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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시민의 인격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예전의 동영상 강의를 최근에 다시 본 적이 있는 데, 그가 나서서 주장한 내용의 삼할은 스스로 나서서 뒤집었지 싶다. 그처럼 대중과의 신뢰를 우습게 여기는 정치인이 있을까. 아마 유시민 본인도 자신의 지난 정치 역정이 지속적인 지지자에 대한 배신을 동력으로 했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특히 현실 정치에 종사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해서라도, 그가 비난하는 수구 보수 군사정권을 계승하는 정치인에 비해서도 두드러지게 역겹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유시민의 대선 출마는 울나라 정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유시민이 출마선언의 시기를 미루는 것이 유시민답지 못하다고 비난한 이유이다.
노무현의 정치는 변덕스럽게 변했지만, 현재는 바꿀 수 없는 정도로 고정되었다. 5년간의 실험의 결과이다. 한미FTA로 시작한 동시다발적 FTA와 금융선진화, 자유 시장 경제, 그리고 유보된 사회투자가 그것이다. 무제한적 경제 개방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무모하고, 사회투자를 통한 소득 보전은 예산에 있어서 전혀 대책이 없다. 그러나 이것을 정책이 아니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북조선에 탱크를 몰고가자는 것도 정책이라면 정책인 까닭이다.
지난 참여정부기간 청와대의 변덕과 즉흥성과 천박하고 경솔한 정책 행위보다 더 실패였던 것은 열린당이라는 존재였다. 열린당의 당론은 없거나, 서로 일치되지 않았고, 의원들 각자가 특별히 무능했으며, 아예 소양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탄핵 국면을 통해 급조된 후보들이다보니 그 지향이 일치되지 않았고 역량도 낮았다. 이들은 청와대보다 더 무능했는데, 아예 정책도 구심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인데도 당이 아닌 당. 어떠한 공감대나 공통 지향도 없이 당론을 그저 투표로 결정하는 집단.
한나라당과 비교해보자. 한나라당 내 수도권파나 경상도 파는 그저 공통 이해관계만을 가진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내 수도권파와 경상도파는 그들 나름의 정치 지향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 파당끼리도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한나라당 특유의 부자 위주의 정치가 있다. 이 부분에서 한나라당이 그나마 정당스럽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열린당은 지역주의를 대하는 입장, 재벌을 대하는 입장, 신자유주의 식 경제 개방을 대하는 입장, 과거 청산을 대하는 입장, 국민 참여를 대하는 입장이 모두 달랐다. 이것은 국보법 철폐나 사학법 개정이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국면에서 모두 드러났다. 열린당 안에는 사실상 수없이 많은 서로 다른 당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 경력 외에 열린당에서 딱 하나 당 차원에서 공감하는 정책은 대북유화책 밖에 없었는데, 불행히도 이것은 안기부 출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도 동의하는 바이다.
참여정부보다 더 한심한 열린당의 후진 정치는 정치 발전을 위해 극복되어야 하고 특히 소위 대통합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대통합은 다음 대선과 총선 국면에 유리할 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한국 정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 친노 계열 후보가 해야할 바른 행동은 참여정부의 현재 상태, 현재의 정책의 계승 발전을 미래 정책으로 제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정책이 옳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것은 참여정부 5년 실험의 결과물이고 87년 운동권 출신 현실 정치인들의 최종 산출물이다. 이전처럼 열린 자세로 의원을 받아들이는 대통합으로는 제 2의 열린 잡탕이 만들어질 뿐이다. 분명한 정책을 바탕으로 당과 지지자를 규합해야 한다.
현재 유시민이 현재의 참여정부의 정책의 정당성을 외치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것은 그의 지난 발언을 다시 한번 뒤집는다는 점에서 또 한번 그의 기만적이고 반사회적인 성격을 증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노무현이즘을 하나의 정책으로 하는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DJ를 따르는 호남 중심성 외에는 별다른 공감대가 없었던 민주당이나, 사상 최악의 잡탕성을 가진 운동권 동문회 집단인 열린당을 극복하는 정치사의 발전의 계기라고 느끼기에 나는 유시민의 대선 출마를 아니꼬운 마음으로 지지한다. 적어도 참여 정부의 세계 금융 허브 구상이나 비젼 2030에 관해서는 말 뒤집지 말고 열린당을 정책정당으로 다시 꾸려나가길 빈다.
ps) 그리고 당명도 고쳐라. 열린당이 뭐냐? 당은 정책과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결사체다. 열려있다는 것이 무슨 정체성인가? 오픈 릴레이션쉽? 무슨 프리 섹스주의자 정당인 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