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을 잠깐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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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과 에세이 68.***.173.227 2228

    노무현의 임기 막바지를 맞아 친노세력이 도리어 기승을 부리는 원인과 배경에 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는 중이다. 여태껏 접해본 최고로 날카로운 시각은 의외로 단순하다. 허나 단순한 수읽기야말로 핵심을 포착하기 마련이다. 자금과 조직력. 까놓고 이야기해서 노무현 정권에 무슨 원칙과 상식이 남아있으며, 어떤 노선과 가치가 살아있는가?

    가치 와 노선을 쌈 싸먹고, 상식과 원칙을 내팽개친 자리에 은근슬쩍 비집고 들어선 불청객이 다름 아닌 자금과 조직력이다. 자금과 조직 중에서 어느 요소가 본질적이고 선차적인 지위를 차지하는지는 국민들의 판단에 따르기로 하겠다. 참으로 미스터리다. 전직 청와대 참모라는 작자들이 대관절 뭔 돈으로 으리으리한 신문사 강당 빌려서 대규모 행사 여는지? 원조 노사모 회원들 대다수가 노무현에게 등을 돌린 터라 요즘에는 돼지저금통 돌리기도 쉽지 않을 텐데.

    노무현 정권에서 출세한 부류일수록 소싯적의 민주화운동 경력을 침을 튀기며 과시하기 일쑤다. 문제는 왕년에 민주화운동해서 재미 좀 봤다는 노정권 구성원들 가운데 생활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소식은 좀체 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강남 한복판에 대형횟집을 차리지를 않나, 분양가가 12억 원이 넘는 고급아파트에 입주하질 않나, 정말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흥하듯, 개혁은 결딴났을망정 소위 개혁세력은 살림살이가 핀다. 저 빌어먹을 운동권졸부들이 5월 18일이 되면 또다시 까만 양복 말쑥하게 차려입고서 자못 비감한 낯빛을 띠고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헌화와 분향에 앞장설 터.

    유시민과 이광재! 김민석 및 원희룡과 더불어 민주화투쟁을 민주화투자로 변질시킨 대표적 주역들이다. 성공한 투자 덕분에 국회의원도 되고, 장관도 되고, 날아가는 새도 떨어드리는 세도가도 됐다. 한데 민주화투자로 입신양명한 동지들끼리도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양이다. 진짜로 싸우는 건지, 상대진영을 기만하려는 목적에서 다투는 시늉을 하는 건지, 언론이 사소한 불화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별로 확인하고 싶지도 않고. 권력투쟁에 선후배가 어디 있어. 수틀리면 등뒤에서 먼저 찌르는 거지.

    이광재가 유시민을 향해서 면박을 준 눈치다. 형은 빠지라고. 노무현의 후계구도에서 유시민은 배제되었다나. 사실 이광재와 유시민은 도저히 친하려야 친할 수 없는 사이다. 평범한 국민들은 유시민을 노무현의 분신이라 믿는다. 유시민이 노무현의 의중을 잘 헤아리기 때문이다. 잘 헤아린다는 건 곧 노무현으로부터 직접적 언질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없다는 의미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바지사장일 뿐 대등한 관계의 동업자는 아니다. 안희정과 이광재가 노무현과 맞담배를 피울 때 유시민은 재떨이를 비운다.

    그럼에도 성골 이광재와 안희정은 국민들에게서 유시민이 얻어먹은 욕의 10분의 1도 듣지 않았다. 육두품 유시민과는 달리 사사건건 총대를 메지 않아도 노무현의 신임과 총애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곁가지들이 더욱 설치는 이유는 그래야만 충성심이 입증되는 까닭에서다. 예컨대 재야출신의 김문수와 이재오가 정형근과 김용갑 뺨치게 수구꼴통 작태를 선보인 데에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는 셈이다. 새로운 개종자로서 그들은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과 단절을 뒷받침할 싱싱한 알리바이에 목마르다. 창업멤버 안희정-이광재와 비교해 굴러온 돌 유시민은 정체성과 신뢰도 모두가 의심스러운 신참노빠에 불과하다. 건방지게 주제파악 못하고 감히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를 사칭하는.

    대 한민국에서 나만큼 집요하고 맹렬하게 유시민을 비판한 사람을 물색하기보다는 미칠이 최정원보다도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를 거구의 스모선수들 틈에서 찾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게다. 그런 국민원로가 생각하기에도 이광재의 유시민 숙청음모는 매우 더럽고 비열하다. 노무현 정권을 파멸시킨 인물들마다 나름의 임무와 직책이 있었다. 유시민은 행동대장 격이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정권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권의 주요한 전략과 정책을 구상하고 입안한 총연출자는 이광재다. 유시민이 철거현장에서 쇠파이프 휘두르는 일용잡부급 철거용역반원이라면 이광재는 거대한 이권이 개입된 재개발프로젝트를 총괄지휘하는 재벌건설사의 실세 기획실장이다. 50보 100보의 차이로 뭉뚱그리기에는 위상과 비중이 너무 다르다.

    국 민원로는 최근 유시민을 거의 나무라지 않는다. 그의 얼굴에서 나날이 짙어지는 회의와 염증의 표정을 관찰한 이후부터다. 지금의 유시민은 정권 수뇌부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그가 대놓고 노무현에게 반기를 들거나 항명을 시도하지는 못한다. 그러기에는 참여정부의 실패와 열린우리당의 몰락에 지나치게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유시민은 그나마 전방에서 총알받이 노릇이라도 도맡아 담당했다.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는 망국적 아이디어를 기똥찬 구국의 비전이랍시고 노무현에게 진언한 다음 지들은 뒤로 쏙 빠지는 조기숙과 이광재 따위의 얌체들이 진정 간신 중의 간신이다.

    노무현 정권이 꾸민 수많은 파렴치한 정치공작의 주동자가 유시민이었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 그는 우직한 실무자의 역할에 줄곧 머물러왔다. 개혁당과 민주당을 차례로 쪼갠 사태를 빼면 유시민은 노무현 정권 이너서클의 의사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기회가 없었다. 더구나 개혁당 해산과 민주당 분당은 노정권 핵심인사들 입장에서 일종의 부대사업이었다. 정권의 사활과 흥망을 좌우하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안희정 소관이거나 또는 이광재 전담이었다. 단적으로 노무현이 대북밀사로 안희정을 골랐지, 유시민을 점찍었던가?

    다 른 사람은 몰라도 이광재는 유시민더러 들어가라 나가라 잔소리할 처지가 못 된다. 선배를 마당쇠처럼 부려먹고서는 이제 와서 책임 몽땅 다 뒤집어쓰라고 강요하는 짓은 인간적으로도 배은망덕한 처사다. 게다가 유시민이 이광재가 이끄는 의정연 사꾸라들 같이 삼성경제연구소가 하사한 문건에 기대어 국정을 운영하다 나라를 쫄딱 말아먹었던가? 아무리 유시민이 맛이 갔기로서니 삼성에서 정신교육 받은 걸 입이 째지도록 자랑하지는 않는다. 고로 이광재는 유시민을 변호할 욕구와 필요성을 제발 나한테 더는 선사하지 말기 바란다. 벌써 몸에 두드러기 나기 시작한다. 듣는 유시민도 영 불편할 터이고.