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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0대 말의 말에 서 있는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허망하리만치 서글펏던 첫사랑을 보내야 했던 것이 13년 전이었는데.. 참으로 더디기만 한 시간이 한줄기 바람처럼 훅~하니 지나가 버린 것이지요. 어차피 결혼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단정짓고 또다른 인연을 만들지 않고 어쩌면 애써 피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갑자스런 어머님의 병환이 모든 걸 뒤죽 박죽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어느 어머님처럼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 하시던 분이 말입니다. 늘 입버릇처럼 “네가 어디에 가서 사는 지는 그래도 참겠는데, 너 혼자 그러고 있는 것은 못보겠다. 이젠 노랑머리도 좋으니 너 좋은 사람있으면 아무라고도 좋으니 결혼을 해라.” 그러시면서 13년 전의 일까지 꺼내시며 그때 보낼껄 하고 후회까지 하신 곤 하셨었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저처럼 잘 울지 않는가 묻고 싶습니다. 저는 10년을 넘게 울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때때론 울고 싶다는 그러면 무언가 좀 응어리 진 것이 풀리고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도통 눈물이 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에, 어머님이 응급실에 계시고 편찮으시다는 말에 눈물이 핑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울었는지도 모르구요.
바보처럼 늘 건강하시고 항상 곁에 계실거라고 믿었던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래. 평생 효도라곤 해보지 못한 내가.. 더더군다나 부모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이곳에 사는 내가.. 결혼이라도(?) 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상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들의 이름을 훑어 보고 메일 주소에 남아 있는 모든 이의 얼굴을 되살려 보아도 말이지요. 그래서 한국에 나가 선도 보았고 또 인터넷으로 또는 지인등의 소개를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처럼 길거리에 넘쳐나는 차처럼 흔한 사람에게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괜찮은 사람들이 많은데도 말이지요.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 있는데 되려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나 혼자 즐기자고, 내 욕심을 채우자고 길에 핀 이름모를 꽃을 꺽는 우를 범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안정된 직장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열심이 사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 하나만 믿고 이곳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그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오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줄꺼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되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빈둥 빈둥 집에서 소일하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잘 해보려 더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거의 모두 이미 결혼을 하신것 같군요. 정신 없이 허둥지둥하며 보낸 세월이 길다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평균적으로 이루어 놓은 것에 턱없이 부족한 제 상황은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랑하나만 생각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기엔 너무 오래 세상을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옆, 뒤 안보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드는건 아닌지도 모를 일이구요. 무슨 일을 벌리기 전엔 머리 속으로 이리 저리 재보는 제 모습이 징그러울 정도 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꺽어야 할까요? 아님 다른 사람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서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