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교장 답군요. 이런 염려의 목소리는 언제나 있어왔지요.

  • #97451
    30대 171.***.5.225 4817

    30대 가장입니다.

    제가 군대다닐때 제일 듣기싫어했던 소리가 ‘내가 늬들만했을때는 …했는데…, 요즘애들은

    엄청 빠졌단 말이야…’ 이었죠. 제가 이등병/일병이었을때 다짐했던 말이 절대로 저런고참

    안되리라. 그후 제가 고참이 되고 밑의 애들(졸병)을 보고 있노라니 참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그야말로 너무 빠져서 앞날이 걱정되더라구요.

    제대후 십년만에 찾아간 옛날 내무반, 선임하사님 등을 뵈옵고 요즘 군대생활 어떠냐고 여쭤

    보니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더군요. 제가 보기엔 완죤 xx 5분전 이더구만.

    아뭏든 제생각에는 예나 지금이나 군대는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고 (그게 x판이건 아니건) 또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고참병들도 10년전 제가 생각했던 그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 이겁니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이건 나라건 마찬가집니다.

    박대통령의 개혁정신을 그렇게 높이 산다면 현재의 젊은이들이 부르짖는 외침은 왜 애써

    외면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단지 박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없다는 이유로는 설명

    하기 힘듭니다. 세상은 변했고, 그당시에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나라와 지금은 차원이

    틀립니다. 고생하고 눈물흘리고 했던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제 그만 과거의 행적만을

    그대로 내세워 지금의 젊은이들도 똑같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것은

    오로지 고참병장의 외골수적 사고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거리의 젊은이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우려된다면 거리에 나가지 마셔야죠. 그들과 함께 뭉쳐야 한다고 하면서

    왜 그들의 주장은 전부 외면하고 ‘그렇게 하면 안되고, 이렇게 해야한다’라고 가르치시려

    합니까? 정작 귀를열고 그들과 융화되어야 할 사람들은 바로 박대통령과 고통을 함께했던

    구세대(?) 들이 아닌지요.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이 혈기 왕성했던 젊은시절에 분명히 지금의

    육사교장과 똑같은 입장에서 나라의 앞일을 걱정했던 구세대(?) 들이 있었겠지요. 그당시에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암울한 시대의 미래를 개탄하고 근심하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사람들의 주장은 거의 대부분이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왔던 자신의 과거에 근거를 두고

    있지요. 내가 이렇게 해보니 맞더라 뭐 이런 식이지요. 그게 틀리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나 두갈래의 길을 모두 다 가볼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 이외에 다른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데에 문제가 있겠지요.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적어도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려 하지만 않더라도 중간은 갈것을.

    육사교장이 지적한 ‘반전을 외치며 교통질서를 마비시키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사람의 눈에

    가시처럼 보이겠지요. 왜냐하면 그때당시에는 그런 꼴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당연히 그만한

    수의 자동차도 없었을 뿐더러, 그만한 행동을 했다해도 즉각 파출소로 연행되었겠지요.

    허나 그 젊은이들이 현재 걱정하는 이슈가 뭔지, 그들이 수구세력이라고 "폄훼"하는 현

    정치인들/기업인들 이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대통령의 개혁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음 질문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박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아마 일찌기 민주 선진국가가 되어 국민

    소득 5만불 시대가 이미 도래했을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과거에 비추어 좀더 발전시켜 나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이며 역사이겠지요. 하지만 어느 누가 이게 정답이다 라고 말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택한것이 아닌가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라. 오늘의 고통을 즐겨 참아라."

    제게는 이 말이 다음처럼 들리는군요.

    "얘들이 철이 없구나, 아직 짠밥을 덜먹어서. 닥치고 좀 조용히 있어라."

    흥미로운 것은 꼭 선거때가 다가오면 이런 종류의 글들이 언론에 드나들곤 하죠.

    한가지 더, 글중에 인도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시다시피 인도는 지금 연 경제성장률 8%를 넘나드는

    호경기를 맞고 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 시기를 거쳐 영어를 완벽하게 사용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지지리도 못사는 나라들에 속해있다가 이제는 IBM을 비롯한 수많은 미국기업들이 인도로 아웃소싱

    을 하러 건너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뭐했습니까? 거리로 나가 반전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수구세력(?)이 해준것이 결국 삼팔선을 넘어 이젠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나 양산해내는 것

    밖에 더있습니까? 정치인/기업인들 할 것 없이 자리에 있는동안 제주머니 챙기기 바뻐 줄줄이 구속

    되는 동안, 과연 그들의 고민이 뭔지, 그리고 육사교장이 말한대로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뭘 했는지, 그리고 뭘 할것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지금 ‘나라가 어지럽다’라고 한다면 그게 다

    거리고 나선 젊은이들 때문입니까? 정말로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걱정되는군요.


    5.16혁명 직후 미국은 혁명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을 인정한다면 아시아, 또는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여기에 실마리가 있군요. 미국이 왜 인정하지 않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어쨌든 박대통령은 스스로 고행의 길을 간 것이구요.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낸 독재정부 때문에

    무고한 간호원과 광부들이 희생을 당했다 라고 생각해 봤는지요. 만약 미국의 결정을 따라 물러섰던지

    아니면 애당초 독재정부를 세우지 않았더라면–. 미국의 원조를 계속 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선진국의

    그 광범위하고 다양한 물자와 기술을 일찌기 받아들인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 하나의 가정일 뿐입니다. 그당시

    국운을 걱정했던 많은 애국지사들께서 박대통령 없이도 자주국방을 완수하고 미국을 우리땅에서 몰아

    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가정일 뿐이고 그렇게 해보지 않은 우리로서 결과를 가늠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한가지, 그당시 젊은 박대통령을 바라보던 <그당시 수구세력> 들이 외쳤을 우려의 목소리가

    상상이 가는군요.

    "쟤 저러면 안되는데…"

    "젊은것이 뭘 모르고 날뛰는군.."

    "나라가 어지러운데 자네들은 우리 이조시대 선비사상을 잊었는가..?"

    어쩌면 30여년 동안 군생활을 했을 육사교장의 사고방식이라면 이정도의 글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많은 고민과 토론으로 보냈어야 할 혈기왕성한 대학생활을, 대신 4년동안의 격리되고 획일

    적이며 주입식 교육이 전부인 생도생활을 통해 결국 얻은것이라곤 천편일률적이고 모든것이 직각인

    군인정신이 전부인 사람이, 어찌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폭동’이요, ‘정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

    정의하지 않겠습니까? 오로지 군인만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제대로> 걱정할 줄 안다—?

    제게 정말로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러울 수록 혹시나 정계진출을 꿈꾸고 있을,

    전두환/노태우를 훨씬 능가(?)하는 수퍼 애국자라 자칭하는 군출신 쿠테타 세력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