, 한국에서 의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의 강제적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죠.
모든 수가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독점적 보험과의 협상을 통해서 획일적으로 결정되다보니 의사들의 불만이 아주 컸고, 의사들이 우리나라 의료를 공산주의라고 욕하면서 현 정부를 빨갱이라고 욕하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인 제도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군사정권이었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 의료보험이라는 게 처음 생긴 것은 박정희 시대였지만 이것을 전국민에 전면 적용시켜 현재의 틀을 만든 것은 1989년 노태우 정권이었습니다.
이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국민건강보험이 맘에 안드는 의료기관들은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지 않을 자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고급화를 지향하는 병원들은 아주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보험과만 계약을 맺겠죠.
그런 병원에는 그런 비싼 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부자들만 비싼 진료비를 내고 다니게 될 것이고, 사치성 의료서비스에 목말라서 외국에 나가서 치료받던 부자와 상당수의 의사들은 좋아할 일이 될 겁니다.
그런 고급 병원에서는 미국처럼 비싼 진료비 받고 긴 시간 동안 차근차근 진료하고, 하루에 환자 20명만 보고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되겠죠.
문제는 그 다음인데 현재는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채결해야 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있는데 사보험이 활성화된다면 사보험에 가입하는 부자들이 자신들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빼달라고 요구를 하게 될 겁니다.
이걸 정부가 허용을 안한다면 모르겠는데 만약 사보험에 가입한 증명을 내면 국민건강보험료 납부가 면제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국민건강보험의 붕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건강보험료는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이 많은 돈을 내는 일종의 세금 같은 제도이기 때문에 비싼 사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면 건강보험 재정은 더 어려워지게 되고, 정부가 세금으로라도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재정파탄은 시간문제가 됩니다.
그나저나 이런 중요한 정책 공약을 국민들이 전혀 모르다가 대통령 선거가 다 끝나고 나서 이슈가 된다는 게 무엇보다도 한심하고 화가 나네요.
저는 당연지정제가 의사들에게 불만요인이 되고, 고급형 의료서비스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제도를 아예 폐지하기보다는 그대로 놔두면서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저도 의사입니다.)
일단 고급형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특수병원을 개설하면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되고, 어느 의료보험도 적용 안하고 진료를 하거나 비싼 사보험만 받아도 되지만 그런 특수병원의 진료항목이나 형태, 규모 등을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여 전체 국민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보험에 가입을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료는 반드시 납부를 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국가 보건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건강보험은 그대로 놔두면서 그 이상 고급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그 경제력만큼 더 돈을 내고 사치성 서비스를 즐기라는 것이죠.
만약 이명박씨가 그런 제한 없이 건강보험을 붕괴시켜 버린다면 아마 역사에 길이 남을 반민중적 정치인이 될 겁니다.
그리고, 21세기 초반의 한국 국민들은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비웃음의 대상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